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 수학, 처음부터 이렇게 배웠더라면
지은이: 박병하
출판사: 행성 B:온다
출간일: 2012
“한국에서 유일한 영문법”이라는 영어 강의가 있다. 이 강의에서는 익숙한 문법 용어 그 자체의 의미를 상세히 알려 준다. ‘to 부정사’는 왜 ‘부정(不定)사’인가? ‘to’ 뒤에 붙는 동사는 그 의미와 개수를 ‘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분사’는 왜 ‘p.p.’인가? 과거분사는 ‘과거동사(Past)의 부분(Part)으로 만든 새로운(ciple) 단어’이기 때문이다, 등등. 그 강의를 처음 들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문법 용어의 뜻을 알고 나니 기능과 쓰임은 저절로 이해가 되었다. 나는 “영문법 처음부터 이렇게 배웠더라면!” 하고 생각했다.
중학 수학, 처음부터 이렇게 배웠더라면은 바로 그런 책이다. ‘중학 수학’으로 한정을 하였기 때문에 다루는 내용이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범위 안에서 다루는 모든 개념과 용어에 대해 철저하고 꼼꼼하게 정의부터 내리고 시작한다. 그 정의는 다음 내용을 설명할 때 반복되고, 완벽한 정의인지 끊임없이 검증하며 때로는 생각할 거리나 연습 문제의 형식으로 독자에게 그 검증을 요구하기도 한다.
책의 앞부분에서 자연수란 무엇인가? 유리수란 무엇인가? 무리수란 무엇인가? 등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해 놓은 글을 읽고 있으면 ‘수’라는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을 지켜보는 듯한 신비로움이 느껴질 정도이다. 그러나 ‘수’는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없다. 연산이 가능해야 비로소 ‘수’로서 인정받는다. 수의 연산을 검증할 때에도 그 간단한 ‘교환 법칙, 결합 법칙, 분배 법칙’에 집착하는지 의문이 들지만 ‘덧셈이란 무엇인가’에서 출발하여 ‘함수의 연산’까지 읽고 나면 비로소 저자의 의도를 깨닫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장점뿐인 이 책에서 단 한 가지 단점은, ‘중학생’이 혼자 읽기에는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다. 최소한 중학교 3학년 과정을 마친 학생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그게 사실은 이런 뜻이었구나, 처음부터 이렇게 배웠더라면!”하고 무릎을 칠 때, 이 책의 진가가 발휘되리라 본다. 그러니, 제목도 애초에 중학 수학, 처음부터 이렇게 배우자가 아니라 중학 수학, 처음부터 이렇게 배웠더라면으로 정해질 운명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