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 때문에 '댓글'을 막아뒀는데, 댓글이 꼭 필요하시면
'로그인'하셔서 댓글을 다세요. ID: guest PW: guest
메인그룹 > 게시판
- 익명
- 작성일 : 2020-10-25 01:23:45
안녕하세요, 선생님! 공부하다가 질문이 몇 가지 생겨서 도움을 청해볼까 합니다.
먼저 소설의 서술상황과 관련된 질문입니다. 서술자와 초점자가 같지 않을 때 서술자의 말을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산을 내려오는데 떡갈나무 잎에서 빗방울 듣는 소리가 난다. 굵은 빗방울이었다. 목덜미가 선뜻선뜻했다. 그러자 대번에 눈앞을 가로막는 빗줄기. 비안개 속에 원두막이 보였다. 그리로 가 비를 그을 수밖에. 그러나 원두막은 기둥이 기울고 지붕도 갈래갈래 찢어져 있었다. 그런대로 비가 덜 새는 곳을 가려 소녀를 들어서게 했다. 소녀는 입술이 파랗게 질려 있었다. 어깨를 자꾸 떨었다. (황순원, 소나기)
'말하는 자'는 서술자이고 '보는 자'는 '소년'인 대목입니다. 여기서 '그리로 가 비를 그을 수밖에.'는 직접화법도 간접화법도 아닌 자유간접화법이라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목덜미가 선뜻선뜻했다.', '비안개 속에 원두막이 보였다.', '소녀는 입술이 파랗게 질려 있었다. 어깨를 자꾸 떨었다.'와 같은 대목은 어떤 화법이라고 봐야 할까요? 자료들을 찾아보니 직접화법, 간접화법 모두 어떤 인물의 말이나 생각을 인용할 때 적용되는 용어인 것 같은데 위의 예시들은 인용의 상황이 아니니 OO화법이 아니라 서술자와 초점자가 다른 상황에서의 서술자의 진술일 뿐일까요?
추가적으로 아래 밑줄 친 부분들은 서술자와 초점자가 같은지 다른지를 잘 모르겠는 부분들입니다. 서술이 분명히 이질적이긴 한데(겉으로 장면만 묘사하다가 인물 내면을 노출),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인물초점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건 아닌 것 같고 그렇습니다..
그들이 마을 외곽의 작은 다리를 건널 적에 성긴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더니 허공에 차츰 흰색이 빡빡해졌다. 한 스무 채 남짓한 작은 마을을 지날 때쯤 해서는 큰 눈송이를 이룬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 내려왔다. 눈이 찰지어서 걷기에는 그리 불편하지 않았고 눈보라도 포근한 듯이 느껴졌다.
(중략)
불을 지피자 오랫동안 말라 있던 나무라 노란 불꽃으로 타올랐다 불길과 연기가 차츰 커졌다. 정씨마저도 불가로 다가 앉아 젖은 신과 바짓가랑이를 불길 위에 갖다 대고 지그시 눈을 감았다. 불이 생기니까 세 사람 모두가 먼 곳에서 지금 막 집에 도착한 느낌이 들었고, 잠이 왔다. 영달이가 긴 나무를 무릎으로 꺾어 불 위에 얹고 눈물을 흘려가며 입김을 불어 대는 모양을 백화는 이윽히 바라보고 있었다. (황석영, 삼포 가는 길)
다음은 독해 수준의 변별 관련 질문입니다. '사실적-추론적-비판적-창의적 독해'의 위계로 독해의 층위를 변별할 때 '사실/의견, 주장/근거의 구분'과 '대용 관계 파악'이 어떤 층위에 놓이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의견, 주장/근거의 구분'은 보통 비판적 독해로 분류하는데, 사실과 의견, 주장과 근거를 구분한 후 그 타당성을 검증해야만 비판적 독해 아닌가 싶습니다. 구분과 그에 대한 평가 행위를 완전히 분리하기 힘들기도 하겠지만 구분 자체는 사실적 독해 층위에 속한다고 생각됩니다.
'대용 관계 파악'의 경우 찾아본 자료들에서 추론적 독해로 분류하기도 하고 사실적 독해로 분류하기도 해서 혼란스럽습니다. 대용이나 지시 관계는 글 표면에 명시적으로 제시되어 있으니 사실적 독해라고 생각했는데 많은 자료들에서 추론적 독해로 분류하기도 하니 추론 행위에 해당하는 대용 관계 파악이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질문에 항상 친절하고 자세히 답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홀로 공부할 때 큰 도움 얻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