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문집을 만드는데 만들고 나면 1차시 동안 감상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번에는 가장 인상깊은 작품 3개를 골라 소개하는 글을 쓰게 했다. 감성이 충만해서 그런지 감상문도 한 편의 시 같다.
링링
-김지훈
초가을에 찾아온 태풍 링링
고맙게도 비를 뿌려주고 열 순환을 시켜주고 떠난 태풍
우리는 그 태풍이 소멸한 줄 알았다.
하지만 아직도 살아서
미국으로 여행 가고 있다고 한다.
선물
-이서현
신이 우리에게 선물을 줄 때,
크고 값진 선물일수록
역경이라는 이름의
큰 포장지에 감싼다고 한다.
행복에 총량은 정해져 있다고,
지금 고생하면 곧 행복해질 거라고 한다.
고진감래라고,
고생 끝엔 반드시 낙이 온다고 한다.
이런 말들로 날 위로하지만
난
지금 행복하고 싶다.
가로수
-김정서
봄이 되면 나무들이
지나가는 커플들을 반기듯
분홍색 벚꽃 잎을 날린다.
여름이 되면 나무들이
지나가는 새들을 반기듯
푸른색 나뭇잎을 날린다.
가을이 되면 나무들이
지나가는 외로운 사람들을 위로하듯
빨간색 단풍잎과 노란색 은행잎을 날린다.
겨울이 되면 나무들이
지나가는 직장인들을 반기듯
수고했다고 나뭇가지를 흔든다.
가로수는 치어리더다.
- 그리고 올해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작년에 했던 것처럼 서로들 책 안쪽에 사인을 해 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