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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변] 훈민정음 가르칠 때
  • 관리자
  • 작성일 : 2020-12-06 23:01:03
    익명 님의 글입니다.
    >훈민정음 단원에서 무엇을 어느 수준까지 가르쳐야 될까요? 훈민정음 서문은 교과서에 없는데 가르쳐도 될까요? 볼 때마다 감동적인데 아이들이 이해할까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말해볼게요.
    1. ‘훈민정음’은 하나의 문자이다. 문자는 문자 자체로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 반드시 ‘텍스트’가 되어야만이 존재 가치가 있다. 하지만 학생들이 ‘훈민정음’으로 된 텍스트를 접하기 위해선 단계가 필요하다. 자음모음 읽기 > 음절 읽기 > 단어 읽기 > 문장 읽기 > 글 읽기
    영어를 공부한다고 치면, a, b, c, d 읽기 > ca, ba, da 읽기 > cat, bad 읽기 > 문장 읽기 > 글 읽기 의 순서와 꼭 같다.
    <훈민정음>이라는 책이 있다. 책 <훈민정음>도 자음자 모음자 설명 > 음절 설명 > 단어 설명 까지 실려 있고, > 문장 > 글 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바로 <용비어천가>이다. 그래서 <훈민정음>과 <용비어천가>는 한 세트로 생각해야 한다.
    2. 수업도 그런 순서로 진행한다. 자음자, 모음자, 방점 읽기(직접교수) > 음절 읽기(직접교수) > 단어 읽기(용자례 읽고 탐구하기) > 문장 읽기1(발음만: 고려가요) > 문장 읽기2(의미 포함: 훈민정음 언해의 서문과 제자해 부분) > 글 읽기(용비어천가 일부)
    그 사이 사이에 “창제 원리”를 설명하는데, 발음기관을 이용해서 자음 설명하고 모음은 그냥 대충 넘어갑니다. 이체자에 대한 설명을 조금하고, 외국의 문자와 조금 비교해 줍니다. 이 모든 것들을 설명하기 전에 이렇게 말합니다. “모두가 한글이 위대하다, 훈민정음이 위대하다고 하는데, 외국인이 ‘뭐가 그렇게 위대해?’라고 물을 때 한두 마디 정도는 설명할 수 있어야 교양 있어 보이지 않겠냐? 문자에 담긴 논리와 체계성 정도만 알면 된다.”
    3. 선생님이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동기에 감동 받듯이 저는 책 <훈민정음>의 존재에 감동을 받습니다. 애민정신, 자주정신 같은 창제동기가 그렇게 시험문제에 내야할 만큼 중요한가 싶기도 하고요. 전형필 이야기를 주로 해 주고요. 실물 책을 전시해 두고 아이들이 펴 보게 하고요. ( jangi.net/RG/rg4_board/view.php?&bbs_code=gallery&bd_num=42 )아이들이 궁금해 하는 대부분의 내용이 <훈민정음> 책 안에 다 실려 있지요. 옛이응만 왜 모양이 달라요? 옛이응은 아음이지만 후음이랑 비슷해서 이응처럼 만들었지. 쌍히읗은 왜 다른 쌍자음에 비해 소리가 더 센 것 같나요? 여린히읗은 잘 엉기지 않아서 차청자를 쌍으로 하니까 소리가 더 세지. 모음을 두 개 합쳐서 이중모음을 만드는 것은 합성이 아닌가요? 어디 보자, <훈민정음>에 ‘합용’이라고 적혀 있네?
    4.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만약 사람의 음성기관을 본 뜰 때, 그 사람이 왼쪽을 보지 않고 오른쪽을 보고 있었다면, ㄱ, ㄴ의 모양이 반대가 됐을 것이다, 옛이응을 굳이 일관성 있게 다시 발명한다면, ng 발음이 ‘ㄱ’이 되고, g 발음이 ‘ㄱ’에 가획한 ‘ㅋ’이 될 텐데 그럼 k 발음은 ‘ㅋ’에 가획을 하면 되겠지? 등등 더 유연하게 생각할 수 있는 정답이 없는 이야기들을 해 줍니다.

    저도 항상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만 가르쳐 왔어요. 그렇다고 제가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다 아는 것도 아니잖아요? 어차피 내가 잘 모르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이들에게 설명하고 있어도 그냥 “전달”할 뿐이지 아이들에게 와닿지 않을 거예요. 그냥 수업하는 흉내를 내는 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잘 알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가르치되, 그걸 바탕으로 학생들이 그 다음 단계를 스스로 탐구할 수 있도록 ‘방법’은 알려줘야겠지요.
    홈페이지에 올린 훈민정음 학습지( jangi.net/RG/rg4_board/view.php?&bbs_code=free&&bd_num=844 )는 처음 가르칠 때와 두번째 가르칠 때 의욕적으로 준비한 것들인데, 두번째 가르칠 때 이미 번거로운 내용은 다 걷어냈고, 올해 세번째로 가르치는데 내용은 더 단순해졌어요. 시간 제약도 있고 아이들에게 잘 와닿지 않는 부분들을 다 뺐지요.
    나는 신규때부터 선배교사들은 전부 매너리즘에 빠져있고 연구도 안 하고, 나는 대학 갓졸업했으니까 새로운 지식도 내가 제일 잘 알고 수업 연구도 내가 제일 열심히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았어요. 선생님도 겸손함을 버리고 자신감을 가지세요. 그래야 아이들에게 당당해지고 아이들에게 당당해져야 수업을 선생님 마음대로 쥐락펴락 통제할 수 있어요. 그리고 본인 수업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어야 더 창의적인 수업이 이루어지고, 아이들도 안심하고 수업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잘 모른다, 기술이 부족하다, 가진 게 없는 것 같다, 이런 것이 사실일 수도 있지만, 아예 모르는 게 아니고, 기술이 아예 없는 게 아니고, 가진 게 아무 것도 없는 게 아니니, 본인이 현재 잘 알고 자신있고 좋아하는 부분을 중심으로 그거라도 최고로 가르치면, 나머지는 차츰차츰 향상되게 돼 있어요. 
    아까 농담처럼 겨울 연수 이야기했지만 부족한 부분을 채우지 마시고, 잘하는 부분을 극대화해서 부족한 부분은 사소한 결점으로 보일 정도로 장점을 키우세요. 그게 정답입니다. 모든 분야에서 마찬가지로. 
    이대호가 홈런을 잘 치는데 도루를 못하니까 코치가 이대호에게 “너는 다 좋은데 도루만 좀 보완하자.” 이러면서 도루 훈련을 시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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