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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그 중 몇 개. 

– 그녀와 자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을 것같았으나, 돈을 지불하는 것은 좀 이상할 것같았다. 그리고 나는 그 옛날 섹스가 산불처럼 공짜였던 시절을 떠올렸다. 정말로 산불처럼 공짜였던 것이다. 

– 나는 운전하는 것을 단념하고, 시트에 몸을 깊숙히 파묻고 다시 담배를 피웠다. 모든 것이 먼 세계에서 일어난 일 같았다. 쌍안경을 반대쪽에서 들여다보았을 때처럼, 이상하게도 사물이 선명하고 부자연스러웠다. 

– 그는 왼손을 쫙 펴더니 자기 턱을 비벼댔다. 자란 수염이 메마른 소리를 냈다. 팽팽하게 잡아당긴 얇은 종이 위를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소리였다. 

– 사촌동생도 나와 마찬가지로 바깥풍경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의 시선은 마치 서치라이트처럼 안정되어 있지 않았다. 

– 스포츠카에는 중년남자가 혼자 타고 있었다. 자동차는 햇빛을 받아 무척 기분좋게 빛나고 있어서, 마치 너무 성장한 벌레처럼 보였다. 

– 난쟁이의 춤은 관객의 마음속에 있는, 평소에는 사용되지 않아서 그런 것이 있는 것을 본인조차 깨닫지 못한 감정을-마치 물고기의 내장을 빼내는 것처럼-끌어낼 수가 있었던 것이다. 

– 하지만 말을 걸어볼 생각이라면 단념하는 게 좋을거야. 어쨌든 거북이 등처럼 딱딱한 여자니까 말야. 

– 가장 거대하고 가장 조용한 것이 아빠 캥거루다. 그는 재능이 다한 작곡가와도 같은 얼굴로, 먹이 통속에 있는 초록색 이파리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 삿포로 거리에서 눈은 그다지 로맨틱한 게 아니다. 그것은 평판이 나쁜 친척같아 보인다. 

– 텔레비젼 카메라는 정지한 채로 그녀의 허리 위쪽을, 인내력이 강한 육식동물같은 시선으로 가만히 비춰주고 있었다. 

– 그러나 기관총이라는 것은, 그 요란스러움에 비해 그다지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고기를 다지는 데에는 적합하지만 사람을 정확히 죽일 수 있는 무기는 아니다. 말이 많은 여자 칼럼니스트와도 같다. 요컨대 경제효과의 문제이다.

ㅍㅍㅅㅅ에서 추천한 책 중에 네 권을 오늘 읽었다.(추천 글 링크를 못 찾겠음)

  1. 행복의 기원
  2.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3. 와이저
  4. 만물의 공식

2의 실험 연구가 3에, 3의 실험 연구가 4에 소개 되어 있었다.  1.행복의 기원은 연결고리가 없나 하면서 읽었는데, 4.만물이 공식에서 알고리즘은 이유와 목적을 따지지 않는다. 그냥 그런 결과가 나올 뿐이다. 라고 하는 점에서 1.행복의 기원에서 말하는 행복은 목적이 아니라 생존과 번식에 필요한 행위를 계속 하게 만드는 강화자극일 뿐이고, 사회적 관계에서 초래되는 결과일 뿐이라는 점에서 큰 주제가 연결되는 듯하다.

영어로 표현한다면, ‘becoming(~이 되는 것)’과 ‘being(~으로 사는 것)’의 차이는 상당히 크다. 재벌집 며느리가 되는 것과 그 집안 며느리가 되어 하루하루를 사는 것은 아주 다른 얘기다. 하지만 우리는 화려한 변신의 순간에만 주목하지, 이 삶을 구성하는 그 뒤의 많은 시간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않는다.

행복은 복권 같은 큰 사건으로 얻게 되는 것이 아니라 초콜릿 같은 소소한 즐거움의 가랑비에 젖는 것이다. …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이다.

몇 해 전부터 우리 대학에서는 심리학을 전공하려는 학생 수가 급증했다. 그러다 보니 학점이 좋은 학생부터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된 적이 있다. 그 당시 심리학 전공을 선택한 한 학생에게 이유를 물어보았다. 의외의 답이 나왔다. 심리학에 특별한 관심이 있어서라기보다, 높은 학점이 ‘아까워서’ 심리학을 전공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 행복의 기원, 서은국 지음(21세기북스,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