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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이론] 비유와 상징
  • 관리자
  • 작성일 : 2019-03-16 19:54:39
    <1> 이론
    <1-1> 비유와 상징

    교과서 단원 중 '비유'와 '상징'을 묶어서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 비유 중 특히 '은유'와 '상징'을 많이들 헷갈린다. 비유와 상징은 모두 '원관념'을 좀 더 잘 묘사하기 위해 등장하는 '보조관념'과 관련이 있다. 비유와 상징을 직유/은유/상징으로 나누어 생각해 보자. 흔히 다음과 같이 언어적으로 구분한다.

    (1) 직유: 보조관념 같은 원관념, 원관념은 보조관념처럼 ~~다.
    (2) 은유: 원관념은 보조관념이다. 
    (3) 상징: 보조관념이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다.

     
    (1') 철수는 원숭이처럼 생겼다 : 직유('-처럼'이 있음)
    (2') 철수는 원숭이다. : 은유('-처럼'이 없음)
    (3') 저기 원숭이가 온다: 상징('철수'가 없음)

    그렇게 되면 직유, 은유, 상징의 언어적인 면에만 매달리게 되고, 각각이 가지는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마치 한국 문학 교육계에서 '반어'와 '역설'이 상황적인 아이러니와 상황적인 패러독스의 풍부한 함의를 잃어버리고 오직 '말(언어)'에만 집착하는 거과 같은 현상에서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직유, 은유, 상징은 의미적으로 재정의될 필요가 있다. 어떤 글에서는 직유를 '유사성'에, 은유를 '이질성'에 바탕을 둔 비유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좀 더 자세히 말하면 다음과 같다.

    (4) 직유: '처럼', '듯이', '같이', '인양'을 통해 보조관념의 한 가지 속성과 원관념을 연결한다.
    (5) 은유: 보조관념의 전체 속성을 원관념에 대응함으로써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함의까지 드러낸다.
    (6) 상징: 보조관념이 독자적으로 하나의 원관념이 되며,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원관념까지 담아낸다.

    (4') 사과 같은 내 얼굴 예쁘기도 하지요 : 사과의 '예쁘다'라는 속성만 취함. 빨갛거나 초록인 면은 무시
    (5') 내 얼굴은 사과다 : 작가가 사과의 '예쁘다'라는 속성을 위해 비유했다하더라도, 사과의 다양한 면이 '나'라는 원관념에 함의될 수 있음.
    (6') 사과가 예쁘다: 이것이 '상징'의 맥락으로 쓰였다면 이 문장은 '사과'의 이야기이기도 하며 '나'의 이야기이기도 할 뿐 아니라, 세상의 '예쁜 것'은 무엇이나 이 맥락에 포함될 수 있음.

     
    앞의 예에 적용하면 
    (1') 철수는 원숭이처럼 생겼다 : 직유('-처럼'이 있기 때문에 직유가 아니라, 원숭이의 '외모'라는 한 가지 속성을 철수와 연결시켰기 때문에 직유)
    (2') 철수는 원숭이다. : 은유('-처럼'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원숭이의 털이 많음, 까불까불함, 외모, 친구 머리를 골라줌 등등의 다양한 면이 철수의 이미지에 씌워지기 때문에 은유)
    (3') 저기 원숭이가 온다: 상징(이것이 상징이 되려면, 실제 이 문장의 맥락에서 '원숭이'가 와야 한다. 그리고 그 내용에 철수를 대입했을 때에도 성립해야 한다. 만약 그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단지 철수를 표현하기 위해 이 문장을 썼다면, 이것은 상징이 아니라 은유이다.)

    지금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이 '상징'에 대한 기존의 해석과 달라지는 부분이다. 어떤 사람들은 문면에 표시되느냐의 여부를 두고 은유와 상징을 구분하도록 지도한다. '원관념이 생략된 은유'가 상징이라는 것이다. ('상징=원관념이 생략된 은유' 즉, 비유와 상징은 다른 것이 아니라 '상징'이 '비유'에 포함된다. 즉, 비유안에 직유, 은유, 상징이 있다는 말이다,)

    (7) 봄이면 가지는 그 한번 덴 자리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를 터뜨린다 - 고재종, <첫사랑> 중

    봄에 가지에 피는 꽃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로 표현하였다. 이것을 어떤 사람들은 상징으로 가르친다. 왜냐하면 '꽃'이라는 원관념이 문자로 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시 전체를 읽었을 때 '꽃'으로만 해석이 되므로 은유이다.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원관념이 생략된 은유'라고 할 때 '생략'은 '눈에 보이느냐/눈에 안 보이느냐'라는 '말(언어)'의 생략이 아니다. 원관념이 맥락 전체에서 사라진 말 그대로 '의미적인' 생략을 말한다. (7)의 문장이 '상징'이 되려면, 저 '상처'가 진짜 우리 눈에 보이는 '상처'를 의미할 때에만 비로소 성립한다. (7)의 문장이 진짜 '상처'를 노래하는 경우가 바로 '아름다운 상처 같은 꽃'에서 '꽃'이라는 원관념이 완전히 생략된 경우이다. 그렇지만 독자는 시인이 '상처'를 보여줄 때에, '꽃'을 읽어낼 수 있다. 그리고, '꽃'만이 아니라 '상처이지만 아름다운 세상의 모든 것'을 읽어낼 수 있다. 그것이 상징이다.

    덧붙여, '상징'은 아주 고도의 수법이므로 국어교사들조차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교과서에서는 흔히 '십자가'는 희생의 상징,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이라는 식으로 '단어' 또는 '소재' 수준에서 상징을 가르친다. 작품을 가르칠 때에도 "고무신이 상징하는 것은?(오영수, <고무신>)", "꿩이 상징하는 의미는?(이오덕, <꿩>)" 등으로 소재 중심으로 가르친다.
    하지만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에서 보듯이 우리는 보통 '직유', '은유'를 문장으로 배운다. '상징'을 문장으로 배울 수도 있어야 한다.

    (8) 흔들지도 않은 밤나무 가지에서 남은 밤송이가 저 혼자 아람이 벌어 떨어져 내렸다. - 황순원, <학> 중
    (9) 기차는 정거장에 잠시 머물더니, 금시에 삑 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움직였습니다. - 주요섭, <사랑 손님과 어머니> 중

    (8)은 성삼이가 마을에서 직접 본 장면이다. 실제로 밤이 떨어졌다. 가을에도 떨어지지 않고 남아 있는 밤송이는 부자연스럽다. 그것이 저절로 떨어져 내린다. 부자연스럽던 밤이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바뀐다. 이것은 실제로 발생한 사건이다. 그리고 작품이 끝날 때, 친구끼리 총부리를 겨눠야 하는 부자연스러운 상황이, 우정을 회복하는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바뀐다. 즉 (8)의 문장은 이 작품 전체의 주제를 담고 있는 '상징'인 것이다.
    (9)는 옥희가 뒷동산에서 직접 본 장면이다. 실제로 기차가 머물다가 떠나갔다. 기차는 정거장을 목적지로 하여 달려오지만, 정거장에 영원히 머무를 수 없는 존재이다. 언젠가는 떠나간다. 사랑 손님이 바로 이 기차와 마찬가지로 옥희네 사랑에 머물렀지만 금시에 떠나가야 하는 운명이었다. 이 문장이 바로 작품 전체의 상황을 담아 내는 '상징'이 된다.

    <1-2> 은유와 직유
    가끔 '직유'는 조금 수준 낮은 비유이고 '은유'가 조금 수준 높은 비유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직유와 은유 자체에 수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직유와 은유를 쓰는 작가의 역량에 따라 달라진다. 즉 다음과 같은 경우가 모두 가능한 것이다.

    (10) 끝내주는 멋진 직유
    (11) 하나마나한 허름한 은유

    (10) 끝내주는 멋진 직유를 쓰는 사람으로는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가 있다.
     
    • 그는 왼손을 쫙 펴더니 자기 턱을 비벼댔다. 자란 수염이 메마른 소리를 냈다. 팽팽하게 잡아당긴 얇은 종이 위를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소리였다.
    • 가장 거대하고 가장 조용한 것이 아빠 캥거루다. 그는 재능이 다한 작곡가와도 같은 얼굴로, 먹이 통속에 있는 초록색 이파리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 미도리는 한참 동안 전화 저쪽에서 말없이 듣고만 있었다. 마치 온 세계의 가랑비가 온 세계의 잔디밭에 내리고 있는 듯한 침묵이 계속되었다.

    나는 이시영의 '공사장 끝에'라는 시를 끝내주는 멋진 직유의 예로 자주 든다.

    "지금 부숴버릴까"
    "안돼, 오늘밤은 자게 하고 내일 아침에......"
    "안돼, 오늘밤은 오늘밤은이 벌써 며칠째야? 소장이 알면......"
    "그래도 안돼......"
    두런두런 인부들 목소리 꿈결처럼 섞이어 들려오는
    루핑집 안 단칸 벽에 기대어 그 여자
    작은 발이 삐져나온 어린 것들을
    불빛인 듯 덮어 주고는
    가만히 일어나 앉아
    칠흑처럼 깜깜한 밖을 내다본다
    - 이시영, <공사장 끝에> 전문

    '-인 듯'이 들어가서 직유인 것은 맞다. 가족이 깨어있음을 알면 철거가 시작될 것이므로 집 밖의 인부들에게 불빛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엄마는 불빛을 얼른 끄려 할 것이다. 어린 것들의 삐져나온 작은 발을 재빨리 덮어주는 엄마의 행위는, 실은 발시렵지 말라는, 감기 걸리지 말라는 의도이지만, 그 행동의 빠르기는 불빛을 숨기려할 때의 조급함에 필적한다. 어린 것들을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이다. 그리고 그 어린 것들은 엄마의 미래이며, 엄마의 희망이다. 하지만 그것이 불빛처럼 빛나지 못하도록 이불을 덮어서 가려버린다. 엄마가 빛나는 불을 끄고 자꾸만 감추려하는 것은 엄마가 아이들의 희망을 펼치도록 돕지는 못하고 오히려 가난한 삶으로 인해 아이들의 발목을 잡는 존재가 되는 미안함, 죄책감을 극대화하는 장면이기도 하며 이 아이들의 미래가 환히 빛나지 못하고 암울할 것이라는 것까지 암시한다. '직유'에 이만한 함의를 담아내기도 쉽지 않다.

    (11) 하나마나한 허름한 은유는 많은 예를 들지 않아도 '사은유' 라는 진부한 표현으로 다들 한두 개쯤은 알고 있다. 사은유는 사실 은유인지 아닌지도 모르게 되는 지경에 이른 은유이다.
    • 솜방망이 처벌
    • 너 그렇게 먹다가 돼지된다.
    • 우리 조직에 젊은 피를 수혈해야 합니다.

    <2> 교육

    비유와 상징을 교육할 때 어떤 사람들은 다음 구절에서 '직유'를 찾아보자, '은유'를 찾아보자, '상징'을 찾아보자, 로 끝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직유, 은유, 상징을 교육할 때에는 다음 두 가지를 덧붙여야 한다.

    (12) 직유, 은유, 상징이 쓰인 부분을 찾는다.
    (13) 직유, 은유, 상징이 쓰인 부분에서 그 비유, 그 상징이 담고 있는 '의미'를 찾는다.
    (14) 직유, 은유, 상징이 좋은 비유인지 허름한 비유인지를 평가한다.
    (14-1) 이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사용된 보조관념을 보니 '원관념'에 대한 이해가 쉬워지거나 의미가 더 풍부해지는가를 따져야 한다.
    (14-2) 그리고 주어진 문장에서 비유를 빼고 '직설'적인 표현으로 바꿔 본 다음 비유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느낌이 다른지 느껴봐야 한다.

    학생들이 쓴 다음과 같은 시가 있다.


    나는 친구들이 싸우면
    오뚜기처럼 왔다갔다
    사이를 고치려 한다.
    이럴 때 나의 돈들은 기어나와
    둘 사이를 풀어준다.
    나는 나의 돈으로 풀어져서
    난 돈 걱정 없이 기쁘다
    세상은 자본주의인가 보다
    - 권혁, <싸움> 중

    이 시를 읽고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평가한 바에 따르면, '오뚜기처럼'은 적절하지 않은 비유라고 한다. '시계추처럼'이나 '진자처럼'이 진부하긴 하지만 '오뚜기처럼'보다는 이 상황에 자연스럽다는 뜻이다. 그런 평가를 들으면 시를 쓴 학생 본인도 동의하게 된다. 그리고, 이와 같은 방식으로 '교과서에 실린 시인의 시' 역시 완전한 것이 아님을 알고, (비유적 표현에 한하여) 교과서의 시에 대한 본격적인 비평이 가능한 것이다.

    (14-3) 단, 비유가 반드시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은 아니어도 된다. 일부러 택도 아닌 비유를 사용하여 독자들에게 또 다른 관념/인식/이미지/정서를 전달할 수 있다.
     또는 의미를 포기한 '무의미시'가 된다. 이쯤되면 비유 자체가 하나의 역설이 되는 수준에 이른다.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언어의 본질인데, '무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시를 쓴 셈이기 때문이다.
     
    • 사랑하는 나의 하느님, 당신은 늙은 비애다. 푸줏간에 걸린 커다란 살점이다. 대낮에도 옷을 벗는 여리디 여린 순결이다. - 김춘수, <나의 하느님> 중

     
관리자 ( 2020-05-24 21:23:02, 58.xxx.210.xxx )
김정한 <사하촌>의 상징: 타작마당 돌가루 바닥같이 딱딱하게 말라붙은 뜰 한가운데, 어디서 기어들었는지 난데없는 지렁이가 한 마리 만신에 흙고물 칠을 해 가지고 바동바동 굴고 있다., 새까만 개미 떼가 물어 뗄 때마다 지렁이는 한층 더 모질게 발버둥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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