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새, 오정희
  • 관리자
  • 작성일 : 2018-05-19 19:52:43
    새 - 오정희 
    "세상에 한 번 생긴 것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다고 말해 준 것은 연숙아줌마이다. 아주 먼 옛날의 별빛을 이제사 우리가 보는 것처럼 모든 있었던 것, 지나간 자취는 아주 훗날에라도 아름다운 결과 무늬로, 그것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나타난다. 부드럽고 둥글게 닳아지는 돌들, 지난해의 나뭇잎 그위에 애벌레가 기어간 희미한 자국, 꽃지는 나무, 그것을 사랑이라 부르고 그 외로움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바람은 나무에 사무치고 노래는 마음에 사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밤새 고이고 흐르던 세상의 물기가 해가 떠오르면 안개가 되고 구름이 되고 비가 되어 다시 내려서 땅속 깊이 뿌리 적시는 맑은 물로 흐르고 강이 되고 바다가 된다고, 강물이, 바닷물이 나뭇잎의 향기로 뿜어지고 어느 날의 기쁨과 한숨과 눈물이 먼 훗날의 구름이 되는 거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연숙아줌마는 라디오를 너무 듣는다. 그러나 그 말을 듣고부터 햇빛 쨍쨍한 날이면 햇빛을 따라 가녀린 떨림으로 올라가는 웃음과 한숨과 눈물, 소곤거림을 보는 듯도 하였다." 

    오오...대단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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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오정희의 새를 읽는 사람은 처음이예요." 내 사물함에 있던 이 책을 보고 누군가가 내게 말했다. 

      2004-4-29 3:03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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