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짓기]비접촉 세상
  • 관리자
  • 작성일 : 2018-10-24 18:52:05
      집 근처에 "부산현대미술관"이 개관했다. 부산시립미술관은 집에서 엄청 멀어서 한 번 가려면 큰 맘을 먹어야 하는데 "부산현대미술관"은 가까워서 참 좋다. 학교에서 동아리 아이들 데리고 견학 가기도 딱 좋은 거리이다. 개관 기념 무료 전시회를 하기에 아이들과 가 보았다.
      그러다가 화장실에 들어 갔는데, 화장실 입구에는 문이 없었다. 화장실이 어두웠지만 일단 들어가니 저절로 불이 켜졌다. 소변기 앞에 서니 저절로 물이 내려 갔다. 볼 일을 보고 소변기에서 멀어지니 저절로 물이 내려 왔다. 세면대에서 손을 수도꼭지 가까이 가져가니 물이 저절로 나왔다. 손을 씻고 드라이기 아래에 손을 가까이 하니 저절로 따뜻한 바람이 나와서 손을 말려 주었다. 화장실을 나오니 저절로 불이 꺼졌다.
      형광등 스위치도, 물내림 레버도, 수도꼭지도, 단 한 번의 접촉도 없이 나는 화장실에서 모든 용무를 마쳤다. 아무도 없는 화장실에서 나의 움직임에 따라 불이 켜지고 물이 나오고 바람이 나오고 불이 꺼지는 걸 보니, 이 최신식 화장실 그 자체가 하나의 현대미술품 같았다. 작품 제목은 '비접촉 세상' 쯤 되려나. 인간과 인간의 접촉을 극도록 기피하게 된, 기피를 넘어 접촉이 범죄가 될 수도 있는, 우리의 현대 사회를 풍자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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