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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변] 토의하기 질문드립니다!
  • 관리자
  • 작성일 : 2020-11-05 17:07:44
    김진솔 님의 글입니다. 
    >선생님, 토의 단원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이론서나 교과서 등을 뒤져봤을 때 토의하기에서 무엇을 가르쳐야하는지, 왜 가르쳐야 하는지 본질을 알기 어려운 느낌이 들어 질문드립니다.
    >저희는 타당성 판단하면서 듣기 단원과 연결하여 재구성하였는데요, 학습 요소를 어렴풋이 생각해봤을 때 다음과 같이 생각을 했는데, 뭔가 개운치 않아 질문드립니다.
    >
    >1. 협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준다.
    >2. 발언권을 얻고 발언하며 공동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한다.
    >3. 주장에 대한 근거가 타당한지, 실현 가능한 주장인지를 판단한다.
    >4. 여러 의견들을 검토해보고 가장 타당한 것을 결정한다.
    >
    >이 정도 같은데, 그러면 토론 참여 태도에 대한 교육과 타당성 검토에 초점을 두어야 할까요?

    <교육과정>와 <화법교육론>에 자세히 나와 있겠지만, 저는 '토의' 단원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이 있습니다. 

    1. 협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준다.
    2. 발언권을 얻고 발언하며 공동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한다.
    3. 주장에 대한 근거가 타당한지, 실현 가능한 주장인지를 판단한다.
    4. 여러 의견들을 검토해보고 가장 타당한 것을 결정한다.

    이러한 학습 요소들은 가치가 있지만 '공식적인 토의'에서 다루어질 요소들 같습니다.
    토의라는 것은 '토론'하고 '의논'하는 일입니다. 순서를 정하자면 '의논'하고 의논 중에 나온 안건들을 '토론'하는 거겠지요. 
    그럼 토의 단원의 본질은 간단하게 셋으로 정해집니다.

    1. '의논'과 '토론'이 무엇이고 어떻게 하는지 안다.
    2. 다른 사람과 잘 '의논'하고 '토론'할 수 있다.
    3. 수시로 '의논'하고 '토론'하는 태도를 지닌다.

    근데 저는 이게 '토의 단원이 나왔을 때', '공식적인 토의'절차를 한 번 경험해 본다고 길러질 것 같지 않습니다.
    수업 시간에 모둠 활동을 통해서 학습지의 답을 알아간다고 칩시다. 그건 하나의 토의입니다. 문제를 풀기 위해 의논하고 내 답이 맞는지 네 답이 맞는지 토론하니까요. 모둠별로 도출한 답을 학급의 전체 아이들과 공유하면서 풀이합니다. 그것 역시 하나의 토의입니다.
    저는 이런 방식으로 매 수업 시간에 아이들에게 토의하는 경험을 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토의 단원'이 나오니까 재미있는 토의 거리를 제시하고 우리 토의해 볼래? 하는 수업은 재미로 할 수 있지만 본질에 가깝지 않다고 봅니다.
    만약 진짜로 토의 거리를 제시하는 수업을 기획한다면, 진짜로 토의 결과가 반영되는 주제를 골라야 합니다.
    예전에 토의 수업 참관하러 가니까 '칠판 글씨가 잘 안 보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의를 하던데
    아이들이, 블라인드를 단다, 형광등을 바꾼다, 분필을 바꾼다 등등 자유롭게 잘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그 돈은 어디서 나올 거냐? 돈을 모금할 거냐? 학부모를 졸라서 발전기금을 내게 할 거냐? 이런 현실의 문제로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교사는 그럴 때 개입해서 '논리적으로 맞는 말하기'에서 빠져나와 '실제 현실을 바꾸는 길'로 가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우리가 살면서 혼자 해결하기 힘든 일도 많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고려하여 결정해야 할 일도 많습니다. 그럴 때 토의를 해야 됩니다. 해결할 수도 없으면서 혼자 끙끙 앓고 속으로 병드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의 입장과 상황을 고려해서 일을 배분해야 하는데 혼자서 결정해서 통보만 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학교의 교사들을 보시면 됩니다. 어려운 문제를 토의하지 않습니다. 조금만 지위가 높아지면 아랫사람과 토의하지 않고 혼자서 모든 걸 결정지으려 합니다. 결국 토의는, '혼자 고민하지 말고 힘을 모아 해결하라'는 걸 가르치는 게 본질 아닐까요?

    아이들에게 토의를 가르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교사가 평소에 아이들과 토의를 많이 하는 것입니다. 학급의 모든 일을 아이들과 토의하고, 수업 주제를 정할 때 토의하고, 모둠을 짜는 방식을 토의하고, 진도 끝난 학기말에 뭐하고 놀지 토의합니다. 학교 단위에서는 교복 문제를 토의하고, 교칙 문제를 토의하고, 학생회 간부들은 학생회에서 토의합니다.
    수많은 토의 교육 기회를 '형식적 토의'로만 그치고서, 특정한 수업 몇 차시 동안만 '토의교육'을 경험하게 한다면 효과는 크지 않을 겁니다. 저는 그래서 '수업 중에 문제를 함께 푸는 토의'를 할 수 있도록 매 시간 수업 설계를 합니다. 그리고 '토의 단원'이 나오면 교과서의 이론들을 읽어주면서 "너희가 모둠활동하면서 문제를 풀고 학급 전체 공유하면서 답을 비교하는 활동들이 바로 '토의'야. 너희가 모둠에서 토의를 할 때, 어떻게 했니? 교과서에 나오는 유의사항과 비교해 봐." 이 정도로 하면 수업이 끝납니다. 그래서 토의 단원은 특별히 토의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별히 학교에 이슈가 있다면 그 이슈를 끌어와서 토의 단원에서 실질적인 결론을 내리고, 그 결론이 학교 전체에 반영될 수 있을 때에만 그렇게 했습니다만, 교과진도와 학교이슈가 그렇게 딱 떨어지는 일은 자주 없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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