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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그룹 > 게시판
- 관리자
- 작성일 : 2019-06-30 07:37:57
익명 님의 글입니다. >
>
>1.
>이기어ㅡ이겨
>이게 왜 반모음 첨가일까요~
>
>음절기준으로 축약이고
>음운기준으로(반모음을 1개의 모음으로 인정한다는 전제하에) 교체라고 보는데요.
>
>2.
>설명 잘못된거 아닐까요. 기출에 '기+어->기여'가 첨가로 나왔는데요.
>
------------------------------
질문의 출처는 여기인것 같네요.
1. 교육과정의 문법이 바뀌었는가?
2015교과서 집필은 2015년에 "모음축약을 축약으로 보는" 관점으로 집필되었습니다.
2017년경에 EBS 교재를 중심으로 "모음축약을 반모음화=교체로 보는 관점"이 퍼져나갔습니다.
2019년 현재는 "교체"로 보는 관점이 거의 지배적이며, 그러다보니 일부 교과서의 기술이 "틀린" 셈이 되었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교육과정"에서는 축약인지 교체인지를 지정한 적이 없습니다. 그저 문법교육학계의 담론(헤게모니)이 바뀌었고 그것이 수능(또는 문제집)이라는 경로로 국어교육에 영향을 미치게 된 거지요.
전국의 국어선생님들이 EBS 게시판으로 싸웠지만 수능과 임고 출제하는 문법 교수들이 교체 입장을 고수하는 이상 게임은 끝났습니다.
새로 출간되는 문법 이론서는 모두 이 설을 따릅니다. 하지만 이건 새로 개발된 이론은 아니고 원래 있던 이론이고, 오히려 이참에 그 2015 이전의 오류를 바로잡은 거라고 봐야죠.
다만 이 경우 유의할 점은, 모음축약이 반모음화(교체)가 되는 순간
중학교의"음운체계" 단원 기술도 바뀌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지금은 음운체계를 자음체계와 모음 체계로 가르치는데 이제는 자음, 모음, 반모음(반자음) 으로 가르쳐야 이치에 맞지요. 반모음을 안 배우고 반모음화를 배울 수는 없으니까요
2. 강사의 블로그는 참인가?
위의 대화에서 구분하셔야 하는 게 "이기어"와 "기어"는 서로 다른 현상이는 점입니다.
1) 이기어("기"의 "ㅣ"가 반모음화=축약되너 "이겨"가 된다)
2) 기어("어" 앞에 반모음 "ㅣ"가 첨가되어 "기여"가 된다. 이건 표준발음이죠)
즉, 블로그에서 "이기어>이겨는 ㅣ반모음 첨가"라고 말한 건 오류입니다.
3. 자음 축약도 교체인가?
주어>줘 처럼 두 모음이 하나의 이중모음이 되는 현상을 축약이 아닌 교체로 설명하다보니 자음 축약도 교체인가 하는 혼란이 올 텐데요.
자음축약은 ㄱㅎ가 ㅋ 되는 것으로 여전히 축약입니다.
대신
국화>구콰
국밥>국빱
을 비교해서 국빱 이 된소리되기(경음화)이고 구콰 가 거센소리되기(격음화) 라고 말하던 예전의 설명은 재고되어야하는 겁니다.
된소리"되기"는 ㅂ>ㅃ 교체에 어울리는 이름이지만
거센소리"되기"의 되기 교체에 어울리는 이름이지 ㄱ+ㅎ>ㅋ 라는 "축약"현상에 어울리는 이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되기"라고 이름붙이면 ㄱ이 ㅋ되고 ㅎ가 탈락하는 등의 오해를 살 수있는 이름이니까요
그래서 요즘은
국화(구콰) 를 그냥 자음축약 이라고만 부르더군요.
4. 교체인가 대치인가?
이건 별건 아니고
음운 변동은 "변화"의 결과의 양상 따라 교체, 탈락, 축약, 첨가로 나뉘는데,
형태론에서 형태소 교체라는 용어가 있기 때문에 음운론에서도 교체라고 쓰면 헷갈리니까 "대치"라고 쓰자는 말입니다.
5. 마지막
지금 제 생각에 국어 음운 변동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영혼이 없다는 점입니다.
과학적으로 객관적으로만 접근하다보니, 자꾸 겉으로 관찰 가능한 변동의 결과에만 집착합니다.
음운변동에서 교체 탈락 첨가 축약 이외에는 안 가르치지요. 그외에 뭐가 있는데?
왜 그런 현상이 발생하는가?에 대한 고찰이 없다는 점입니다.
예전에 있던 "발음의 편이성을 위해"와 "청각영상의 강화를 위해"라는 최소한의 설명도 없어졌지요.
왜 국빱은 된소리되기인데 김빱은 사잇소리현상인가? 하나는 발음 편의이고 하나는 청각영상강화이지요.
반모음화냐 축약이냐를 보는 관점도 원인(동기)으로 접근하면 좀 달리 보일 겁니다.
가 아서 > 가서(탈락)
이기 어 > 이겨(교체)
기 어 > 기여(첨가)
이건 결과에 따라서 설명한 건데
원인으로 보자면 이런 현상이 왜 발생하는가? 를 물을 수 있습니다.
한국어의 가장 자연스러운 음절 배열은
자모자모자모자모 입니다.
CVCVCVCV
CVCCVCCVC 나
CVVV 와 같은 연쇄는 부자연스럽다는 거지요
가 아서 CVVCV> 가서CVCV
이기 어 VCVV> 이겨VCCV
기 어 CVV> 기여CVCV
아주 혼란스러워보이지만 잘 보시면 VV 인 부분을 모두 VCV 로 바꾼 걸 알 수있습니다.
이것을 모두 "모음충돌회피현상"으로 묶을 수 있습니다.
모음충돌회피 라는 동기(원인)이
교체, 탈락, 첨가 라는 현상(결과)으로
드러나는 거지요.
이런 것을 가르칠 수 있다면 좀더 음운변동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 교육은 너무 경직되어있고 상상력을 제한하는 것같아요.
이와 관련해서 최초의 블로그 글과 조금 다른 자세를 보이는 블로그 글이 보여서 링크해 둡니다. 여기
그런데 이어지는 EBS의 답변이 마음에 걸려 덧붙입니다.
6.
사이 > 새
보이다 > 뵈다
이것은 모음축약인가?
음운이 바뀌는(변變) 일은 '변이', '변동', '변화'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음운이 '변이'하면 음성은 변하지만 음운은 그대로입니다. 무성음 ㄱ이 유성음 ㄱ이 된다면, 음성적으로는 다르지만 음운은 같습니다. 이것이 변이입니다.
음운이 '변동'할 때는 특정한 환경에 놓일 때입니다. 원래는 변동하지 않고 제 음운 그대로 발음하는데, 특정한 환경에 놓일 때는 음운이 다른 음운으로 바뀝니다. 다만 환경이 해제되면 다시 원래 음운으로 바뀌빈다. '꽃'의 'ㅊ'은 음절말 또는 비음 아닌 자음 앞이라는 환경에서 'ㄷ'으로 바뀌고, 비음앞이라는 환경에서 'ㄴ'이 됩니다. 하지만 음절말과 자음앞이라는 환경이 해제되면 '꽃은[꼬츤]'처럼 'ㅊ'이 복원됩니다. (이때, '꽃'의 원래 모습이 /꼳/이고 'ㄷ'이 모음앞이라는 환경에서 'ㅊ'으로 바뀐다고 해도 할 말은 없지만.. 이에 대한 설명은 다음 기회에)
마지막 음운의 '변화'는 역사적인 현상입니다. '변동'과 마찬가지로 특정한 환경에서 한 음운이 다른 음운으로 바뀌는데, 환경이 해제되어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냥 굳어져 버리죠. 믈>물 은 'ㅡ'가 양순음 뒤에서 양순음화 되었지만 공시적으로는 그냥 원래 /물/이었던 것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 생각에, 사이 > 새 는 음운의 변동 현상에 넣기 어렵지 않나 생각합니다. 음운 변동 현상의 '환경'을 기술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축약>모음 축약>단모음화'라고 이름 붙일 수 있겠지만 아주 특수한 사례에 속하기 때문에 '변동'이라기 보다는 형태론적으로 설명해야할 것 같고요.
아래로 보지 마. > 알로 보지 마, 이리로 와. > 일로 와. 이런 문장에서
아래로 > 알로 [ㅐ 탈락]
이리로 > 일로 [ㅣ 탈락]
이런 걸 '모음 탈락'으로 설명할 순 있겠지만, 음운 변동에서 다루지 않는 것처럼요..
보이다 > 뵈다,
이건 모음 축약으로 설명이 가능할 것도 같지만,
쓰이다 > 씌다
와 같은 현상인데 어떤 건 축약(뵈다), 어떤 건 교체(씌다)로 설명한다면 "음성적"으로는 맞지만
"한국어"적으로는 별로 경제적이지 않지요. 앞서 위에서 "상상력", "경직" 이야기를 한 것과 통하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