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서평] 정리 안 된 책상이 지저분해 보이는 당신을 위하여
  • 관리자
  • 작성일 : 2018-03-28 12:09:16
    심플은 정답이 아니다
    도널드 노먼, 이지현, 이춘희 옮김 | 교보문고 | 2012년
     
      심플이 정답이 아니라면 무엇이 정답인가? 애플의 성공 이후로 ‘심플한 디자인’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한국의 카이스트에서도 강의를 했던 인지과학자 도널드 노먼은 점점 더 단순함을 추구하는 현대의 상품 디자인 경향을 비판하고 있다.
      우리 집에 최신형 텔레비전이 있다. 검은 테두리와 화면밖에 안 보이는 깔끔한 디자인이다. 각종 버튼은 검은 테두리에 터치 센서로 숨겨져 있어서 보이지도 않는다. 이 단순함은 훌륭한 디자인인가? 텔레비전에는 온갖 기능이 들어있지만 리모컨이 없으면 작동시킬 방법이 없다. 본체에는 버튼이 전원, 볼륨, 채널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것마저 겉으로 만져지지도 않아서 어두울 때 리모컨 없이 텔레비전을 켜려면 테두리를 한없이 더듬더듬해야 한다. 그럴 때마다 짜증을 내며 텔레비전 디자인팀을 저주했던 나는 이 책의 제목만 보고도 이미 저자의 생각에 적극 동의하고 있었다.
      단순함이 아니라면 ‘복잡함’이 정답인가? 그런 이분법적인 생각이야말로 단순함의 극치이다. 세상은 원래 복잡하다. 다만 그 복잡함을 우리가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인식되지 않을 뿐이다. 즉, 제품을 단순하게 디자인하는 것이 답이 아니라, 복잡함을 통제하는 디자인이 바로 정답이다.
      나는 “네 책상은 너무 복잡해. 그래 가지고 일이 돼?”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러나 나는 좁아서 불편할 때를 제외하고는 전혀 문제가 없다. 복잡함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누가 그 책상을 깔끔하게 정리해 버리면 큰 혼란을 느낀다. 그렇다. 단순함의 반대는 복잡함이지만, 복잡함의 반대는 단순함이 아니라 혼란함이다. 그리고 혼란함의 반대는 복잡함이 아니라 이해이다. 삶이 복잡한가? 인간관계가 복잡한가? 그것은 복잡함이 아니라 혼란함이며, 삶과 인간관계를 단순하게 만들고 싶으면, 삶과 모든 관계를 끊을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이해’해야 한다.
      결국, 이러한 본질을 알고 제품을 디자인해야 된다는 말이다. 도발적인 제목과 매력적인 초반부와는 달리 뒤로 갈수록 어려워지는 내용과 약간 뻔한 결말에 힘이 빠지긴 하지만, 도발적인 제목의 매력이 사라지기 전에 단숨에 읽히는 책이다. 심플하게 디자인된 반어적인 원서의 표지와 혼란스럽게 디자인된 번역서의 표지를 비교하는 것도 작은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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