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짓기]교장 선생님께
  • 관리자
  • 작성일 : 2018-04-12 11:42:14
    교장선생님께
    옛날 필기자료들을 정리하다 보니 별 우스운 게 다 나오는 군. 고등학교 2학년 겨울 방학 때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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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장선생님께,
    안녕하십니까? 늘 학교의 발전과 학생들을 위해서 노력하시는 선생님을 늘 존경해 왔습니다. 제가 이렇게 펜을 든 것은 선생님께 부탁이 하나 있어서입니다.
    먼저 저는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던 학생입니다. 아시다시피 이번 방학 동안 2학년들은 특별실 3곳에서 6시까지 자율학습을 합니다. 인원 수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저는 거기에 들지 못하고 도서관에서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보충 수업 시작 몇 일 후부터 몇몇 학생들이 "특별실은 머리가 아프다"고 하며 도서관으로 내려 오더니 지금은 많은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1.15.) 도서고나 난로에 기름이 떨어져 추워서 공부를 할 수 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서무실에 가서 수위아저씨께 기름을 좀 넣어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거기 계시던 화학 선생님께서 "특별실 놔두고 뭐하러 도서관에서 해? 추우면 특별실 올라 가. 너거 몇 명 때문에 도서관 형광등 켜고 기름 난로 때고 뭐아. 학교가 너네 안방이야." 그러시길래, "선생님, 특별실은 자리가 다 찼고, 여기 있던 애들은 추워서 갔습니다. 또 마침 오늘은 비가 와서 특별실 창문을 계속 닫고 있으니 머리가 아파서 그러니 좀 넣어 주세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그러면 집에 가라. 그라고 기름은 못 넣어 주니까 내일은 옷 따시게 입고 온나." 하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선생님들 휴게실 자판기 플러그는 뽑지도 않고 24시간 가동하고 선생님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체육관의 수은등도 켜 놓으면서 비싸지도 않은 등유값하고 형광등 전기세가 아깝습니까? 학교가 학생을 내몰다니 말이나 됩니까? 몇 푼의 재정을 아끼기 위해, 교장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해 보려는 학생들의 의욕을 위축시키다니요. 그러니 제 부탁은 다름이 아니옵고 도서관에서도 공부할 수 있게 난로에 기름을 좀 넣어 주십사하는 것 뿐입니다. 꼭 좀 부탁드립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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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써서 교장실 문틈으로 밀어 넣자고 친구랑 계획짜고 글까지 다 썼는데 결국 안 했다. 우리 돈으로 기름 사 넣고 말았지.
    그러고 보니 고등학교 때는 패배적인 삶을 살았다.
    독도 망언 반대 서명 운동도 실패.
    국어, 문학, 문법, 작문, 기술, 음악 시험 문제 건도 그렇고.
    다 9년 전 이야기다.

    August 01, 2005 10:38 PM
    지금은 19년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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