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공선옥, 나는 죽지 않겠다
  • 관리자
  • 작성일 : 2018-04-04 06:50:22
    소설 공선옥 '나는 죽지 않겠다' 

    저녁 도시락을 까먹었다. 친구들은 학교 식당에서 점심과 저녁을 먹는다. 나는 점심만 식당에서 먹고 저녁은 도시락을 먹는다. 도시락을 먹고 나서 도시락 먹는 아이들끼리 매점으로 갔다. 나는 매점에 가지 않는다. 그러나 매점에 갔다 온 아이들이 언제나 내게도 과자와 빵과 음료수를 준다. 나는 그것들을 먹고 싶어서 먹는 것은 아니다. 내가 안 먹으면 그것이 더 어색하여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먹는다. 아니, 먹어 준다. 고등학생인 우리들은 더 이상 어린애들이 아니므로, 먹을 것이 생기면 아무렇지도 않게 나눠 먹고 나눠 먹어 준다. 그러나, 나눠 주는 사람이야 별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나누어 준 것을 먹어 주는 사람 입장은 다르다. 나는 매번, 과자나 음료수를 먹어 줄 때마다 목구멍이 따갑다. 오늘 나는 아이들과 함께 매점에 갔다. 과자와 빵과 음료수를 내 돈으로 샀다. 다른 아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는 그것들을 아이들 앞에 펼쳐 놓았다. 우리는 아무 생각이 없는 것처럼, 아무 생각 없이 먹었다.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간식들을 먹는 내가 그러나, 극심한 희열과 그리고 그에 못지않은 극심한 불안감에 치떨고 있다는 것을 누군가는 알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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