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였던 오주석 씨가 특강한 것을 녹취하여 책으로 묶었다. 서양 미술에 익숙한 감상의 눈으로는 한국의 미술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는 저자의 지론을 실제 그림을 곁들이고 알기 쉬운 말로 풀어서 잘 설명하였다.
제1강부터 한국 미술 감상에 도움이 되는 주옥같은 설명들이 쏟아진다. 누구나 듣고 보면 무릎을 탁 치면서 탄성을 지를 만한 이야기들이다. 저자는 큰 그림은 멀리서 보고 작은 그림은 가까이서 봐야 된다고 이야기한다. 전시장에서 각기 크기가 다른 그림을 보는데, 벽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다음 그림, 다음 그림으로 옮겨가는 관람객은 정말 무식해 보인다는 것이다. 그림 볼 줄도 모르면서 전시장을 다녔던 옛날 일이 떠오르면서 부끄러워진다.
또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세로쓰기하던 한국의 글쓰기 방식에 따라 그림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그리고 세로로 감상해야한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마치 이것만 알아도 한국 미술의 비밀을 다 알 것 같은 놀라움을 느끼게 한다. 듣고 보면 너무 옳은 이야기라서 그동안 몰랐다는 것이 더 이상할 정도이다. 시선의 움직임이 가로쓰기 전통의 서양 그림과 다르기에 그림의 구도, 여백이 위치한 공간, 마지막 시선이 머무는 곳 등이 위에서 아래로 우에서 좌로 이동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만약 한국의 그림을 전시하면서 전시장의 동선을 좌에서 우로 이동하게 짰다면 그 전시의 질은 볼 것도 없다. 오른쪽으로 지나가면서 그림을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요즘은 중학교 음악 시간 외에 ‘국악’ 시간을 따로 정해서 수업을 하는 모양이다. 이 책을 교재로 중학교에서 한국의 미 수업도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