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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변] 반어
  • 관리자
  • 작성일 : 2018-06-03 10:00:35
    익명 님의 글입니다.
    지금 반어, 역설, 풍자를 가르치고 있고 ‘반어’ 진도를 나가는 중입니다. 그런데 단원 앞부분 ‘생각 열기’에서 지오디의 ‘거짓말’ 후렴구가 나와 있었어요.( 잘가, 가지마, 행복해, 떠나지마, 나를 잊어줘 잊고 살아가줘, 나를 잊지마) 딱 보고는 별 생각 없이 반어적 표현이라 실려 있다고 생각하고 뮤직비디오와 전체 가사를 함께 보며 아이들과 이야기 했습니다. 두 반 정도 그렇게 수업을 하고 세 번째 반에서 수업을 하는데, 과연 이 부분을 반어로 볼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래 전체 가사를 보면 남자가 여자에게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떠나보내려고 거짓말로 자기 마음과 다른 말을 하는 내용인데.. 이게 내 마음을 숨긴 거짓말이지 반어는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교과서에 반어는 ‘표현의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말하고자 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하여) 실제와 반대되는 뜻을 말하는 것이다.’라고 되어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설명에 부합되지 않는 것 같아서요.
    아이들에게 과제로 반어, 역설, 풍자적인 표현이 들어 있는 노래나 시, 일상 용어 등등을 찾아오라고 했는데, 반어적 표현의 예로 거짓말과 비슷한 노래들을 많이 찾아왔더라고요. 반대로 표현을 하고 있는 것은 맞으나 그게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표현의 효과를 높기기 위해서 썼다기 보다는 상대방에게 내 마음을 감추고 아닌 척 말을 하는 그런 표현을. 예를 들면 (이젠 너랑은 진짜 끝이야 / 너도 다른 남자들이랑 똑같아 / 못된 말만 골라 /네게 전송해 /사실은 나 지금 / 너네 집 앞이야 / 넌 전화를 받지 않아 / 나를 붙잡아 줬으면 해) 이런 표현이요. 이걸 반어라고 볼 수 있나 싶더라고요. 학교 국어 선생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는데 이야기가 깊어질 수록 애매하고 헷갈린다는^^;;

    지금 헷갈리는 건, 속마음과 반대로 말한 건 맞는데, '표현의 효과'와 무관한 단순한 거짓말과 반어가 구분될 수 있냐는 거지요?
    시든 소설이든 노래 든 기본적으로 예술작품입니다. 특히 노래도, 가사로 한정하면 시 소설 노래 모두가 글로 표현된 작품이지요. 반어에서 표현의 효과를 찾으시려면 '시점' 또는 '초점화'를 잘 하셔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진달래꽃이 반어라고 칩시다.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가 반어라고 칩시다. 그 발화의 구조는 다음과 같겠죠?

    김소월-[내포화자 - [발화] - 내포청자]-독자

    이때 표현의 효과는

    내포화자 - [발화] - 내포청자

    사이에서 발생하기보다는

    작가 -- {내포화자 - [발화] - 내포청자} -- 독자
    이 사이에서 발생합니다. 즉, 내포화자가 내포독자에게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라고 말하는 것은 지금 쌤이 고민하듯이 내포독자에게는 단순한 거짓말일 뿐이죠. 그러나 속마음과 다른 말을 해야하는 화자를 작품밖에서 지켜보는 독자에게는 '표현의 효과'가 살아나는 반어인 것입니다.

    지오디의 거짓말도 꼭 같습니다.

    지금 헷갈리는 쌤은 지오디가 '잘가' 라고 할 때 그것을 '독자'가 아닌, 내포청자의 입장에서 듣고 계신다는 점이 함정입니다. '잘가'라는 말의 1차수신자인 내포청자는 그 말이 반어인지 진심인지 거짓말인지 효과가 있는지 알 도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화자-잘가-내포청자] 로 표현되어 있는 '작품'을 읽는 독자에게는 당연히 반어의 효과가 느껴지는 것입니다.

    다만, 반어와 거짓말이 1차 수신자에게도 다르게 전달되긴 합니다.
    반어와 거짓말의 가장 큰 차이는 화자가 청자에게 전달하려는 의미가 무엇인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무슨말이냐면, 반어도 속마음과 겉표현이 다릅니다. 거짓말도 속마음과 겉표현이 다릅니다. 그러나 반어에서 화자는 청자에게 '자신의 속마음'이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거짓말에서 화자는 청자에게 '자신의 겉표현'이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반어와 거짓말의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또한 이것은 표현의 효과와도 관계가 있는데,
    화분을 깬 아이에게 '잘~한다' 하거나 '이쁜짓만 골라하네' 라고 말한다면 이건 발화 그 자체에서 '정말 못햇다' '매우 미운짓이라' 라는 속마음을 그대로 말하는 것보다 더 무서운 표현의 효과가 느껴지긴 하지요. 어떤 아이가 잘못했습니다. 사실은 하나도 반성하지 않았을 때, 그 아이가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경우,
    그 아이가 바라는 것이, 교사가 '그래 네가 죄송하구나'라고 믿어주는 상황이라면, 거짓말입니다.
    그 아이가 바라는 것이, "눼눼 정말 죄송해요 죽을죄를 졌네여. 죄송해요 됐져?" 와 같은 수준의 반언어적 태도를 동반함으로써, 교사가 '이 녀석은 말로만 죄송하고 뉘우치지 않는구나'라고 느끼게 만들고 싶은 상황이라면, 반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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