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짓기]이룰 수 없는 꿈
  • 관리자
  • 작성일 : 2018-03-30 17:02:45
    이룰 수 없는 꿈


     이번 주는 담임 주간이라 수업은 하지 않고 뭔가 학급 적응 활동들을 하였다. 오늘은 2,3교시에 진로 활동을 하였다. 진로,직업 커리어 파일을 만드는 일이다.
     커리어 파일을 만들면 꿈이 있는 아이들은 신나게 만들지만 꿈이 없는 아이들은
     ”나는 꿈이 없어서 못 만들어요.”
    하면서 자포자기할 것 같았다. 2차시나 그렇게 무기력하게 보내는 것을 막고 꿈을 찾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설명을 했다.
     ”지금부터 진로나 미래 직업, 꿈에 다가가기 위한 파일을 만들 겁니다. 바로 시작하지 말고 10분간 친구들과 먼저 의논하세요. 토의 내용은 ‘내가 절대 이룰 수 없는 꿈’입니다.”
     나는 꿈이 없는 아이들도 안타깝지만 너무 구체적인 꿈을 꾸는 아이들도 안타깝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커리어 파일에 교사, 공무원, 의사, 이런 거 쓰기 전에 진지하게 고민해 보라는 뜻이었다.
     발표를 시키니 한 남학생이 말했다.
     ”제가 절대 이룰 수 없는 꿈은 대기업 회장이에요.”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러자 아이들이 알아서 얘기를 이어갔다.
     ”이룰 수도 있죠.”
     ”아무리 그래도 대통령은 될 수 없을 거에요.”
     ”어, 아닌데? 그것도 될 수도 있지 않나?”
     혼란에 빠진 아이들에게 말했다.
     ”진짜 이룰 수 없는 꿈은 예를 들면 ‘문어 되기’ 뭐 이런 겁니다.”
     ”그것도 될 수도 있죠.”
     ”아, 물론, 될 수도 있겠죠. 이룰 수는 있지만 그게 ‘꿈’인 건 아니겠죠? 설마 꿈이 ‘인류 최초의 문어인간’은 아니겠지?”
     ”하하하.”
     ”자, 그래서 오늘의 교훈이 뭐라고요?”
     ”내가 이룰 수 없는 꿈은 없네요.”
     내가 아무리 입으로 ‘너는 뭐든 이룰 수 있어.’라고 말해도 와닿지 않았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너희가 아무리 꿈을 꾸어 봐야 결국은 노동자가 될 것이며, 노동은 신성한 것이라는 등등의 진로 교육을 해야 진보적인 교사라고 여겨지던 시절이 떠올랐다. 나도 일정 부분은 여전히 동의한다. 그러면서도 정말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진로 교육과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진로 교육 사이에서, 비관적인 인생포기자가 되지도 않고, 헛된 희망만 가진 몽상가가 되지도 않는 길, 그리고 진로와 꿈을 ‘직업’과 동일시하지 않는 그런 길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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