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서평] 철학적 사고로 배우는 과학의 원리
  • 관리자
  • 작성일 : 2018-03-28 12:25:10
      양자역학에 이중슬릿 실험이 있다. 판에 두 개의 슬릿(틈)을 뚫고 ‘전자(電子)’ 하나를 쏜다. 전자는 하나의 틈만을 통과하여 스크린에 도달한 뒤 한 점에서 관측된다. 전자를 한 번에 많이 쏘면, 전자들이 두 개의 틈을 지나면서 서로 간섭하여 스크린에 간섭무늬를 만든다. 전자 하나를 쏘는 일을 반복한다면? 전자들은 스크린에 하나씩 모여 결국 간섭무늬를 만든다.
      한 번에 하나의 틈만 통과한 것이 분명한 이 전자들은 무엇으로부터 간섭받은 것일까?
      과학과 철학의 책 《철학적 사고로 배우는 과학의 원리》는 이 질문을 경계로 과학에서 철학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두 개의 틈을 동시에 통과하며 간섭을 일으킨 것은 바로 ‘틈을 통과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들이다. 비유가 아니다. 간섭은 파동이 두 틈을 동시에 통과할 때에만 발생한다. 물질로 존재해야할 전자가 틈을 통과할 때는 ‘가능성’으로서 존재한다는 말이다.
      이것만으로도 이상한데 이 책은 생각을 이어 나간다. 전자가 물질이라면 인간의 몸도 결국 물질이다. 전자가 가능성의 존재라면 인간 역시 가능성의 존재이다. 지금 내 앞에 나타난 당신은 이 길 또는 저 길을 거쳐서 나에게 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이 길을 거쳤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인 상태로 두 길을 동시에 지나왔다는 뜻이다.
      그러나 당신의 입장에서도 그러한가? 당신은 하나의 길만을 지나왔을 뿐만 아니라 길을 지나면서도 여전히 물질로서 존재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또 하나의 당신이 다른 한쪽 길로 따라 왔는가?
      이 책이 제기하는 이런 문제들은 재미있다. 그리고 읽고 나면 똑똑해지는 것 같다. 책을 고를 때 이보다 더 분명한 기준이 어디 있으랴.(818/616)
     
    - 야무챠 지음, 김은진 옮김, <철학적 사고로 배우는 과학의 원리>, Gbrain,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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