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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변] 용어에 대한 문의 드립니다.
- 관리자
- 작성일 : 2020-10-17 10: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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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언어는 의사소통의 기호이므로, 사회적, 역사적 배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가장 적합하고 타당한 명칭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 제일 중요한 원칙입니다. 그런 뜻에서 ‘재활용품’의 의미를 살리고, ‘쓰레기’의 부정적, 일회소비적 개념을 경계하여, 바르게 이름을 지어 불러야 한다는 변생님의 주장에 공감하는 바입니다.
2. 우선 일각에서 ‘재활용 쓰레기’라는 말이 쓰이는 까닭을 따져 보면, 두 가지 이유를 찾아 볼 수 있겠습니다.
2.1. 우선 ‘재활용 쓰레기’라는 말은 ‘일반 쓰레기’, ‘음식 쓰레기’ 등과 대구를 맞추기 위해 생겨난 말로 보입니다. 쓰레기를 생활 쓰레기와 산업 쓰레기, 폐기물(대형, 소형)로 구분하고 생활 쓰레기를 ‘일반 쓰레기’, ‘음식 쓰레기’, ‘재활용 쓰레기’로 구분하는 것이 일견 일관성 있는 용어 선택으로 보이고 분리 배출, 분리 수거하는 입장에서 구분하여 이해하기도 쉬워 보이기 때문입니다.
a. 쓰레기
a-1. 생활 쓰레기(일반 쓰레기 / 음식 쓰레기 / 재활용 쓰레기)
a-2. 산업 쓰레기
a-3. 폐기물( 대형 폐기물 / 소형 폐기물 )
2.2. 다음으로 ‘재활용 쓰레기’라는 말은 ‘재활용품’이라는 의미의 모호성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전적으로 ‘재활용품’은 다음 두 가지를 가리킵니다. 첫째는 용도를 바꾸거나 가공하여 다시 사용할 수 있는 폐품이고 둘째는 또는 그 폐품을 사용하여 만든 물품입니다. 이때 첫째 의미를 ‘재활용 쓰레기’라는 말로 한정하고, 둘째 의미에다가 ‘낡아서 내다버리지만 여전히 누군가는 다시 가져가서 쓸 만한 가구나 전자제품들’ 즉 ‘재사용품’이라는 의미를 묶어서는 ‘재활용품’이라는 말로 재정의하여 사용하는 듯합니다. 현재의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못 쓰게 되어 내다 버리는 종이도 ‘재활용품’이고, 그 종이들로 만든 재생용지도 ‘재활용품’이 되니, ‘재활용 쓰레기’라는 말을 만들어 쓰면, ‘재활용품’이라는 말에 포함된 두 가지 다른 의미가 구분된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b. 재활용품: 쓰레기 자체와, 쓰레기를 재가공한 물품의 중의적 의미를 지님.
b-1. 용도를 바꾸거나 가공하여 다시 사용할 수 있는 폐품
b-2. 그 폐품을 사용하여 만든 물품
c. 재사용품: 낡아서 내다버리지만 여전히 누군가는 다시 가져가서 쓸 만한 가구나 전자제품들
* 문의하신 '재활용 쓰레기'에 포함되는 개념 : b-1, c
* 좁은 의미의 '재활용품'에 포함되는 개념 : b-2
3. 하지만 위의 추측이 ‘재활용 쓰레기’라는 말이 반드시 필요한 결정적인 근거는 아니라고 봅니다.
3.1. 우선 ‘재활용품’이라는 말은 ‘용도를 바꾸거나 가공하여 다시 사용할 수 있는 폐품’입니다. 사전에 따르면 ‘쓰레기’는 첫째, 비로 쓸어 낸 먼지나 티끌, 둘째, 못 쓰게 되어 내다 버릴 물건이나 내다 버린 물건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고, ‘폐품’ 역시 ‘못 쓰게 되어 버린 물품’이므로 ‘폐품’은 ‘쓰레기’로 바꿔 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재활용품’은 ‘용도를 바꾸거나 가공하여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쓰레기’와 같은 말입니다. 따라서 ‘재활용품’이라고만 말하여도 ‘재활용 쓰레기’라는 말의 의미를 충분히 담아낼 수 있는데 굳이 ‘재활용 쓰레기’라는 말을 새로 만들어 쓸 이유가 없습니다.
3.2. 다음으로 ‘우리말샘’에 ‘재활용쓰레기’라는 말이 표제어로 등장하는데, ‘우리말샘’의 권위 문제는 이미 지적하신 바와 같습니다만, 또 하나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습니다. ‘재활용 쓰레기’는 ‘일반 쓰레기’, ‘음식 쓰레기’와 구분되는 생활 쓰레기의 한 종류일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말샘’에 ‘재활용 쓰레기’와 ‘음식 쓰레기’는 표제어로 올라와 있지만 ‘일반 쓰레기’는 등록되어 있지 않습니다.(2019.8.15.현재) 또한 ‘재활용쓰레기’와 같은 합성어가 아닌 ‘재활용∨쓰레기’와 같이 2어절의 ‘구’가 하나의 표제어를 이루고 있습니다. 즉, 이것은 ‘재활용 쓰레기’가 아직 공식 명칭이 아니며, ‘재활용 쓰레기’, ‘음식 쓰레기’, ‘일반 쓰레기’를 구분하는 엄밀한 인식에 의해 등록된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방증입니다. ‘우리말샘’의 등록 정보를 보시면 ‘국어원(SYSTEM)’이 집필한 것으로 보입니다. 신문이나 방송의 사용례를 수집하여 귀납적으로 등록한 것으로 보이는데, ‘재활용품’이라는 하나의 ‘단어’를 두고, ‘재활용 쓰레기’라는 2어절의 ‘구’를 표제어로 굳이 등록한 까닭은 ‘국립국어원’에 문의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4. 변 선생님의 문의에 대하여 사용의 주체에 따라 두 가지 답변이 가능합니다.
4.1. 우선, 언어라는 것은 사회적인 합의에 따라 사용되는 것이지만 시간이 변하고 언중의 언어 감각이 변하면 그에 따라 늘 변하기 마련입니다. 이를 ‘규범’, ‘표준’이라는 명분으로 억지로 교정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재활용’이라는 말과 ‘쓰레기’라는 말이 한국어에 존재하는 이상, 이 둘을 엮어서 ‘재활용 쓰레기’라고 사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모국어 화자의 언어 사용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는 ‘재활용품’이라는 말과 함께 ‘재활용 쓰레기’라는 말을 쓸 수도 있다고 판단합니다.
4.2. 다만, ‘재활용 쓰레기’를 ‘재활용품’을 대신하는 말로 내세우는 주체가 일반 대중이 아니라 신문, 방송이나 공공기관, 중앙·지방 행정기관 등이라면 문제가 다릅니다. 첫째, 언어가 언젠가는 바뀌게 되더라도 그때까지는 방송 언론과 공공기관에서 언어의 규범을 지키기 위해 솔선수범해야 하고, 둘째, ‘재활용 쓰레기’가 비록 ‘재활용’은 붙어 있지만 ‘쓰레기’에 초점이 가는 반면, ‘재활용품’은 ‘재활용’에 초점이 간다는 뜻빛깔의 차이가 분명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신문, 방송이나 공공기관, 중앙·지방 행정기관에서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존재하는 용어이고, 환경부에서 법률 행정용어로도 규정되어 있는 ‘재활용품’이라는 단어를 써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5. 선생님의 학구열과 건전한 문제의식에 깊이 공감하며, 함께 논의할 기회를 주셔서 매우 기쁘고 뜻깊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아무쪼록 선생님께서 원하시는 답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