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은?
평가 연수를 갔는데 "가장 적절하지 않은"이 문두로서 왜 적절하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었다. 학교에서 그것 때문에 큰 문제가 발생했다고. 내 생각에는 그냥 "적절하지 않은 것은?"이라고 해도 될 문제를 "가장"을 넣는 바람에 문제가 되었으리라 본다. 이유는 중의적 해석 때문이다.
예시문항. 문두 :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은?
답지1 맞는 진술
답지2 틀린 진술
답지3 틀린 진술
답지4 조금 틀린 진술
답지5 아주 틀린 진술
1. 해석: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
정답: 5
이유: 적절하지 않은 게 일단 4개 있는데 그 중에 5가 가장 틀렸기 때문에.
문제점: 평가는 능력의 측정이다. 이것은 무엇을 측정하려는가? 이 문항으로 학생이 아는가 모르는가, 안다면 얼마나 아는가를 평가할 수 있을까? 이 문항은 교육적으로 무의미하다. 수학에 비유하면, 계산결과값이 50인데, 49로 써내면 적절하지 않은 것이고 10으로 써내면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인가? 그걸 알아서 뭐하나? 어림셈이나 근사값은 가능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답이 100명인데 어림셈으로 갑은 90명이라하고 을은 80명, 병은 70명을 써냈다고 하자. 그런 경우에는 병이 "가장" 적절하지 않을 수는 있겠다. 하지만 이런 문제라면 오히려 "가장" 가까운 값을 고르게 하는 게 문항으로 더 가치 있지 않나? 앞에서 교육적으로 무의미하다고 말한 이유이다.
2.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위의 예시 문제를 다시 가져와 보자.
예시. 문두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은?
답지1 맞는 진술
답지2 틀린 진술
답지3 틀린 진술
답지4 조금 틀린 진술
답지5 아주 틀린 진술
문두의 해석에는 중의성이 있다. 해석2는 다음과 같다.
해석 :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은?
이 경우, "가장 적절한 것"을 골라 표시하고 그게 아닌 답지를 고르는 방식으로 풀게 된다. 예시문제에서 "가장 적절한 것"은 답지1이다. 그걸 제끼면 남은 2,3,4,5 가 모두 정답이 된다. 이것을 교사들이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출제자가 아무리 해석1로 풀라고 우겨도 문두가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이라고 적히는 순간 해석2를 배제할 수가 없고, 그러면 문항오류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