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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작성일 : 2021-01-28 00:57:14
아이들 지적할 시간에 수업 한 자 더 가르치는 게 낫다.
그리고 기대가 없다는 말은.. 좀 길어지니 따로 글 써야할듯
https://blog.naver.com/konghanal/222209137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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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 : 배광호 선생님을 보면, 뭐라고 할까, 세계관? 학생을 보는 눈이 다르시다. 토론 수업할 때 어떤 아이가 준비를 하나도 안 해 왔다. 모든 아이가 다 참여하는 수업이고, 입론을 하지 않으면, 내가 보기에는 무의미한 수업이 되는 상황이었다. 거기다가 이 수업을 하기 위해 이론 수업을 오랫동안 지도하셨고, 학생들을 따로 불러서 점심 시간에 사전 지도도 하셨다. 그 무렵에는 점심 시간, 쉬는 시간 할 것 없이 모두 그 수업을 준비하는 데 쓰셨다. 모든 에너지를 동원해서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데, 한 아이가 맹탕으로 준비를 하나도 하지 않았다?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 생각해, 지켜보는 내가 다 화가 났다. 나라면 그 상황에서 아이를 면박을 주는 등, 어떻게든 내 화를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배 샘은 아무렇지 않은 듯, 그 상태를 두고 진행했다. 입론을 하지 않았으니 그 학생은 평가를 잘 못 받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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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돌아보면 화를 내지 않는 선택이 맞았던 것 같다. 왜냐하면, 그 아이의 표정 등을 보면 자기가 얼마나 부끄러운 행동을 했는지 스스로 알고, 어쩔 줄 몰라했다. 교사가 한마디를 더 얹는 것이 아이에게 큰 의미가 없고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막상 그런 장면을 맞닥뜨리면 잘 안 되지 않나. 수업이 끝난 뒤 배 샘께 왜 화를 안 내시냐고, 화가 안 나셨냐고 여쭤보았다. ‘기대감이 없다’고 얘기하셨다. 내가 듣기로는 아이들에게 기대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기본적으로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을 하지 않으신다. 조언을 하실 때는, 상대가 조언을 해 달라고 요청했을 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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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 배 선생님의 학생관, 교육관과 연결이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과 해도 소용없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판단이 빠르시다는 이야기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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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 : 맞다. 그 말이다. 화법이라는 게 매뉴얼로 익숙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학생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말을 하고 멈출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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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하고 가르쳐야 할 대상이라면 끊임없이 내가 무언가를 요구하는 말을 하겠지. 하지만, 배 선생님은 학생을 그 자체로 자기 개성을 가진 존재, 온전하고 독립적인 인간, 나와 동등한 주체적인 한 인간으로 보신다.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존재.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어떻게 세워지는가가 대화법에서 중요한 것 같다. 연습한다고 되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작위적으로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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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호 : 연습하면 된다(웃음).
(최시원 선생님이 언급하신) 그때 상황이 떠오른다. 토론 실습 시간인데, 해 올 것으로 기대했는데 준비를 안 해 왔다. 그러면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문제 상황이다. 그때 나의 가장 큰 목표는 무엇인가? 수업이 진행되는 것. 그런데, 수업이 진행되려면 아이들과의 관계가 깨지면 안 된다. 내 마음은 짜증나고, 화를 내고, 괘씸했다.(시: 그런 감정이 나오긴 하셨어요? 광 : 물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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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수업에 늦게 오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짜증내고 야단치는 것은 내게 도움이 안 된다. 왜냐하면 시간이 없다. 시간이 없다면서 수업 이외의 것에 시간을 쓰는 것은 모순이다. 수업진행이 되려면 지금이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 그러러면 화를 내면 안 된다. 화를 낼 시간이 없다.
그때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만큼 하게 해야 수업 진행을 할 수 있다. 점수는 그 상황을 반영해서 주면 되는 것. 그 생각이 앞섰다. 화나 짜증이 안 난 것은 아니었다. 내 생각과 욕심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화를 안 내는 것이 답이었다.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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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 와, 멋지다. 굉장히 합리적이다. ‘내가 지금 진짜로 원하는 게 뭔가’. 수업을 진행하는 것. 그럼 내가 지금 뭘 할 수 있지? 화를 내는 건 부차적인 문제, 아이들이 수업에 들어오도록 하는 것. 화를 낼 시간도 없을 뿐더러, 내가 화를 내면 그 감정이 학생들 30명에게 전파되고, 부정적인 감정이 퍼지면 수업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사라져버린다는 말씀. 굉장히 합리적이고 멋지시다. 언제부터 이럴 수 있었나요?! 감탄! 감탄!
나중에 생각하면 그게 합리적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 당시에는 감정의 노예가 되어 휘둘리고 만다. 보통 내공이 아니시다. 이 내공을 쌓는 방법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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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호 : 메타인지가 필요하다. 내가 화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왜 화났는지,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내 욕구를 충족시키는지를 알아야 한다. 화를 내야 충족이 된다면 화를 내고, 그렇지 않다면 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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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수업 내용이 공감 대화가 아닌가. 공감대화를 가르치면서 공감을 못한다면 자체 모순이다. 아이들에게 누군가의 사정을 알아주라고 말하면서 나는 시간 진행 때문에 짜증을 내면, 수업 내용과 안 맞다. 나로서는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늦었으니 빨리 해야지, 짜증낼 이유도 없고, 시간도 없다. 그리고 내가 짜증을 내면 애들도 짜증난다. 내 목표는 수업을 잘하고 싶은 것이다. 학생들이 짜증내면 수업이 안 된다. 내 욕구와 행동이 맞지 않게 된다. 그러려면 짜증을 안 내야 한다. 단, 30-40분이라도 시간을 건져야지. 절박한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