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생명의 서(書)
  • 관리자
  • 작성일 : 2018-08-12 02:26:37
    생명의 서(書)

    - 유치환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그 열렬한 고독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홀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에 회한(悔恨)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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