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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작성일 : 2018-06-06 14:08:25
학교 규칙 개정을 위한 공청회.
2016년 2월, 부산국어교사모임 자체연수에서 부지환 선생님이 모두에게 물었다. "내가 만약 생활지도부장이라면 무엇을 제일 해 보고 싶은가요?" 나는 "만약이 아니라 제가 바로 생활지도부장입니다. 저는 교칙에 대한 교사 학생 대토론회를 해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때도 마음은 진심이었으나 진짜로 실행할지에 대한 결심은 반반이었다. 누구랑 뭘하자고 되니 안 되니 싸우는 것도 피곤한 일이고. 그런데 교육청의 정책 덕분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교칙 공청회를 열 수밖에 없게 되었다. 아마 일부 학교에서는 그냥 했다 치고 사진만 찍어서 보고할 마음을 먹었으리라.
교사 대표 2명, 학생 대표 2명, 학부모 대표 2명이 나와서 끝장 토론을 열고 싶었으나 교직원 내부 토론회를 예비적으로 해 본 결과, 이야기가 길어지는 것은 누구도 원치 않는 바, 일단 열었다는 자체에 의의를 두기로 하고 마음을 비웠다. 결과만 말하자면, 공청회의 형식, 진행, 발언의 비율 등 겉으로는 매우 흡족하였으나 토론의 질이나 내용으로 볼 때는 10%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첫술에 배부르지 않으리라 생각하면서 덤덤하게 받아들이지만, 두번째 술은 없으리라는 생각에 못내 아쉽다.
이런 저런 반대에 부딪혀 열지 못할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기획했는데 다행히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 잘 도와줘서 잘 끝났다. 아이들 소감문을 받아보니 나름대로 느낀 점들이 드러나서 보람도 있었다. 방송국에서는 굳이 오려면 선포식 말고 공청회를 왔어야 했다.
토론 교육은 가상의 논제를 가지고 교실에서 토론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니라 진짜 자기의 문제를 가지고 바로 이런 자리에서 청중으로서 한 마디를 할 수 있는 아이를 길러내는 것이어야 한다. 2년 전 토론 수업에서 "이성 커플의 교내 스킨십을 허용해야 한다."는 논제에 대해 허은지가 "이거 이기면 허용해줘요?" 하고 묻던 말이 아직도 귀에 맴돈다. 현실의 높은 벽을 애써 못본 척하며 공허한 토론을 가르친다는 마음의 짐을 이제야 조금 벗은 듯하다. 물론 협상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협상 이론 백날 배우면 뭘하나. 현실에서는 자기의 두발, 복장, 화장에 대해 누구랑도 협상 할 수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