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작성일 : 2019-10-25 01:31:08
학생들과 비속어 수업을 하다가 꼴뚜기질, 밴대질, 비역질 이런 말을 보여주려고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았는데 "비역" 부분이 이렇게 돼 있었다.(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View.do?word_no=156484&searchKeywordTo=3 )
그런가보다 했는데, "우리말샘"을 검색해보니까 비역 옆에 한자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온라인가나다에 "비역"이 순우리말인지 한자어인지 질문을 올렸다.
답변이 왔는데, 그야말로 무성의하고 무신경한 답변이었다.
아니, 사전을 찾아봤는데 이상하니까 질문을 올렸는데, 왜 이걸 묻지? 사전의 어원 정보가 맞나? 하는 검토 한 번 없이 이상하다고 말하는 그 사전을 근거로 한자어라고 못박는 이런 태도에 짜증이 치밀었다. 한자를 봐도 '코비'자가 들어갔는데 이게 비역질이랑 무슨 관계인지..
그래서 재질문을 하려고 여기저기 검색해 보았다. 나름대로 자료를 모아 재질문을 올렸다.( https://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216&qna_seq=172494&pageIndex=1 )
1. 한자어 鼻? 이 출현한 문헌 정보를 알려주세요.
1.1. 제가 조사해 보니 鼻? 은 '해부학 용어' 코문턱만 나옵니다.
鼻? limen nasi -> 코문턱(코 비 + 문지방 역)
1.2. 완전히 같은 한자어가 (1) 코문턱 (2) 남성간의 성행위라는 서로 다른 의미로 쓰일 가능성이 낮아 보입니다.
2. 한자어 '비역'이 줄어서 '벽'이 되는 경우가 또 있나요?
2.1. 지역>젹 ? 기억>격 ?
2.2. 미역>멱 이러한 줄임은 순우리말에서 발견되는 경우는 많지만 말입니다.
3. 1999년 당시의 자료는 별로 안 남아 있겠지만 새로 조사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요?
3.1. 국한문혼용 시대의 "신문 기사"에도 비역(鷄姦) 이렇게 나옵니다. 그말은 비역에는 상당하는 한자어가 없었다는 방증이 아닐까요?
3.1. 생각을 生覺, 사랑을 思量 이라고 쓰던 한자 끼워맞추기에 따라 순우리말 비역에 가까운 한자어 鼻? 을 끼워 맞췄을 가능성은 없나요?
4. 위의 1, 2, 3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번에는 사전 부서에 전달해서 검토하겠다는 답변이 왔다. 그래, 이 정도 성의는 보여야지 하면서도 정말로 재검토를 할지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오늘 들어가보니 답변이 달렸다.
그래서 지금은 표준국어대사전도 제대로 고쳐졌다.
수정 전 기준으로 따진다면 특정 단어에 한정할 때 표준국어대사전보다 우리말샘의 신뢰도가 더 높은 셈이 된다. 표준국어대사전의 특정 단어들에 대하여 온라인가나다를 포함한 여러 경로로 의견이 전달되고 있다. 그럴 때 국립국어원이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지고 토론에 참여해야지 고압적으로 "우리 말이 맞다. 우리가 알아서 때가 되면 바꾸겠다." 이런 태도를 가져서는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