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분류]임주탁 교수님 편지
  • 관리자
  • 작성일 : 2018-04-12 12:55:13
    임주탁선생의편지

    국문학원전이해 수강생들에게
    어려운 과목을 수강하느라 한 학기 동안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기말고사 채점을 하면서 가진 몇 가지 소감을 전함으로써 앞으로 수학에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첫째, 텍스트에 대한 이해 능력에 관한 것입니다. 많은 학생들은 중고등학교 과정에서 읽은 참고서의 텍스트 이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슬견설>은 도(진리)를 인식하는 주체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비판하고 있는 글입니다. 붕새는 높이 멀리 나는 새이기 때문에 세상을 총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음에 비해 참새는 낮게 날아서 보는 세계가 좁고 궁벽하여 세계의 운용 원리를 객관적으로 볼 수 없습니다. 우의적 전통 속에서 두 새는 진리 인식의 가부로써 대비가 되는 새입니다. 장자는 스스로 붕새와 같다고 생각하여 참새와 같이 인식 능력이 편협한 인간들을 비판한 바 있습니다만 이규보는 <슬견설>을 통해 그와 같은 인식 능력이 귀속 신분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유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개와 이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결국은 진리(도)에 대한 인식 주체에 대한 인식 능력을 결정한다는 시고 자체를 비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한 비판이 없이는 새로운 진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교과서는 편집진은 ‘현상에 대한 정확한 인식의 중요성’과 ‘생명의 소중함’과 같은 주제를 읽어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해의 부적절성을 비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고전적 가치는 우리 삶에 근본적인 문제와 관련되어 있을 때 비로소 찾아질 수 있는 것입니다. 권력자들은 권력이 빌려 쓰는 것이라는 것을 인식할 때 참된 권력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차마설>은 ‘고전적 가치’를 가지는 것입니다. 많은 수강생들은 고전적 가치를 문학사적 의의로 환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문학사적 의의는 충분한 검증 절차를 거친 것도 아닐 뿐 아니라 고전적 가치와는 무관한 것입니다. <청산별곡>이 고전적 가치를 가진다면 그것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삶의 방향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와 관련된 것입니다.
    셋째, 자신이 이해하고 있는 내용을 논리적인 문장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문제에 대한 답안은 그 자체로 충분히 이해될 수 있게 표현되어야 합니다만 많은 학생들은 자신이 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분석이란 대상을 설명하는 방식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를테면 ‘고외마른’을 분석하려면 ‘고요(체언)+ㅣ마른(조사)’으로 나누어 각각의 의미와 기능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후렴을 가창하는 방식을 추론하여 가창 효과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선 가창 방식을 정확하게 추론하고 그러한 가창 방식으로 가창할 때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를 설명하여야 합니다만 많은 학생은 가창 방식은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넷째, 기본적인 용어의 개념을 모르는 학생이 많습니다. 아주 쉬운 말들이지만, 적절성, 타당성, 분석, 효과 등의 개념 자체에 대해 모르고 있는 학생이 너무 많습니다. 국어교사가 되고자 하는 학생이면 무엇보다 용어의 정확한 개념을 먼저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청산별곡>에 대한 읽기 내용이 참고서와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며 우려를 표명한 학생에 대하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현행 교과서에는 <청산별곡>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습니다. 참고서는 그야말로 참고서일 뿐 그 내용이 지식이라고 누구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교사들이 맹신하고 있는 것이 문제일 뿐입니다. 참고서에 의존하는 교사는 가장 모자라는 교사라는 점을 말씀드리는 것으로서 우려에 대한 답을 가름하고자 합니다.
    국어교사는 무엇보다 학습 제재로 주어지는 텍스트에 대한 이해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자신이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면 교사로서의 능력을 갖추지 못한 셈입니다. 대학 4년 과정이 그러한 능력을 충분히 갖출 수 있는 과정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임주탁 白

    May 05, 2005 09:3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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