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짓기]진로 대화
  • 관리자
  • 작성일 : 2018-06-07 02:55:57
    추억놀이 - 이윤희 님의 글
    고등학교 2학년, 나는 나름 인생의 갈림길에서 방황하던 시절이 있었다. 갑작스러운 음악샘의 제안으로 음대를 갈 것이냐 교대를 갈 것이냐 의 기로에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내 맘은 백프로 음대, 부모님은 백프로 교대. 하지만 난 용기가 없었고 내 실력에 자신이 없었다. 음대를 포기하고 밤마다 방에서 클래식음악을 들으며 나를 위로하던 시절, 언니의 CD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나를 잠못들게 했다. 제목도 뭔지 모르고 며칠동안 듣기만 하다가 직접 쳐보고 싶어서 결국 오선지를 그리고 막귀로 한음 한음 놓치지 않고 그려나갔다. 몇시간동안 낑낑대면서 완성한 악보를 들고 피아노 앞에 앉아서 치면서 감격했었던 추억이 있는 이 악보를 오늘 우연히 악보정리를 하다가 마주했다. 손이 기억하는지 9년만에 치는 곡인데도 마치 어제 쳤던 것처럼 생생!! 그래서 연주 영상을 인스타에 올리고 감상하고 있었는데 인스타 다이렉트로 고2 학생이 음악교사가 되고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냐고 간절하게 질문을 해왔다. 난 그 학생에 빙의돼서 삼십분가량 입시상담을 해줬다. (ㅋㅋㅋ)
    이런 우연한 일이 하루에 두 개씩이나!
    난 오늘 잠 다 잤댱! ㅎㅎㅎ
    언니왈: 그열정을 너의 수업에 쏟아부으면 넌 최고의 교사가 될텐데...
    응 .. 마쟈.. 언니 나 진로 잘못택했나벼...
     
    이윤희 오잉 이거 왜 공유하셨어요??
     
    Jungsu Kim 나중에 진로지도할 때 참고하려고요.. 공유 허락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윤희 저야 영광이죵 ㅎㅎㅎ 근데 진로선택을 잘못한 예시인가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Jungsu Kim 음,, 이야기 속에 담긴 몇 가지 교훈이, 직업으로서의 진로가 아닌 삶의 형태를 결정하는 진로 지도를 위해서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첫째는 가장 중요한 교훈인데요, 진로를 결정할 때 그것을 직업과 동일시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음악을 좋아하더라도 음악가가 되어야만 하는 건 아니며, 또 정반대로 음악가가 되지 않았다하더라도 음악을 포기해야만 하는 건 아니라는 말입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있다면, 어떤 직업을 갖게 되더라도 결국 삶의 형태는 내가 원하는 모습에 가까워지게 되리라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교사라는 직업인이라도 그 삶의 모습은 전혀 다릅니다. 어떤 교사는 번 돈을 여행에 다 쓰고, 어떤 교사는 번 돈을 책 사는 데 다 쓰고, 어떤 교사는 번 돈을 공연 관람에 다 쓰지요. 그들이 각각 추구하는 가치는 바로 '어린 시절의 꿈'에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되지 않을까요? 윤희님이 여전히 음악을 가까이하며 사는 것처럼요.

    둘째는 아이들이 아닌 어른들한테 해주고 싶은 말인데요, 삶의 형태를 어린 시절에 일찍 정해서 그 한 길로만 가게 만드는 것이 진로지도라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선택을 못해 주저하기도 하고, 상황이나 환경과 갈등을 겪기도 하고, 잘못된 선택으로 방황도 하며 나아가도 된다는 말입니다. 도대체가 이 100세 인생 시대에 10대의 나이에 제한된 경험과 제한된 사고력으로 결정한 자신의 진로가 남은 90년을 지배한다는 발상 자체가 모순이지요. 물론 현대는 무한경쟁시대이고 사회는 척박하고 인생은 고달프죠. 우리가 어른으로서 해야할 일은 아이들에게 많은 직업을 경험시켜주고 "자, 이제 얼른 하나 골라 잡아. 넌 왜 빨리 못 고르니?" 이렇게 재촉하는 것이 아닙니다. 멋진 꿈이 없는 평범한 아이들도, 오히려 주저하고 갈등하고 방황하면서도 끝내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있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우리 어른들이 할 일이 아닐까요.

    셋째는, 좀 다른 관점이라 어떻게 보면 나쁘게 들릴 수도 있는데요, 음악을 좋아해서 음악만 잘하는 직업인이 되는 것도 좋지만, 음악을 좋아해서 다른 직업을 하면서 음악도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친한 국어 선생님이 이런 말을 하셨어요. "국어 교사로서 상담을 배웠더니, 사람들이 국어 선생님이 상담도 잘한다고 칭찬해줬어요. 그래서 나는 전문상담 교사로 옮겨서 상담 선생님이 되었어요. 그랬더니 내 상담 실력은 전문상담가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고, 그래서 나는 엄청 힘들었어요." 물론 소질있고 흥미있는 쪽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열정을 가져야 한다고 보는 이들에게는 양다리 걸치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지만, 정말 간절히 원한다면 그걸 지금 당장 얻지 못하더라도 그것을 늘 가까이하는 삶의 형태를 만들어 갈 수는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윤희 마자용 저두 그때 음악을 선택하지 않아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여겼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에용 이렇게 가까이서 음악을 즐길 수 있는데 그걸 직업으로 하게되면 무지 싫어졌을 것 같거든용 그리규 제 실력은 전공자가 보기엔 형편없지만 비전공자로서 남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는 정도는 되거든용 ㅎㅎ 제가 요즘 느끼는 점을 콕 찝어주셨네용
     
    Jungsu Kim 넷째가 빠졌네요. 부모님 때문에 억지로 진로가 정해져 버리더라도 의외로 그곳에서 진짜 자기 소질을 발견할 수도 있다는 거. 사범대 국교과에 큰 뜻은 없었지만 일단 해보니 아이들에게 인정받는 최고의 국어교사가 된다든지, 윤희님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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