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삼이는 밤나무를 안은 채 잠시 푸른 가을하늘을 치어다 보았다. 흔들지도 않은 밤나뭇가지에서 남은 밤송이가 저 혼자 아람이 벌어져 떨어져 내렸다.
- 황순원, <학>
1. 가을이 되어도 떨어지지 않고 붙어있는 밤송이: 부자연스러운 상태
2. 다 익어서 저절로 아람이 벌어져 떨어지는 밤송이: 자연스러운 상태
1. 친구 사이가 이념 때문에 적으로 갈라진 상태: 부자연스러운 상태
2. 이야기의 결말에서 이념을 넘어선 우정을 회복한 상태: 자연스러운 상태
즉, 묘사된 하나의 사실이 작품의 전체 내용을 암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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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손님과 어머니에도 그와 유사한 장면이 있어서 적용해 보겠습니다.
저 편 산모퉁이에서 기차가 나타났습니다.
“아, 저기 기차 온다.” 하고 나는 좋아서 소리쳤습니다. 기차는 정거장에서 잠시 머물더니 금시에 ‘삑’ 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움직였습니다.
“ 기차 떠난다.”
하면서 나는 손뼉을 쳤습니다. 기차가 저 편 산모퉁이 뒤로 사라질 때까지, 그리고 그 굴뚝에서 나는 연기가 하늘 위로 모두 흩어져 없어질 때까지, 어머니는 가만히 서서 그것을 바라다보았습니다.
- 주요섭, <사랑손님과 어머니>
1. 기차가 정거장에 도착했다. : 기차에 대한 어린이의 반가움과 기대
2. 기차가 잠시 머물다 떠났다.: 떠나야 하는 기차의 숙명과 아쉬움
1. 사랑 손님이 하숙을 시작했다. : 사랑 손님에 대한 과부의 반가움과 기대
2. 사랑 손님이 잠시 머물다 떠났다.: 과부에게 있어서 외간 남자란, 잠시의 설레임을 줄 수는 있어도 끝내 결합될 수는 없는 존재임.(사랑 손님이 아니라 누구라도, 당대의 관습에 따르자면 재혼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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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요즘들어 사랑손님과 어머니를 새로 읽으니... 기차는 정거장에서 잠시 머물더니 금시에 ‘삑’ 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움직였습니다. 이 문장이 눈에 확 들어오네요 ㅋ 짧은 인연의 아쉬움을 이렇게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구나.. 하면서..
ps. 만약 하루키라면
어머니는 가만히 서서 그것을 바라다보았습니다
이 부분을 이렇게 표현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