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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변] 심미적 체험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소통 활동
  • 관리자
  • 작성일 : 2020-10-10 21:43:45
    익명 님의 글입니다.
    >혹시 문학은 심미적 체험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소통 활동임을 알고 문학 활동을 한다
    >라는 성취기준 수업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가 있을까요?
    >교과서에는 <제망매가>가 나오는데 아이들이 공감하기에 좋은 작품은 아닌 것 같아요.

    교사 본인이 심미적 체험을 한 작품을 가르치는 것이 가장 진리에 가까운 답입니다. 교사 본인도 문학작품을 통해 심미적 체험을 해 본적이 별로 없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그걸 교육적으로 전달하기는 더 어렵지요
    심미적 체험이 뭔지도 정확하게 모르는 분들도 있고요. 심미적 체험은 내용과 형식의 조화에서 오는 쾌감을 말합니다. 문학 작품의 형식이 그 내용과 딱 맞아 떨어질 때 그걸 설명하는 문학평룐가의 이야기를 들을 때 가끔 소름돋는 경우가 있지요. 그게 소설이든 시든 음악이든 영화든 예술은 다 그렇습니다. 
    영화 기생충에서 송강호와 가족들이 비맞으며 집으로 돌아갈 때 끝없이 하향하는 계단을 찍은 것. 사랑손님과 어머니의 화자가 왜 미래 세대를 대변하는 옥희여야 하는지. 말러의 교향곡이 오케스트라에 물량공세를 하여 양의 변화가 질적 변화를 일으켜 현대의 고전이 되었는지. 윤동주의 서시가 괴로워했다, 라는 과거형으로 시작해서 걸어가야겠다, 라는 미래형을 거쳐 스치운다. 라는 현재형 어미로 마무리되는 것이 시의 주제를 어떻게 형상화하는지, 그리고 극장판 짱구-어른 제국의 역습에서 짱구가 마지막 타워를 달려 올라가는 장면에서 점점 거칠어지는 그림체, 이런 것들에 대한 설명을 읽거나 들으면 우리는 심미적 체험을 하게 됩니다.(물론 못 알아들으면 할 수 없는 거고, 그 설명자의 화려한 말빨이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따라서 저는 심미적체험을 수업할 때는 교사의 강의식이 가장 적절하다고 봅니다. 교사가 이때만은 문학평론가 빙의해서 이 작품의 빛나는 부분들을 아이들 수준에 맞는 말로 과장 조금 보태서 열정적으로 웅변해야 합니다. 그런 수업은 지식을 가르치는 게 아니므로 아이들에게 어떻게 감동을 주는지를 연구해야합니다. 교사가 작품에 대한 지식설명이 아닌 감동의 포인트를 하나의 특강이라 생각하고 아이들에게 작품속 근거를 들어서 감동적으로 전달할 수 있으면 아이들이 주로
    "소오름" "지리네요" 하거나 "선생님, 이런 식으로 쓰여진 다른 시도 좀 추천해주세오."
    등으로 반응합니다. 
    그쯤되면 심미적 체험 수업은 끝났다고 봐야지요.
    <제망매가>에서도 그러한 감동의 포인트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실은 교과서에 있는 시는 웬만하면 다 감동의 포인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강의식 수업에서 누이의 죽음, 불교적 윤회, 10구체, 향찰표기를 넘어설 수 있으려면 교사가 먼저 작품에 대해 깊이 음미하고 감동의 포인트를 찾아야합니다.감동의 포인트는 의미적으로만 해선 안 되고 형식과 내용의 조화를 눈으로 보여줘야합니다.
    나는 간다는 말도 못 다 이르고 갑니까.. 이별의 인사를 할 기회도 주지 않는 운명의 잔혹함.. 세월호에서 건진 휴대폰에 남겨진, 미처 발신되지 못한 부모님께 보내는 마지막 인사들.. 내가 만약 가족을 두고 떠난다면 어떤 말을 남길 건지, 남겨지는 가족은 어떤 말을 듣고 싶을지, 먼저 가서 미안해라고 보내고 싶지만 그걸 들을 가족은 어떤 심정일지, 월명사는 누이에게 무슨 말을 듣고 싶었을지..
    그러다 정신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계절은 가을이고 낙엽은 떨어지고, 죽음은 갑작스럽긴 하지만 어차피 막을 수는 없는 인간의 한계를 느끼며 수용하게 되고, 한 가지에 나고도 가는 곳 모르는 낙엽에 빗대는 문학적인 승화가 일어나지요. 조식의 칠보시에서는 같은 콩나무에서 난 콩과 콩대가 나중에는 콩을 삶을 때 콩대로 아궁이에 불을 때며 형인 조비를 돌려깔 때, "형제끼리 왜 이래요"하는 것보다 사람들의 마음에 더 와닿듯이. 이응인의 '수박끼리' 에서 수박형제의 서로 위하는 대화를 가져와서 재망매가, 칠보시, 수박끼리의 형제 관계가 어떤지도 좀 비교해주고,
    미티찰에 만나기 위해 도를 닦겠다,는 심정은 누이는 당연히 천국 갔을 거라고 믿는 마음인데,
    지금 이 교실에 앉아 있는 여러 학생들도 마치 한 가지에 난 나뭇잎같지요. 졸업과 진급이라는 가을바람이 불면 이에 저에 흩어져 가는 곳 모르게 될 거고, 돌아보면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때 친했던 친구들, 지금은 자의든 타의든 어디로 갔는지 모를 아쉬움으로 남을 텐데, 어른이 돼서 어딘가 좋은 곳에서 우연히라도 만나려면 지금 같은 미숙하고 부끄러운 모습으로 뒷골목에서 허름하게 만나고 싶냐. 그렇지 않으려면 월명사가 도를 닦듯이 학생 여러분은 뭘하면서 지금 이 시간을 보내겠느냐? 하면서 자신을 돌아볼 때. "아 그렇구나. 이렇게 살면 안 되겠구나"하는 깨달음의 순간이 '아으' 라는 낙구의 시작점, 슬픔에 빠져있다가 바닥을 차고 올라오는 인간력의 발현이다..
    여러분도 누구나 '아으'하면서 인생의 한 단계를 도약한 경험이 있을것이다, 이 시는 바로 그러한 인류보편적인 깨달음을 보여주기 때문에 시대와 공간을 넘어 천년 후의 사람들에게도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이고 그게 여러분이 문학을 공부하거나 책을 읽는 이유이다. 이왕이면 여러분의 개인적 깨달음도 글로 한번 써서 남겨보면 어떻겠냐, 서기3020년의 인류가 여러분의 글을 찾아서 교과서에 실을 줄 어떻게 알겠냐..
    뭐 이런 식으로 엮어가면 웬만한 애들은 다 좋아하면서 듣더라구요.. 중학생 인문계생 실업계생 등에 맞게 그리고 본교 학생들의 처지나 실제사례등에 맞춰 중간중간 각색을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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