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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글터 10주년 기념 행사(2016년 3월, 한결아트홀). 지역 청소년 문예지가 10년간 꾸준히 발간되었다는 사실을 자축하는 자리. 박형준 평론가는 "『푸른글터』의 이러한 작업이 충실성 있게 10년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사건’이라는 점입니다."라고 했다. 그러므로 여전히 "자축"일 수밖에 없는 자리.
내가 하는 모든 일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이 일도 반쯤 재미로 시작했는데 이미 3년이 지났다. 남들이 10년을 넘어 20년, 30년을 말할 때, 내가 생각한 것은 이 시 한 편이었다.
등산(登山) - 오세영
자일을 타고 오른다.
흔들리는 생애의 중량
확고한
가장 철저한 믿음도
한때는 흔들린다.
절벽을 더듬는다.
빛을 찾아서 조금씩 움직인다.
결코 쉬지 않는
무명의 벌레처럼 무명(無明)을
더듬는다.
함부로 올려다보지 않는다.
함부로 내려다보지도 않는다.
바람에 뜨는 별이나,
피는 꽃이나,
이슬이나,
세상의 모든 것은 내 것이 아니다.
다만 가까이 할 수 있을 뿐이다.
조심스럽게 암벽을 더듬으며
가까이 접근한다.
행복이라든가 불행 같은 것은
생각지 않는다.
발 붙일 곳을 찾고 풀포기에 매달리면서
다만,
가까이,
가까이 갈 뿐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몇 년을 해 왔나, 앞으로 몇 년을 더 할 수 있을까? '함부로 올려다보지 않고', '함부로 내려다보지 않으며' 다만 언제까지나 흔들리면서 절벽을 더듬을 뿐이다.
박형준 평론가는 "경쟁을 넘어선 만남의 장소, 그것이 바로 ‘푸르고 푸르고 푸른 글’의 ‘터’인 『푸른글터』라는 점입니다."라고 했지만, 나는 이제 전도서의 말을 빌려 이렇게 말하겠다. "푸르고 푸르며 푸르고 푸르니 모든 것이 푸르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