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백 년의 고독
  • 관리자
  • 작성일 : 2018-06-07 02:03:07
    그들은 정말로 불면증이라는 병에 걸려 있었다. 어머니에게서 식물의 의학적인 효과에 대해 배웠던 우르술라는 바곳으로 물약을 만들어 모두에게 먹였지만, 아무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하루 종일 눈을 뜬 채 꿈을 꾸었다. 눈을 뜨고 꿈을 꾸는 그 혼미한 상태에서 그들은 자기 자신의 꿈 속에 나타난 이미지들을 보았을 뿐만 아니라, 몇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꿈 속에 나타나 이미지들까지 보곤 했다. 그래서, 집 안이 손님들로 꽉 차 있는 것 같았다. 식당 한 구석에서 자신의 흔들의자에 앉아 있던 레베까는 흰 아마포로 만든 옷을 입고 셔츠의 목 깃을 황금 단추로 잠근, 자기와 영락없이 닮은 남자 하나가 장미꽃 한 다발을 가져다 주는 꿈을 꾸었다. 그 남자와 함께 있던, 손이 가냘픈 여자가 장미 한 송이를 따 레베까의 머리에 꽂아주었다. 우르술라는 레베까의 꿈에 나타난 그 남녀가 레베까의 부모일 거라 생각은 했지만, 그들의 누군지 알아보려고 아무리 애를 써 보았어도, 그들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는 확신을 굳혔을 뿐이었다. 한편으로,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가 특유의 무관심을 보이는 동안 집에서 만든 작은 동물 모양의 캐러멜은 마을에서 계속 팔리고 있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들 불면증으로 푸른색이 된 달콤한 병아리들과, 불면증으로 분홍색이 된 맛있는 생선들과, 불면증으로 노란색이 된 보드라운 망아지들을 빨아대고 있었고, 그러다 보니 급기야는 온 동네 사람들이 월요일 동틀 무렵까지 깨어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당시에 할 일은 엄청나게 많은데 시간이 모자랐던 마꼰도 사람들은 잠을 안 자게 되는 것을 오히려 즐거워했다. 어찌나 열심히 일들을 했던지 이내 할일이 더 이상 없게 되었고, 새벽 세시에 시계에서 나오는 왈츠의 음표들을 세면서 팔짱을 끼고 앉아 있게 되었다. 피로 때문이 아니라 꿈이 그리워 잠을 자고 싶어했던 사람들은 피곤해지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썼다. 함께 모여 앉아 끝없이 얘기를 주고 받고, 똑같은 농담을 몇 시간씩이나 되풀이하고, 거세시킨 수탉 얘기를 신경질이 날 정도까지 비비 꼬아서 복잡하게 만들었는데, 얘기하는 사람이 그 얘기를 듣고 있던 사람들에게 거세시킨 수탉 얘기를 또 들려주기를 원하느냐고 물어, 얘기를 듣는 사람이 그러라고 대답하면, 얘기를 하는 사람은 듣고 싶다고 대답하라고 부탁한 적이 없으며 단지 거세한 수탉 얘기를 그들에게 해주는 것을 원하는지만 물었다고 말하고, 얘기를 듣던 사람들이 아니라고 대답하면, 얘기를 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대답하라 부탁한 적이 없으며 단지 거세한 수탉 얘기를 그들에게 해주는 것을 원하는지만 물었다고 말하고, 얘기를 듣던 사람들이 입을 다물고 있으면, 얘기를 하는 사람은 입을 다물고 있으라고 부탁한 적이 없으며 단지 거세한 수탉 얘기를 그들에게 해주는 것을 원하는지만 물었다고 말하고, 얘기를 듣던 사람들이 자리를 뜰라치면, 얘기를 하는 사람은 자리를 뜨라고 부탁한 적이 없으며 단지 거세한 수탉 얘기를 그들에게 해주는 것을 원하는지만 물었다고 말하는 등, 그런 식으로 며칠 밤이 새도록 지속되는 지독한 모임에서 밑도 끝도 없는 장난을 쳐대곤 했다.

    - pp. 74∼75,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조구호 옮김,『백년의고독』, 민음사, 2001.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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