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황지우, 뼈아픈 후회
  • 관리자
  • 작성일 : 2018-04-04 06:43:26
    뼈 아픈 후회-황지우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나에게 왔던 모든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 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바람에 의해 이동하는 사막이 있고
    뿌리 드러내고 쓰러져있는 갈퀴나무,그리고
    말라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리는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그 고열의
    에고가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있다
    아무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도덕적 경쟁심에서
    내가 자청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나를 위한 나의 희생,나의 자기부정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알을 넣어주는 바람뿐
    뼈아픈 후회 [3년 후 시집에 실으면서 개작함]- 황지우 -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에 언제나
    부우옇게 이동하는 사막 신전
    바람의 기둥이 세운 내실에까지 모래가 몰려와 있고
    뿌리째 굴러가고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린다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끝내 자아를 버리지 못하는 그 고열의
    신상이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내가 자청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한낱 도덕이 시킨 경쟁심
    그것도 파워랄까, 그것마저 없는 자들에겐
    희생은 또 얼마나 화려한 것이었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의 말을 넣어주는 바람이
    떠돌다 지나갈 뿐
    나는 이제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
    그 누구도 나를 믿지 않으며 기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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