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국어 1. 문학의 즐거움 (1) 새봄

중학교 1학년 1대단원 1소단원. 물론, 교과서 편제상으로 그렇고, 수업을 맨 먼저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다하더라도 참으로 부담되는 단원이다.

벚꽃 지는 걸 보니/푸른 솔이 좋아//

푸른 솔 좋아하다 보니/벚꽃마저 좋아//

“이 시에서는 쉽게 지는 벚꽃과 변함없는 푸른 솔이 대비되고 있습니다. 벚꽃은 무슨 나무에서 필까요? 벚나무죠. 푸른 솔은 무슨 나무를 말하나요? 소나무죠. 그럼 소나무에서 피는 꽃은 무슨 꽃일까요? 솔꽃이겠죠? 벚꽃/벚나무, 솔꽃/소나무에서 대비의 짝을 이루는 것은 무엇과 무엇인가요? 벚꽃-솔꽃, 벚나무-소나무네요. 화자는 벚꽃과 소나무를 대비했는데, 정확하게 대비하려면 벚꽃과 무엇을 대비해야 하나요? 벚꽃과 솔꽃이겠네요. 벚꽃은 쉽게 진다고 했는데, 그럼 솔꽃은 오랫동안 변함없을까요? 아니죠. 솔꽃도 쉽게 집니다. 그럼 소나무에서 변함없는 것은 무엇인가요? 솔잎이잖아요. 그럼 벚잎은 쉽게 질까요? 솔잎보다는 쉽게 지겠네요. 그럼 벚나무의 나무 줄기는 오래 못 살고 빨리 죽나요? 꽃이나 잎은 쉽게 져도 나무 줄기는 늘 그대로잖아요. 변함없다는 말이죠. 표로 정리하면 이렇겠네요.

나무 이름

열매

줄기

벚나무

벚꽃

벚잎

버찌

벚나무

소나무

솔꽃

솔잎

솔방울

소나무

속성

쉽게 진다

벚잎은 쉽게 지고

솔잎은 변함없다

쉽게 진다

변함없다

소나무에도 쉽게 변하는 부분이 있고 벚나무에도 변함없는 부분이 있네요. 그런데 왜 화자는 굳이 벚나무의 꽃이 쉽게 지고 소나무의 푸른 잎이 변함없다고 했을까요? 불공평하지 않나요? 미녀 A의 얼굴과 미녀 B의 무릎을 보여 주고 누가 더 예쁜가 묻는 것과 같잖아요. 이런 식으로 대비를 하는 것은 엉터리 대비가 되기 쉽죠.

이렇게 바꾸어 볼까요? ‘솔꽃 지는 걸 보니/벚나무 줄기가 좋아/벚나무 줄기 좋아하다보니/솔꽃마저 좋아’ 결국 이 시에서 벚꽃이냐 푸른 솔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언가 쉽게 변하는 것과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두 사물을 끌어온 것일 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때 다른 사물을 끌어오는 것을 ‘비유’라고 합니다.

더 깊이 생각해보면,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언가 반대되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라는 속성을 가져온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쪽이 다른 한쪽과 반대되는 특징만 가진다면 어떤 것이든 벚꽃과 푸른 솔 자리에 바꿔 들어갈 수 있는 것입니다. 주위에서 그런 예를 찾아봅시다. 이런 건 어떨까요? ‘나쁜 아이 보니 착한 아이 좋아/착한 아이 좋아하다 보니 나쁜 아이도 좋아’, ‘장애인 보니 비장애인 좋아/비장애인 좋아하다 보니 장애인도 좋아’, ‘죽는 것 보니 사는 것이 좋아/사는 것 좋아하다 보니 죽는 것도 좋아’ 등이 다 말이 되죠? 이렇게 다양한 의미를 짧은 글 속에 숨기고 있는 것을 ‘함축’이라고 합니다.

앞서 말한 ‘비유’와 방금 말한 ‘함축’이 바로 시라는 갈래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화자의 마음이 달라지지요? 그 이유가 대상, 즉 벚꽃과 소나무가 달라졌기 때문인가요, 대상은 그대로인데 마음만 달라진 건가요? 벚꽃이 진다거나 소나무가 푸르다거나 하는 것은 자연의 이치에 따른 것일 뿐인데 화자가 마음대로 가치를 부여해서 좋아했다가 싫어했다가 하는 것이죠? 그러면 이 시는 벚꽃과 푸른 솔이라는 대상에 대해 말하고 있나요, 그 대상을 바라보는 화자의 마음에 대해서 말하고 있나요? 바로 화자의 마음에 대한 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혹시 학원에서 이 시의 주제가 ‘벚꽃과 푸른 솔의 조화/조화로운 삶의 필요성’이라고 배웠다면 한 번 생각 보세요. 그 조화는 화자의 마음속의 조화인가요, 대상끼리의 조화인가요? 벚꽃과 소나무는 이미 조화롭게 살고 있었는데, 화자가 그것을 몰랐을 뿐인 거죠. 그러니 주제는 대상에 대해서가 아니라 화자의 마음에 대해서 잡아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만히 있는 벚꽃을 이유도 없이 싫어했다가 좋아했다가 하는 것은 화자의 마음 속에 차별하는 마음이 들어있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나중에 화자는 차별 없이 둘 다 좋아진 거죠? 따라서 이 시의 주제는 ‘차별하지 말자’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선데이 서울, 비행접시, 80년대(略傳) / 권혁웅

나의 1980은 먼 곳의 이상한 소문과 무더위, 형이 가방 밑창에 숨겨온 선데이 서울과 수시로 출몰하던 비행접시들 술에 취한 아버지는 박철순보다 멋진 커브를 구사했다 상 위의 김치와 시금치가 접시에 실린 채 머리 위에서 휙 휙 날았다 나 또한 접시를 타고 가볍게 담장을 넘고 싶었으나…… 먼저 나간 형의 1982년은 뺨 석 대에 끝났다 나는 선데이 서울을 옆에 끼고 골방에서 자는 척했다 1980년의 선데이 서울에는 비키니 미녀가 살았다(畵中之餠)이라 할까 지병(持病)이라 할까 가슴에서 천불이 일었다 브로마이드를 펼치면 그녀가 걸어나올 것 같았다 1987년의 서울엔 선데이가 따로 없었다 외계에서 온 돌멩이들이 거리를 날아 다녔다 TV에서 민머리만 보아도 경기를 일으키던 시절이었다 잘못한 게 없어서 용서받을 수 없던 때는 그 시절 끝이 났다 이를테면 1989년, 떠나간 여자에게서 내가 건넨 꽃은 조화였다 가짜여서 내 사랑은 시들지 않았다 후일담을 덧붙여야겠다 80년대는 박철순과 아버지의 전성기였다 90년대가 시작된 지 얼마 안되어 선데이 서울이 폐간했고(1991) 아버지가 외계로 날아가셨다(1993) 같은 해에 비행접시가 사라졌고 좀더 있다가 박철순이 은퇴했다(1996) 모두가 전성기는 한참 지났을 때다

– 시집 <마징가 계보학> 2005년 창비 [출처] 선데이 서울, 비행접시, 80년대(略傳) / 권혁웅

뼈 아픈 후회

-황지우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나에게 왔던 모든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 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바람에 의해 이동하는 사막이 있고

뿌리 드러내고 쓰러져있는 갈퀴나무,그리고

말라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리는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그 고열의

에고가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있다

아무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도덕적 경쟁심에서

내가 자청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나를 위한 나의 희생,나의 자기부정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알을 넣어주는 바람뿐

뼈아픈 후회 [3년 후 시집에 실으면서 개작함]

– 황지우 –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에 언제나

부우옇게 이동하는 사막 신전

바람의 기둥이 세운 내실에까지 모래가 몰려와 있고

뿌리째 굴러가고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린다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끝내 자아를 버리지 못하는 그 고열의

신상이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내가 자청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한낱 도덕이 시킨 경쟁심

그것도 파워랄까, 그것마저 없는 자들에겐

희생은 또 얼마나 화려한 것이었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의 말을 넣어주는 바람이

떠돌다 지나갈 뿐

나는 이제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

그 누구도 나를 믿지 않으며 기대하지 않는다

절벽 – 로버트 쉴러

절벽 가까이 나를 부르셔서 다가갔습니다.

절벽 끝에 더 가까이 오라고 하셔서 다가갔습니다.

그랬더니 절벽에 겨우 발을 붙이고 서 있는 나를

절벽 아래로 밀어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나는 그 절벽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나는 그 때까지

내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있었던 일 – 이생진

사랑은 우리 둘만의 일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하면 없었던 것으로 돌아가는 일

적어도 남이 보기엔 없었던 것으로 없어지지만 우리 둘만의 좁은 속은 없었던 일로 돌아가지 않는 일

사랑은 우리 둘만의 일 겉으로 보기엔 없었던 것 같은데 없었던 일로 하기에는 너무나 있었던 일

 

김민기- 봉우리

사람들은 손을 들어 가리키지 높고 뾰족한 봉우리만을 골라서

내가 전에 올라가 보았던 작은 봉우리 얘기 해줄까 봉우리 지금은 그냥 아주 작은 동산일 뿐이지만 그래도 그때 난 그보다 더 큰 다른 산이 있다고는 생각지를 않았어 나한테는 그게 전부였거든 혼자였지 난 내가 아는 제일 높은 봉우리를 향해 오르고 있었던 거야 너무 높이 올라온 것일까 너무 멀리 떠나온 것일까 얼마 남지는 않았는데 잊어버려 일단 무조건 올라보는거야 봉우리에 올라서서 손을 흔드는거야 고함도 치면서 지금 힘든 것은 아무 것도 아냐 저 위 제일 높은 봉우리에서 늘어지게 한숨 잘텐데 뭐

허나 내가 오른 곳은 그저 고갯마루였을 뿐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저기 부러진 나무등걸에 걸터 앉아서 나는 봤지 낮은 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 작은 배들이 연기 뿜으며 가고

이봐 고갯마루에 먼저 오르더라도 뒤돌아 서서 고함치거나 손을 흔들어 댈 필요는 없어 난 바람에 나부끼는 자네 옷자락을 이 아래에서도 똑똑히 알아 볼 수 있을테니까 말야 또 그렇다고 괜히 허전해 하면서 주저앉아 땀이나 닦고 그러지는 마 땀이야 지나가는 바람이 식혀주겠지 뭐 혹시라도 어쩌다가 아픔같은 것이 저며 올때는 그럴땐 바다를 생각해 바다.. 봉우리란 그저 넘어가는 고갯마루일 뿐이라구

하여 친구여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바로 지금 여긴지도 몰라 우리 땀 흘리며 가는 여기 숲속의 좁게 난 길 높은 곳엔 봉우리는 없는지도 몰라 그래 친구여 바로 여긴지도 몰라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 사모 >

             조지훈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 있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고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눈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두고 아름다움으로 잊어 달라지만 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려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 보리라. 울어서 멍든 눈흘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한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또 한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그리고 마지막 한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느님을 위하여

 

어릴 때 내 꿈은

                                            도 종 환

어릴 때 내 꿈은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나뭇잎 냄새 나는 계집애들과

먹머루빛 눈 가진 초롱초롱한 사내녀석들에게

시도 가르치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들려주며

창 밖의 햇살이 언제나 교실 안에도 가득한

그런 학교의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플라타너스 아래 앉아 시들지 않는 아이들의 얘기도 들으며

하모니카 소리에 봉숭아꽃 한 잎씩 열리는

그런 시골학교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나는 자라서 내 꿈대로 선생이 되었어요.

그러난 하루 종일 아이들에게 침묵과 순종을 강요하는

그런 선생이 되고 싶지는 않았어요

밤 늦게까지 아이들을 묶어놓고 험한 얼굴로 소리치며

재미없는 시험문제만 풀어주는

선생이 되려던 것은 아니었어요.

옳지 않은 줄 알면서도 그럴듯하게 아이들을 속여넘기는

그런 선생이 되고자 했던 것은 정말 아니었어요.

아이들이 저렇게 목숨을 끊으며 거부하는데

때묻지 않은 아이들의 편이 되지 못하고

억압하고 짓누르는 자의 편에 선 선생이 되리라곤 생각지 못했어요.

아직도 내 꿈은 아이들의 좋은 선생님이 되는 거예요.

물을 건너지 못하는 아이들 징검다리 되고 싶어요.

길을 묻는 아이들 지팡이 되고 싶어요.

헐벗은 아이들 언 살을 싸안는 옷 한 자락 되고 싶어요.

푸른 보리처럼 아이들이 쑥쑥 자라는 동안

가슴에 거름을 얹고 따뜻하게 썩어가는 봄 흙이 되고 싶어요.

 

우리가 나중에 선생님이 되며는…☆ ㅡ도종환ㅡ

우리가 나중에 선생님이 되며는

이 땅의 가장 순박한 아이들 곁으로 갑시다

나룻배 타고 강 건너며

강물 위에 반짝이는 아침 햇살 만지며 오는 아이

등교길에 들꽃 여러 송이 꺽어와 교탁에 꽂는 아이

논둑 밭둑 땀으로 적시고 인내로 몸에 배어 달려오는

그런 아이들 곁으로 갑시다

우리가 나중에 선생님이 되며는

파도를 가르며 이 땅의 가장 궁벽진 섬으로 갑시다

어젯밤 갱도에 아버지를 묻고 검은 눈물 자국

아직 지워지지 않은 아이들 곁

지게마다 가득가득 빈곤을 지고 한 평생 땅을 파다

얼굴빛 흙빛이 된 아버지를 둔 아이들 곁으로 갑시다

그들이 삼킨 눈물

그들이 귀에 못 박도록 들은 신음소리 곁으로 갑시다

우리가 나중에 선생님이 되며는

거짓 없는 학교로 갑시다

아이들의 초롱한 눈 속이지 않는 학교로 갑시다

올곧은 말씀 진실한 언어로 가득찬 교과서 들고

교실문 들어설 수 있는 학교로 갑시다

끝종소리 들으며 진리를 바르게 가르친 보람으로

가슴 뿌듯해 오는 그런 학교로 갑시다

가서 티끌만한 거짓도 걷어내는 선생님이 됩시다

우리가 나중에 선생님이 되며는

휴전선 철조망 바로 아래에 있는 학교로 갑시다

바람부는 중강진, 개마고원 그 곳까지 갑시다

이렇게 이 나라 이 민족 역사가 그릇되었으며

어떻게 진정으로 하나되는 젊은이가 되어야 하는지 가르치다

청정하던 젊음 백발이 될 때까지 가르치다 쓰러져

그곳에 뼈를 묻는 건생님이 됩시다

 

통사론 – 박상천

주어와 서술어만 있으면 문장은 성립되지만 그것은 위기와 절정이 빠져버린 플롯같다. ‘그는 우두커니 그녀를 바라보았다’라는 문장에서

부사어 ‘우두커니’와 목적어 ‘그녀를’ 제외해버려도

‘그는 바라보았다’는 문장은 이루어진다. 그러나 우리 삶에서 ‘그는 바라보았다’는 행위가 뭐 그리 중요한가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것은 주어나 서술어가 아니라 차라리 부사어가 아닐까 주어와 서술어만으로 이루어진 문장에는 눈물도 보이지 않고 가슴 설레임도 없고 한바탕 웃음도 없고 고뇌도 없다. 우리 삶은 그처럼 결말만 있는 플롯은 아니지 않는가.

‘그는 힘없이 밥을 먹었다’에서 중요한 것은 그가 밥을 먹은 사실이 아니라 ‘힘없이’ 먹었다는 것이다. 역사는 주어와 서술어만으로 이루어지지만 시는 부사어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