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는 가설에 지나지 않는 것도 러시아에서는 공리가 되어 버리거든."
"기꺼이 복종하겠습니다. 리즈. 맹세합니다. 그렇지만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만은 다르지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선 당신의 동의가 없더라도 나는 의무가 명령하는 대로 행동할 테니까요."
"물론 그래야죠. 그렇지만 알료샤, 나는 오히려 그 반대로, 그런 근본적인 문제의 경우에는 언제나 당신을 따를뿐만 아니라 어떤 문제에서도 당신에게 양보할 생각이에요."
"물적 증거는 믿는데 아무 도움도 못 되지. 도마가 신앙을 가지게 된 것은 그리스도의 부활을 목격했기 때문이 아니라 전부터 믿고 싶었기 때문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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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나오는 사람은 모조리 다 정신 병자 같다. 아니면 그것이 인간의 본래 모습인지도 모른다. 혼란스러워하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의지가 약하고 불안해하고 폭력적이고 신경질적이고..
모든 사람의 심리에 대해 세밀한 묘사는 진정한 리얼리즘이다. 그 극단적인 이중성과 비일관성은 바로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등장인물 각각의 행동, 말, 생각과 그 변화를 통해 읽는 사람자신의 심정을 서술할 수 있는 술어의 예시를 얻게 된다. 웬지 하루키 소설의 등장인물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에 등장했다간 단 1초도 살아남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