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잊은 그대에게

By in (신)장이넷, 글짓기, 책분류 on 2017년 8월 19일

<시를 잊은 그대에게> 정재찬, 휴머니스트, 2015

 

현대의 어떤 예술은 작품 자체보다 해설이 더 감동을 줄 때가 있다. 시란 본디 그러한 예술에 속한 장르는 아니지만, 많은 이들이 시를 잊고 사는 이 메마른 시대에 시보다 더 감동적인 시 해설서가 나왔다.

이 책은 한양대학교에서 개설된 시 강의를 책으로 옮긴 책이다. 부제가 “공대생의 가슴을 울린 시 강의”이다. 별, 가난, 기다림, 아버지 등 12개의 소재/주제를 가지고 그것을 공유하는 시, 소설, 노래, 영화, 그림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독자의 감수성을 자극한다. 어쩐지, 강의할 때의 제목은 ‘문화혼융의 시 읽기’였다고 한다.

예를 들어 별에 대한 장에서는,

 

남은 별만 둘이서 눈물 흘린다. -방정환, 「형제별」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광섭, 「저녁에」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히 멀듯이 -윤동주, 「별 헤는 밤」

 

이렇게 별과 관련한 고독의 이미지를 모아서 보여주는가 싶더니 영화 <라디오 스타>의 대사 “혼자 빛나는 별은 없어. 다 빛을 받아서 반사하는 거야.”를 통해 인기 스타의 고독을, 그리고 평생 고독 속에서 살다간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별이 빛나는 밤>을 통해 가서 닿을 수 없는 곳을 동경하는 근원적인 고독으로 주제 의식의 정점을 찍는가 싶더니 고흐에게 바치는 노래, 돈 매클레인의 팝송 <빈센트>를 인용해 “사람들은 들으려 하지 않았죠. … 아마 그들도 지금은 듣고 있을 거예요.”라고, 독자를 위로하며 끝맺는다.

사람을 웃겼다 울렸다 하면서 감동을 주는 이 책은 그러나, 똑똑한 책이다. 김소월의 시를 어떻게 감상할지, 김수영의 시 「눈」을 어떻게 감상할지, 어지간한 자습서나 시 해설서보다 훨씬 쉽게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지향점을 정확히 안다는 점에서도 똑똑한 책이다. 마지막 구절은 이렇다.

“이 책을 덮고 시집을 펴라, 시를 잊은 그대여.”

이 책을 감동적으로 읽은 당신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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