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에게 물어봐요
3년 동안 “너는 어떻게 생각하나?”, “과연 그럴까?”를 입에 달고 살았더니, 아이들도 의심하는 게 버릇이 되어 버렸다.
문법 범주를 가르치는데 ‘사동’을 설명하는 중이었다. 5반이었다.
“사동의 사는 한자로 ‘시킬 사’인데, 자기가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고 행동을 시키는 거다.”
라고 알려준 다음, 칠판에 영어 문장을 썼다.
‘I have him read.’
‘I made him read.’
“영어 좀 하나? 이거 해석해 봐.”
“나는 그에게 책을 읽게 만들었다.”
“읽는 건 누구지?”
“그요.”
“읽으라고 시킨 건 누구지?”
“나요.”
“그럼 read 말고 have, make는 뭐지?”
“사역동사요.”
“사역동사를 두 글자로 줄여 봐.”
“사..동?”
아이들은 진심으로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의심하기 시작했다.
“저거 맞아요? 선생님이 지어낸 거죠? 억지 쓰는 거 아니에요?”
나는 그것보라는 듯이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아이들을 한 번 내려다 봐 준 다음, 피동으로 넘어갔다.
3반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다. ‘설득하는 글쓰기’ 단원인데 ‘근거’에 대응하는 말을 찾으랬더니 아이들이 ‘의견’이냐, ‘주장’이냐를 놓고 의견이 갈렸다. 아이들이 물었다.
“의견이랑 주장이랑 뭐가 달라요?”
“뭐가 다를 것 같나?”
“모르겠는데요.”
한 아이가 나섰다.
“그러는 선생님은 알아요?”
“어떻게 생각하나?”
“쌤도 모를 것 같아요.”
“니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어떻게 하면 알아낼 수 있을까?”
“박사한테 물어 봐요.”
얘가 알고 하는 말인지 모르고 하는 말인지 잠시 웃겼지만 진지하게 대답했다.
“내가 지난 2월에 박사가 되었다. 이제 내가 알 것 같나 모를 것 같나?”
그 아이가 외쳤다.
“거짓말 하지 마세요.”
몇몇 아이들이 ‘진짠데?’, ‘페이스북에서 봤다.’ 이러면서 내 편을 들었다. 어쨌든 그 수업은 다음과 같이 마무리가 되었다. 한 아이가
“사전을 찾아 봐요.”
하기에,
“그럼 이 시간 마치고 도서실 가서 사전에서 찾아본 다음 교무실로 와서 알려 줘.”
하였다.
교무실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니 듣고 있던 과학과 선생님들이,
“쌤 수업 듣는 애들은 너무 어렵겠다.” 하였다.
담임 장학하는 날 장학사도 ‘너무 대학생만 가르쳐서 아이들한테 어렵게 가르치는 건 아닌지…’하는 말을 하였는데, 아이들한테 정말 어려운지 물어봐야겠다. 그리고 아이들이 모르는 게 하나 있는데, 나는 진실만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