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개념-뿌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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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 2018-04-12 13:03:35
    개념-뿌리들
    개념-뿌리들 / 이정우
    원인에 대한 여러 가지 이론이 있지만, 후대에 큰 영향을 끼친 가장 기본적인 원인론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원인설입니다. 오늘날에도 새겨들을 만한 이론이므로 한번 살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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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인이란 우선 한 사물을 구성하고 있는 내재적 질료이다. 청동은 [청동]조각상의 원인이고, 은은 [은]쟁반의 원인이다. 그리고 청동과 은을 포함하는 유(類) 역시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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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료인은 "그것은 무엇으로 되어 있는가?"라고 물을 때 그 대답으로서 제시되는 설명 원리죠.
    두번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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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의미에 있어서의 원인은 형상과 범형, 즉 본질의 정의[형상인]이다. 예컨대 옥타브에 대해서는 '2:1'이라는 관계, 보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수(數)이다. 원인은 또한 정의의 부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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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번째로 논의되고 있는 원인은 형상인입니다. 형상인은 "그것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으로서 제시되는 원인입니다.
    이제 질료와 형상 외에 세 번째의 원인이 요청되는데, 그것은 바로 '운동인'이죠. 이 말은 때로는 '작용인'이라고 번역되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능동인'으로도 번역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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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원인은 변화/정지의 제일 원리이다. 한 결정의 주인공은 그 행위의 원인이고, 아버지는 아이들의 원인이며, 일반적으로 행위자는 행해지는 것의 원인이고, 변화시키는 존재는 변화를 겪는 존재의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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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번째 운동인은 "무엇이 저것을 저렇게 만들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네번째 경우를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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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인은 또한 목적이다. 즉 목적인이다. 예컨대 건강은 산책의 원인이다. 결국 왜 산책을 하는가? 대답은 건강하기 위해서이며, 그렇게 말함으로써 우리는 원인을 설명했다고 생각한다. 자신과 다른 것[자신이 아닌 것]에 의해 움직여짐으로써 [자신을] 움직이게 한 존재와 [최종적인] 목적 사이에 존재하게 되는 모든 것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섭생, 정화, 치료, 기구들은 건강의 원인들이다. 이 모든 수단들이 하나의 목적을 위해 사용되고 있기 대문이다. 이 원인들 사이에서의 차이란 어떤 것들은 기구들인데 비해 다른 것들은 행위들이라는 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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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적인은 어떤 물음에 대한 답일까요? "왜?"라는 물음에 대한 답입니다. 즉 '무엇을 위해서'입니다. 운동인은 그것의 결과에 시간적으로 앞서지만 목적인은 시간적으로 뒤에 오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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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세기 철학자인 앙투안느 쿠르노는 결정론과 우연을 함께 생각했다. 쿠르노는 세계가 단 하나의 인과 게열로 이어져 있는 것은 아니며(즉 세계에는 불연속이 존재하며), 다라서 수많은 인과 계열들=갈래들이 형성된다고 본다. 그 갈래 하나 하나는 모두 결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결정론적 세게에서도 우연이 성립한다. 번개가 친 것은 기상학적 법칙에 따른 결정론적인 것이다. 또 철수가 그 날 그 장소에 간 것도 여러 심리적-사회적 상황들의 결정성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두 인과 계열이 하필이면 그 때 그곳에서 교차한 것은 우연이다. 즉 두 인과 계열은 모두 결정되어 있지만, 두 계열의 교차까지 결정되어 있던 것은 아닌 것이다. 쿠르노는 이렇게 결정론의 테두리 내에서 우연을 사유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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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은 등질적이지 않다. 별다른 사건이 없는 느슨한 시간이 있는가 하면, 숨막히도록 바쁘게 돌아가는 시간이 있다. 더 심층적으로는 각각의 시간은 잠재적 사건들을 함축한다. 공 하나로 승부가 갈리는 야구 경기에서 투수가 공을 던지기 위해 자세를 잡는 시간에는 A 팀이 이겼을 때 전개될 사건들(그 사건들로 이루어지는 '세계')과 B 팀이 이겼을 때 전개될 사건들(의 세계)이 잠재적으로 접혀 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을 때 잠재적 복수성 - 여러 가능세계들 - 에서 어느 한 갈래가 현실화된다. 시간의 그런 농축된 부분, 매듭을 '시간의 지도리'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시간의 지도리들을 열면서 인생을 살아 간다.
    우연/필연/운명/우발성/ -> 필연과 우연이 만나는 지점이 운명인 것인가?

    May 05, 2005 09:19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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