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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화자] 옥희의 이유
  • 관리자
  • 작성일 : 2018-03-28 11:51:11
      주요섭이 <사랑손님과 어머니>를 쓰면서 서술자를 어린 '옥희'로 설정할 때에는 노림수가 있다. 가장 흔히 꼽는 이유는 어른들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어린 아이의 눈으로 묘사하여 반어적 재미를 주는 것. 덧붙여서 어른들의 사랑이 흔히 육체적 관계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 작품을 건전하게 만들어 주는 것. 마지막으로 결국 사랑손님과 어머니가 이어지지 못하는 "현실적 제약"을 비판하면서도, 그에 대한 "현실적 저항"을 회피하려는 의도. 주요섭이 설마 "그래 역시 과부는 수절해야지 재혼하면 안 돼."라는 교훈을 주기 위해서 이 소설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약, "서로 사랑하는데 사회의 시선이 무슨 상관이냐?"라는 발언을 하고 싶었는데 "화냥년을 옹호하는 거냐?"라는 비난이 작가에게 쏟아질 것이 예상된다면, 주요섭은 서술을 아예 아이에게 맡겨 버릴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둘이 좋아하는 데 왜 남의 눈치 때문에 서로 헤어져야 하나?"라는 작품의 행간을 읽은 독자들이 "어디서 과부 재가를 옹호하는 작품을 쓰는 거냐?"라고 비난할 때도, "아이고 옥희가 아직 어려서 세상 물정을 몰라서 그런 거니 이해해 줍쇼."라고 회피할 수가 있다. "둘이 좋아하는데 왜 남의 눈치 때문에 서로 헤어져야 하나?"라는 말을 어른-서술자가 발설했다면, 이건 세상과 싸우자는 말이고, 주요섭은 리얼리즘 작가의 명단에 들었을 것이다. 2017년 현재 시점에서 동성애를 다루면서 "어른-서술자"가 "둘이 사랑하는데 남자, 여자가 무슨 상관이냐?"라는 소설을 썼다고 생각해 보라. 그 작가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투사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작가가 만약 싸움을 피하면서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싶다면, 작가와 서술자를 분리해서 읽지 못하는 일반 대중을 위해, 최대한 작가와 닮지 않은 서술자를 설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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