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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토막글] 허생전 더 알기
  • 관리자
  • 작성일 : 2019-12-19 01:10:22

    허생전의 한글 번역은 수없이 많습니다. <아이들보이>에는 위와 같은 제목으로 실려 있는데 춘원 이광수의 글입니다. 춘원은 이후에 '허생전'을 아예 장편 소설로 연재하기도 하였습니다. <아이들보이>의 글은 번역, 춘원판 <허생전>은 패러디라고 보아야 합니다.

    <허생전>은 박지원의 책 『열하일기』의 「옥갑야화」 편에 담긴 여러 이야기 중 일부입니다. 밤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서로 주고 받다가 '나(박지원)'가 들은 '변 부자' 이야기를 하는 중에 '허생 이야기'가 나옵니다. 후대에 ‘허생 이야기’ 부분만 따로 떼어 <허생전>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그리고 「옥갑야화」 편에는 '허생 이야기'가 끝나면 '나(박지원)'의 후일담이 이어집니다.
     
    <허생전>은 세 가지 이야기로 되어 있습니다. 첫째, 글만 읽던 선비가 부자의 도움으로 큰 돈을 버는 이야기입니다. 허생은 글만 읽던 선비였지만 변 부자의 도움으로 큰 돈을 벌게 됩니다. 둘째, 뜻을 품은 선비가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이야기입니다. 허생은 돈을 번 다음 도적들을 모아 무인도에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려는 야망이 있었습니다. 셋째, 조선 후기 청나라와의 관계를 보여주는 ‘북벌 정책’에 대한 당대 지식인들의 이야기입니다. 변 부자를 통해 허생을 알게 된 이완 대장과 허생이 만나 대화하는 장면입니다.
     
    아마도 박지원은 당시에 떠도는 이야기를 모아 <허생전>을 완성한 듯합니다. 동야휘집 속 <영만금부처치부>에는 선비가 돈을 벌어, 도적들과 함께 섬에 들어가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이야기는 이우성 임형택 역편, 이조후기 한문단편집(상), 일조각, 1973에 '여생'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허생전>의 첫째, 둘째 화소와 일치합니다.
    계서야담 속 <식보기허생취동로>에는 선비가 돈을 벌고 나서, ‘이완 대장’과 ‘북벌 정책’을 의논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이야기는 이우성 임형택 역편, 이조후기 한문단편집(상), 일조각, 1973에 '허생별전'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허생전>의 첫째, 셋째 화소와 일치합니다.
     
    하지만 박지원은 이야기를 모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농공상의 신분 계급, 무너져가는 양반 사회, 당대의 경제 구조, 북벌 정책과 실학 등 사회 전반에 걸친 자기만의 사상을 담아내어 완결된 서사구조의 작품으로 만들어 내었습니다. 이것이 '허생형이야기' 류의 야담과 <허생전>이라는 근대적 소설의 근본적인 차이점이지요.
     
    ‘허생’은 근대적인 인물이지만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일정한 한계를 지닌 인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가 없이 돈을 빌려주는 '변 부자'의 태도나 번 돈의 절반을 바다에 버리고 나머지를 백성 구제에 쓰는 '허생'이 태도는 인간의 가치가 ‘돈’에 종속되어서는 안 되며, ‘재물과 화폐’가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 기능해야 한다는 생각을 잘 드러냅니다. 이러한 '재물, 화폐, 돈, 물질'을 대하는 태도만큼은 물질 만능의 현대인들이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
     
    성석제도 자신의 짧은 수필에서 '허생'을 무협지의 은둔고수에 빗댄 적이 있듯이, ‘허생’의 사상과 실천은 대단히 매력적이면서도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어, 후대의 작가들은 자기만의 ‘허생 이야기’를 많이들 썼습니다. 이광수의 <허생전>, 채만식의 <허생전>, 오영진의 <허생전>, 오효진의 <장씨녀전>, 김종광의 <허생의 죄>, 장일홍의 <허생의 웃음소리>, 이남희의 <허생의 처>, 최시한의 <허생전을 읽는 시간>, 오세영의 <북벌> 등이 <허생전>을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1925년 잡지 「신소년」3권 7호에 허생전 이야기가 <온 세상을 흔들던 가난뱅이 허생원(1)>이라는 제목으로 실립니다. http://www.childweb.co.kr/his/3-7.htm 그리고 3원 8호에 (2)편이 실립니다. http://www.childweb.co.kr/his/3-8-3.htm 소년잡지인 만큼 이완 대장과의 시사삼책 부분을 생략되고 허생이 변 부자에게 부자된 내력을 설명하고는 이야기가 끝납니다. 잡지 연재 형식이라 (1)편의 끝에는 (또 있소)라고 적혀 있고 (2)편의 끝에는 (끝)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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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생과 아내의 대화, 허생과 이완의 대화를 대비한 재미있는 논문을 읽었다. 아내의 공격에 허생은 '어떻게 하겠소.'로 세 번 받아친 끝에 집을 나선다. 허생의 공격에 이완이 '어렵습니다.'로 세 번 받아치자 허생은 자취를 감춘다. 전반부에 허생으로 대표되는 비판의 대상과, 후반부에 이완으로 대표되는 비판의 대상이 같은 구조를 갖춤으로써 풍자의 재미가 한껏 배가 된다. 박지원의 재치를 느낄 수 있다.

    <전반>
    아내: 당신은 평생 과거(科擧)를 보지 않으니, 글을 읽어 무엇합니까?
    허생: (1) 나는 아직 독서를 익숙히 하지 못하였소.
    아내: 그럼 장인바치 일이라도 못 하시나요?
    허생: (2) 장인바치 일은 본래 배우지 않았는 걸 어떻게 하겠소?
    아내: 그럼 장사는 못 하시나요?
    허생: (3) 장사는 밑천이 없는 걸 어떻게 하겠소?

    아내: (왈칵 성을 내며 소리쳤다.) 밤낮으로 글을 읽더니 기껏 '어떻게 하겠소?'소리만 배웠단 말씀이오? 과거도 안 본다(1), 장인바치 일도 못한다(2), 장사도 못 한다(3)면, 도둑질이라도 못 하시나요?

    <후반>
    허생: 임금께 아뢰어서 삼고초려를 하게 할 수 있겠느냐?
    이완: (1) 어렵습니다.
    허생: 명나라 장졸들의 자손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겠느냐?
    이완: (2) 어렵습니다.
    허생: 국중의 자제들을 가려 뽑아 머리를 깍고 되놈의 옷을 입혀서, 그 중 선비는 가서 빈공과에 응시하고, 또 서민은 멀리 강남에 건너가서 장사를 하면서, 저나라의 실정을 정탐하는 한편, 저 땅의 호걸들과 결탁한다면 한번 천하를 뒤집고 국치를 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완: (3) 사대부들이 모두 조심스럽게 예법(禮法)을 지키는데, 누가 변발( 髮)을 하고 호복(胡服)을 입으려 하겠습니까?

    허생: (크게 꾸짖어 말했다.) 내가 세 가지를 들어 말하였는데, 너는 한 가지도 행하지 못한다면서 그래도 신임받는 신하라 하겠는가? 너 같은 자는 칼로 목을 잘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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