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7반 여러분에게
지난 일주일간 교실에서 여러분을 지켜보니 자습 시간에는 조용히 영어 단어 공부를 하고 점심시간에는 몇 명씩 둘러앉아 놀고 몇 명은 앉아서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고 청소 시간에는 뛰어 놀거나 청소를 하고 종례 시간에는 별로 할 말도 없어서 그냥 교실 정리하고 폰만 나눠주면 친구들끼리 어울려서 집에 갔습니다. 그런 하루하루가 계속 반복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나는 그것을 보면서 차분하고 안정되고 편안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지루하고 심심하고 여러분도 흥미로운 일 하나 없이 그냥 하루하루 보내는 것이 아닐까 궁금하고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2학기가 끝나고 졸업하고 헤어질 날이 점점 다가오는데 그냥 하루하루 무의미하게 어제와 똑같은 오늘, 오늘과 똑같은 내일을 보내다가 마지막날이 되면 안녕~하고 헤어지게 될까봐 조바심이 나고 아쉽고 너무 시시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창재 시간이고, 독서를 해야 하지만, 다른 반에 비해서 매주 독서 시간이 있는 셈이라 한 시간 정도는 내가 써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몇 가지 의논을 하려고 합니다. 학급 회의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은데, 주제는 ‘3학년 7반으로서 남은 3개월을 어떻게 보내야 하루하루가 신나고 의미있고 졸업할 때 추억이 되고, 아쉬움이 남지 않는 중학교 마지막 학기가 될 것인가’입니다.
보통 다른 선생님들은 이럴 때 마니또 놀이를 하는데, 그걸 해 볼 수도 있습니다. 또는 학급 소풍을 갈 수도 있고, 학급 운동회를 할 수도 있습니다. 학급 비빔밥 만들어 먹기를 할 수도 있습니다. 학급 영화 단체 관람을 할 수도 있습니다.
나도 나름대로 이것저것 생각한 것 중에 꼭 해 보고 싶은 것은, 일일 담임 제도입니다. 매일 한 명을 정해서 그 학생이 자습 감독도 하고, 조례 시간에 교장 선생님처럼 훈화 말씀을 하기도 하고, 이솔에게 휴대폰 당번을 시키기도 하고, 복도에서 늦게 들어가는 애들에게 잔소리도 하고, 청소 감독도 하고, 교무실에 있는 전달 사항을 보고 종례 시간에 학생들에게 종례를 하고 주번에게 뒷정리를 시키기도 하는 것입니다.
또 해 보고 싶은 것은 야자의 날입니다. 매주 목요일이나 금요일을 정해서 담임에게 말을 걸 때는 무조건 반말로 말을 거는 것입니다. 존댓말을 하면 벌칙을 받는 걸로 해서 하루 종일 생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조금 덜 해보고 싶지만 하면 좋겠다 싶은 것은 학급 문집 만들기입니다. 3학년 7반만의 책을 한권씩 만들어서 나눠 가지면 졸업앨범만큼이나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그 외에 뭔가 돈이 별로 안 들면서 지나고 나면 참 재미있었다, 신선했다는 생각이 들 만한 뭔가를 지금 45분 동안 의논해 보고 싶습니다. 좋은 생각이 있으면 이번 주내로 결정해서 다음 주 월요일부터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내 생각에 동의한다면 지금부터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2014년 9월 25일
담임 김중수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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