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서평]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 관리자
  • 작성일 : 2018-03-28 12:24:01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1, 2
    리처드 파인만 지음 / 김희봉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0년

      리처드 파인만이라는 천재 과학자의 자서전이다.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물리학자이지만 동료들에게는 금고털이로 알려져 있었고, 브라질의 축제에서 봉고라는 악기를 연주하였고, 미국에서 개인전을 연 화가였다. 그가 자기 입으로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는 이렇게 살라는 인생의 지침이나 교훈이 되는 진리의 말씀은 없다. 그저 물리를 좋아하는 한 인간의 유쾌한 삶이 진솔하게 담겨 있을 뿐이다. 독자들은 그 속에서 저마다 다른 깨달음을 얻게 된다.
      교사로서 나에게 와 닿았던 것은, 네 가지 정도이다. 첫째, 어떤 권위에도 주눅 들지 말라는 것. 물리를 이야기할 때는 물리만 이야기하면 된다. 경력이나 학력이 주는 권위, 심지어 한 나라의 국왕이 가진 권위조차도 물리학을 이야기할 때는 언급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둘째, 천재는 계속해서 노력하는 재능(후지타 카즈히로,『꼭두각시 서커스)이라는 것. 파인만이 천재라서 저절로 금고 터는 법에 능숙해진 것이 아니다. 금고를 여는 원리를 알아내려고 여러 번의 실험을 거치고 남들 몰래 연습한 사실을 사람들이 잘 몰랐을 뿐이다. 셋째, 브라질 대학생들의 받아 적기식 물리 공부에 대한 파인만의 비판은 마치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두고 하는 말처럼 들린다는 것. 원리에는 관심 없고 교수가 말해주는 것을 달달 외우기만 하려는 수동적인 학생의 태도는 문제풀이식 수업에 익숙한 한국의 고등학생들을 보는 것 같다. 넷째, 여자를 꼬시고 싶으면 절대 아무 것도 사 주지 말라는 것. 파인만의 시대에도 ‘나쁜 남자’가 여자에게 인기가 있었나 보다.
      금고털이, 드러머, 화가가 되는 과정을 보면 '계속해서 노력할 수 있는 재능'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각 사건의 디테일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있는 것이 작품의 재미를 더해 준다. 브라질 교육에 관한 이야기, 교과서 검토에 관한 이야기는 복사해 뒀다가 '창작 영재' 수업과 '문법 교육론' 수업에 반드시 써먹어야겠다.
      마지막으로.. 논문이 나오면 그걸 바탕으로 다른 실험을 하지 말고 그 실험을 그대로 해보고 조건을 바꾸라거나, 논문의 결론을 믿기 전에 스스로 모든 계산을 새로 해본다거나, 졸업 연설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이론의 강점과 함께 약점도 제시하는 것이 진짜 과학이라는 얘기는 두고두고 새겨둘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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