• [책]말로는 전할 수 없는 것
  • 관리자
  • 작성일 : 2018-05-30 03:54:46

    옛날 중국의 제(劑)나라 환공(桓公)이 높은 다락에 기대어 독서를 하고 있는데, 수레바퀴를 만드는 편(扁)이란 노인이 다락 아래로 지나가면서 물었다. 
     “환공께서는 무슨 책을 읽고 계십니까?” 
     “옛날 성인들의 책이네” 하고 환공이 대꾸하자, 
     “옛날 사람들의 찌꺼기 같은 걸 읽고 계십니까?” 하고 당돌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이에 환공은 옛 성인에 대해 모독하는 것이 이에 더할 수 있으며, 임금에게 대한 불손이 이에 더할 수 있느냐고 꾸짖었다. 이에 편(扁)은 엎드려 다음과 같이 여쭈었던 것이다. 
     “신은 평생 수레바퀴를 깎아 벌어먹어 온 장인(匠人)이올시다. 수레바퀴를 깎을 때 완만하게 깎으면 바퀴가 느슨하고 반대로 급히 깎으면 고정되지 않아 좋은 수레바퀴가 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손재간에 응하여 마음에 통하는, 그런 감(勘)이 잡혔을 때 훌륭한 수레바퀴가 되는 것으로 말이나 글로 나타내고 또 형용할 수 없는 것입니다. 신(臣)은 이 감(勘)을 신의 아들에게 별의별 말을 하고 형용을 했지만 끝내 깨우쳐 줄 수 없었으며 신의 아들은 끝내 전수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고서 지금 70이 넘도록 수레바퀴를 깎으며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옛 성인들은 그것을 전수하지 못하고 이미 죽고 없는 것이 되며 그렇다면 지금 임금께서 읽고 있는 것은 옛 성인들의 찌꺼기일뿐이 아니겠습니까?”
    「장자(莊子)」에 나오는 이야기로 장인(匠人)만이 가능한 특유한 영역을 잘 말해주고 있다. 

    -- 이규태, 장인문화의 겉과 속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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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어를 잘하는 학생은 수능 언어 영역을 "감"으로 푼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풀면 거의 맞다. 감이 있기 때문에 나중에 국어교사가 되기도 쉬울 것이다. 그러나 교사가 되었을 때 과연 그 "감"을 학생들에게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일본 최고의 부자라는 손정의에 대한 책을 잠깐 보았다. 그 중 한 페이지를 사진으로 찍어 보았다. 손정의가 실시하는 이런 도제식 교육은 바로 이런 "감"까지 교육하려는 시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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