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2 영화를 책으로 꾸민 책을 보다가 동생과 언니가 대화한 내용이 재밌어서 저한테 사진 찍어서 보내준 겁니다. 동생이 묻습니다.
"이건(겨울왕국2 책) 누가 말해주는 거야? 일편은 안나가 말해주는 거잖아."
언니가 대답합니다.
"안나가 어떻게 쓰냐? 이 세상에 있지도 않은데."
책을 보니까 진짜 그렇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겨울왕국1은 책이 "안나"의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안나"가 보지 않는 곳에서 "엘사"에게 벌어진 일은 서술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예상대로 겨울왕국2 책은 "전지적작가시점"으로 되어 있습니다.
올해 중2 학생들에게 '화자', '서술자', '시점'을 가르치게 되어 있는데, 우리집 동생(4살여아)의 의문이 중2 학생들에게 던질 근원적인 질문과 꼭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기들은 아직 '서술자' 또는 내포 작가의 존재가 이상한가 봅니다. 문득 고전소설이 대체로 전지적 작가 시점인 이유를 생각해 봅니다. "이야기"라는 것은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전해주는 대면적 발화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대면적 발화에서 '발화자'는, 객관적이며 기능적인 서술자가 아니라 뼈와 살을 가진 실체적인 서술자(말 그대로 서술하는 '인간')일 수밖에 없는데, 이런 서술자는 "그때 흥부 기분이 어땠어요?" 하는 독자에게 "나는 모르지."라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3인칭 관찰자 시점이나 1인칭 관찰자 시점의 불가능성) 왜냐하면 독자가 "당신이 지어낸 이야기인데 모르는 게 말이 되나요?"라고 물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서술자=작가 라는 인식입니다. 하지만 근대로 오면서 서술자<내포작가<작가 처럼 세분화되는데, "시점의 시학"이라는 책에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화자 수업은 원래 가지고 있던 아래 자료를 재구성해서 쓰려고 계획했으나, 새로운 자료를 좀 더 모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수업자료는 늘 무궁무진하네요. 역시 수업 자료를 찾고, 만드는 일은 정말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