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주는 문장을 쓰는 법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13527021 『문장의 일』, 스탠리 피시, 윌북(2019) 글쓰기 책은 많다. 이 책도 결국엔 좋은 글을 쓰도록 돕는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은 ‘글’보다는 글을 이루는 도구인 ‘문장’에 집중한다. 저자는 “문장, 주어와 서술어를 갖춘, 완결된 생각을 나타내는 최소의 단위.”라는 정적인 개념에서 탈피하라고 일갈한다. 저자는 자신이 고른 좋은 문장들을 분석하여 그것이 왜 좋은 문장인지 분석한다. 좋은 문장의 단어 배열을 설명하고 수식 관계가 나타내는 효과를 설명하고 그리하여 그 문장이 다른 문장에 비해서 왜 좋은지 증명한다. 그리고는 어떻게 하면 그런 문장을 쓸 수 있는지 설명한다. 그 방법은 너무 간단하여 헛웃음이 나온다. 좋은 문장을 흉내내어 써 보라는 것이다. 마지막 4할타자 테드 윌리엄스의 마지막 홈런을 존 업다이크는 이렇게 썼다. “볼이 하늘에 떠 있는 동안 이미 전설이 되었다.” <문장의 일>의 저자는 “그는 잉태되기도 전에 하버드 대학에 등록했다.”, “첫 번째 서브를 넣기 전에 이미 그는 이겼다.”처럼 연습하라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비슷한 구조의 문장을 쓰기 위해서는 문장의 구조를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 조너선 스위프트의 “지난주에 살가죽이 벗겨진 여자를 보았다. 여러분은 믿을 수 없을 것이다. 그 탓에 그 사람이 얼마나 더 나빠졌는지.”를 보고 “어젯밤 피자 여섯 판을 먹었다. 내 상태가 얼마나 나빴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쓰는 것은 별로 도움이 안 된다. 스위프트의 원래 문장이 어떤 구조로 되이 있는지를 알지 못하고 흉내었기 때문에 좋은 문장의 형식을 갖추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 중요한 것은 ‘형식’이다. 저자는 좋은 문장을 종속 형식, 병렬 형식, 풍자 형식으로 나누어 ‘문장이 하는 일’을 정확하게 알려준다. 예를 들어 애거사 크리스티가 지은 『복수의 여신』의 첫 문장 “오후마다 미스 제인 마플이 치르는 의식은 두 번째 신문을 펼치는 일이었다.”를 인용하여 미스 마플이 오후마다 치르는 ‘의식’이라는 단어가 ‘습관’과 어떻게 다른지, ‘신문을 펼치는’이 ‘신문을 보는’에 비해 정보를 질서 정연하게 모으는 마플의 모습을 어떻게 더 잘 드러내는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다양한 출처에서 정보를 끌어모아 결국 모든 것을 알아내고야 마는 미스 마플의 ‘탐정’ 이미지에 쐐기를 박는 ‘두 번째 신문’라는 단어의 기능을 설명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단어와 문장이 하는 일에 너무 신경 쓰여 한 줄 한 줄 쓸 때마다 손끝이 떨린다. 한 줄 한 줄이라고 쓸지 한 문장 한 문장이라고 써야할지 때문에 신경이 예민해진다. 그 거슬림을 설렘으로 느낄 수 있는 사람만이 좋은 문장에 도달할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좋은 문장’에 도달한다고 꼭 ‘좋은 글’에 도달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가 『프랑켄슈타인』의 마지막 문장, “그는 곧 파도에 휩쓸려 어둠 속 먼 곳으로 사라져갔습니다.”를 분석하면서 ‘곧’이 ‘파도에 휩쓸려’의 앞에 있을 때와 뒤에 있을 때 달라지는 속도감을 설명했듯이, ‘좋은 문장들’을 어떤 순서로 나열하느냐에 따라 좋은 글이 되기도 하고 나쁜 글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괜찮다. 문장들을 어떻게 나열해야 좋은 글이 되는지를 알려주는 책은 시중에 많으니, 문장 하나만큼은 끝내주게 쓰게 해 주는 이런 책도 필요하지 않은가.(않을까? 않겠는가? 문장을 쓰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1,657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