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설 속의 철학
  • 관리자
  • 작성일 : 2018-04-12 12:58:59
    소설속의철학
    김영민, 이왕주 공저


    장 보드리야르는 없는데도 있는 것처럼 보이는 탈 만들기를 시뮬라시옹이라고 불렀다. 흔히 말하는 위선이니 기만은 이러한 시뮬라시옹이 만들어내는 여러 탈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일단 만들어진 탈 속에 갇히게 되면 아무도 자신의 힘만으로는 빠져나올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이 가짜인 탈이 진짜가 되고 진짜는 탈 속에서 질식되어 죽거나 사라져버린다. 이를테면 가짜 자아의 탈 속에 감금된 나는 필경 내 자아를 잃어버리고 스스로에게 아주 낯설어지고 만다. 소외된 인간이란 이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 이렇게 해서 탈은 내 자아의 알리바이가되는 것이다. - 전상국, 우상의 눈물


    대자란 사람의 의식을 말하고 즉자는 이것을 제외한 모든 것을 뜻한다. ... 사르트르는 이렇게 고민하는 대자를 실존이라 불렀다. ... 자신이 선택하는 삶을 핑계할 수 없게 만드는 그 막막한 자유 때문에 대자는 불안하고, 이 삶은 오직 내가 살아가야 하는 삶이어서 실존은 고독하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뇌할 때 모든 실존은 필경 자신을 먼저 되돌아 살피게 되는 법이다. 이것이 사르트르가 말하는 의식의 '자기 반성'이다. ... 이 실패를 완벽하게 변명하는 방식은 무엇인가. 그것은 자신을 즉자로 위장하는 것이다. ... 이것이 사르트르가 '자기 기만'이라고 불렀던 비열한 실존의 속임수다. 그에 따르면 이 속임수야말로 반드시 실패할 운명에 처해진다. 속이는 자가 바로 속임을 당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어, 어쩔 수 없어. 그러나 이것은 변명이다. 탄로난 속임수 앞에서 나는 부끄러워진다. ... 김승옥이 부끄러움을 느꼈던 그 속임수에 사르트르는 구토를 느꼈다. 이것이 사르트르가 '구토'라는 소설을 쓴 진짜 이유다. - 김승옥, 무진기행


    '이 살아 움직이는 것은 그다지 오래 가지 않아 죽을 것이다. 그때 가서 몸은 호무스에게서 온 것이므로 호무스가 가지고 영혼은 제우스에게서 온 것이니 제우스가 가져라. 그러나 살아 있는 동안은 만들어낸 신 쿠라의 것이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이 신화를 해석하는 한 권의 어렵고 복잡한 책을 썼다. ... 이 책의 결론에 따르면 인간에게 확실한 것은 두 가지뿐이다. 죽음을 향한 존재라는 것과 살아 있는 동안 근심에 허덕여야 한다는 것이다. ... "인간은 살아 있는 동안 근심의 존재요, 그 길 끝에는 오직 죽음만이 기다리는 비극적 존재다. 하지만 그 존재는 흔히 평균화된 익명의 존재로 자신을 위장함으로써 이 삶의 비극적 상황으로부터 벗어나려 한다." - 오정희, 동경


    현상학을 창안한 철학자 후설은 앎에의 태도를 두 가지로나누었다. 하나는 자연적 태도고 다른 하나는 현상학적 태도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일상에서 전자를 통해 앎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후설에 따르면 그런 앎은 거짓이거나 환상, 또는 기껏해야 믿음일 뿐이다. 진리니 본질이니 하는 것은 오직 후자의 태도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 전자에서 후자로 넘어가려면 마치 신앙을 바꾸는 것과 같은 단호한 태도의 전향이 필요하다. 그 전향의 한 절차가 판단 중지 또는 괄호치기다. 이것은 내가 가진 모든 앎을 의심 가능한 것으로 묶어 의문 부호를 붙여둠으로써 그 명증성을 유보시키고 그 진리 주장을 일단 무력화시키는 장치다. 판단중지된 나의 일상, 괄호 속에 묶인 나의 사랑은 칼라에서 졸지에 흑백으로 탈색되고 만다. 이렇게 되면 세상이라는 것도 별수없이 하나의 '현상'으로 꼼짝없이 묶여든다. 후설은 삶의 진리나 사랑의 본질을 제대로 보려면 이런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 신경숙, 풍금이 있던 자리
    타인의 시선은 지옥이다 - 사르트르

    "언젠가 20세기는 들뢰즈의 세기가 될 것이다." ... 그 들뢰즈가 ... 살고 있던 아파트에서 뛰어 내림으로써 70세의 생을 마감한 것이다. ... 들뢰즈의 철학은 나누고 쪼개어 고정시키고 밀폐시키는 문화나 제도의 폭력에 대한 저항으로 요약된다. 그의 대안은 끝없이 탈주하고 분열하는 유목민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이른바 그의 유명한 '유목론'이다. 여기서 유목민이란 조직, 코드, 회로 등 다양한 통제와 구속의 덫들에서 벗어남으로써 기계의 지배 영토를 넘어서는 해방된 영혼을 말한다. - 쥐스킨트, 좀머씨 이야기

    August 06, 2005 10:2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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