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표현 방법을 가르칠 때 다음과 같은 3단계로 가르칩니다.
(1) 표현 방법은 무엇인가?
(2) 어떤 의미인가?
(3) 그 의미를 드러내기에 이 방법이 적절한가?
직유법이다. 돈호법이다. 설의법이다. 로 끝나지 않고, 그런 표현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반드시 알아보게 합니다. 그리고 나면 그 표현이 적절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는데, 이건 가끔 합니다.
이번에 '반어'를 가르치는데 '풍자'도 마찬가지이지만 '반어'가 얼마나 고도의 수법인지, 정말 많은 국어 샘들이 반어를 얼마나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지 궁금해지더군요. 반어와 역설의 차이,, 같은 걸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건 여전히 (1)에 집착한다는 뜻이고, 그런 사람이 많다는 것은 역시 (1)과 같은 문제가 많이 출제된다는 뜻이겠지요. (2)를 강조하게 되면 (1)이 어떤 표현인가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가 됩니다.
반어는 기본적으로 겉과 속이 다른 말입니다. 문학에서 반어가 성립하려면 반드시 등장인물 또는 작가의 '속'을 알아야합니다. '속'을 판단할 근거를 주지 않고 반어를 쓰면 그게 반어인지 진심인지 알 수 없게 됩니다. '속'은 정황, 상황, 말, 행동, 속마음 등으로 다양하게 드러납니다. 여기서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ㄱ) '작가의 겉말'(글로 표현된 내용)과 '작가의 속마음'이 다른 방식의 반어에서 작가의 속마음(=주제)을 파악하는 능력이 없는 경우
(ㄴ) 등장인물의 정황, 상황, 말, 행동 등을 보고도 등장인물의 '속마음'을 추론하는 능력이 없는 경우
(ㄱ), (ㄴ)의 학생은 반어를 가르쳐줘도 이해를 못합니다. 그 전에 반어니 뭐니 하기 전에 '내용확인, '내용추론' 등의 기본적인 작품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ㄱ)의 반어는 풍자와도 이어지기에 문제가 더 복잡합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도 있읍니다.
ㄱ. 진심인 경우: 겉과 속이 같다.
ㄴ. 거짓말인 경우: 겉과 속이 다르지만 상대가 겉을 믿어주기를 바란다.
ㄷ. 반어인 경우: 겉과 속이 다르지만 상대가 속을 믿어주기를 바란다.
가. 밤늦게 버스를 기다려주는 남자에게 여자가 말한다.
"나혼자 기다리면 돼. 너 집이 더 멀잖아. 먼저 가."
- 이 여자의 속마음은 뭘까요? 만약 이게 반어라면, 이 여자는 말로는 '먼저 가'라고 하지만 '같이 기다려'라는 속마음을 상대가 알아주기를 바라겠지요?
-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왜 '같이 기다려줘'라고 하지 않고 반어로 표현하느냐? 인간의 심리와 관련됩니다. 아이들은 자존심 때문에 등등으로 말합니다.
- 즉, 이 여자의 속마음은 단순히 '같이 기다려'가 아닙니다. 풀어서 말하면 "나는 자꾸 너보고 먼저 가라고 말하는 배려심있고 쿨하고 주체적인 여성으로 보일 테니까 너는 내 마음을 알아차리고 절대 먼저 가서는 안 되며 나의 속마음을 알아차리는 센스 있는 남친자격 테스트에 꼭 합격하기를 바래."
나. 달리다가 넘어져서 우는 아이에게 엄마가 묻는다.
"괜찮아요."
- 이 아이의 속마음은 뭘까요?
ㄱ. 진심인 경우: 진짜 괜찮다.
ㄴ. 거짓말인 경우: 안 괜찮은데 괜찮은 척한다.
ㄷ. 반어인 경우: 안 괜찮은데 괜찮은 척한다.
- ㄴ.과 ㄷ.을 어떻게 구별할까요? ㄴ.의 경우 아이는 '사실 안 괜찮지만 엄마가 걱정할까봐, 또는 혼낼까봐 괜찮다고 믿어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는 거짓말이겠죠.
- ㄷ.의 경우 아이는 '보면 몰라요? 나는 그냥 말로만 괜찮아요 하는 거니까 내가 울음 그칠 때까지 계속 달래주세요.' 라고 생각하는 경우입니다. 이것이 반어인데, 아이들이 이렇게 반문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어딨어요?"
* 하지만 이 세상에는 이렇게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심정이 시나 소설로 드러날 때 '솔직담백'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독자, 특히 아직 마음이 꼬이기 이전의 순수한 소년소녀들이 그런 복잡한 심정을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이 당연한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