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만들게 하려면 배 만드는 법을 알려주지 말고 넓은 바다를 동경하게 하라.
- 생떽쥐베리
2019년 중학교 2학년 국어책은 2009개정 교육과정의 마지막 교과서입니다. 2학년 2학기 3단원이 ‘경험을 형상화하기’인데 (1) 시로 형상화 (2) 소설로 형상화 (3) 영상으로 형상화입니다. 시를 쓰게 하려면, 소설을 쓰게 하려면 시 쓰는 법, 소설 쓰는 법을 알려주지 말고 무엇을 동경하게 해야 할까요? 예술가의 낭만적인 사교 모임? 시인, 소설가로서의 명예? 작품이 팔리고 인세를 뗴돈으로 벌어 부자가 되는 것? 실제로 문학소년, 문학소녀들은 각자 자신만의 동경을 통해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2학년 2학기 문학 창작 수업을 위해 일단 단원을 (1) 시 쓰기 (2) 소설 쓰기 (3) 수필 쓰기로 재구성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순서로 수업을 진행하였습니다.
1. 1학기 내내 3분 글쓰기: 대학노트를 1학급 분량(25권) 준비한다 – 각 공책 표지에 1~25 숫자를 크게 쓴다 – 수업 시간마다 공책을 들고 가서 자기 해당하는 번호의 공책에 3분 동안 글을 쓴다 – 글의 주제는 매시간 바뀐다(테이블 토픽 카드에서 뽑기함)
※ 이제 곧 작가가 될 거니까 ‘반드시’ 사인을 개발하라고 말해 줍니다.
2. 매일 검사해서 재미있게 쓴 글은 대자보로 만들어서 복도에 게시한다: 여기서부터 하나의 동경이 시작됩니다. 아이들이 자기 글 실렸다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더 재미있게 써야지 하는 생각을 조금씩 품게 됩니다.
3. 같은 내용을 페이스북에도 올린다: 특히 요즘은 SNS 시대니까 페이스북에도 올려줍니다.
4. 2학년 1학기에도 시 단원이 나옵니다. 2학기에 시를 창작할 건데, 시는 쓰고 읽는 게 다가 아니며 소리내어 낭송할 때 비로소 의미가 생김을 알려주고, 시 낭송 대회에 나갈 학생을 뽑습니다.
(1) 부산문인협회 청소년 시낭송대회: 6월. 약간 새로운 스타일의 낭송도 허용함. 교당 2~3명이라고 확인 받고 교내 예선까지 열었는데 막상 보니 교당 참가 제한은 없는 듯.
(2) 재능시낭송대회: 5월부터 영상예심-지역본선-서울결선(11월)으로 이어짐. 정통파 스타일 선호. 교당 참가 제한 없음. 영상은 찍어서 카톡으로 참가함.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 교내 예선도 나름 성대하게 열었습니다. 참가만 해도 1인 1닭! 구경하러만 와도 김밥 한 줄! 마침 교생도 와 있어서 같이 구경하라고 시켰습니다.
(부산문인협회 대회는 동상, 장려상/재능시낭송 대회는 부산 은상-전국 동상)
5. 7월에 1학기 기말고사를 치고 남은 기간에 2학기 수업 예습 겸 바로 창작을 합니다. 이때는 3분 글짓기 공책을 뒤적이며 제일 마음에 드는 걸 골라서 시나 소설의 형식으로 무작정 바꿔 봅니다.
6. 그리고 국내 유일의 청소년 문예지 <푸른글터> 상반기호에 막 보냅니다.(보낼 곳: 푸른글터 다음카페-우리들의 글방 또는 zipnumsa@empal.com) 그리고 2명이 실립니다. 잡지와 상금을 줍니다. 아이들이 2학기 수업을 기대하기 시작합니다.
7. 개학 후 8월~9월말까지 수업 시간에 시, 수필, 소설을 쓰고-고쳐쓰고를 무한 반복합니다. 단, 2학년 2학기에는 ‘어문 규범’ 단원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5분 받아쓰기를 매 시간 실시합니다. 국어 시간이 되면 5분간 받아쓰기를 하고 시를 씁니다.
(1) 인생의 10대 사건을 적는다.
(2) 각 사건마다 내가 깨달은 점을 ‘인생의 진리’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3) 10가지 깨달음 중에 가장 멋진 깨달음을 3개 고른다.
(4) 그 중의 하나를 시로 쓴다. 그 중의 하나는 수필로 쓴다. 그 중의 하나는 소설로 쓴다.
(5) 이때 교실 풍경은 이렇습니다.
(6) 고쳐쓰기 관해서는.. 별도의 소개 자리를 마련해야할 듯합니다.(첨부한 현대시작법발표.hwp 레포트 파일의 10쪽부터 보면 재미있습니다.)
8. 10월에는 4주 토요일에 요산 김정한 선생을 기리는 요산문학제가 있습니다. 요산문학제에는 백일장이 있습니다. 백일장에 나갈 아이들을 모읍니다. 창작에 재미를 느끼고 간식에 눈 먼 아이들이 모입니다. 1시부터 3시까지 글을 쓰고 3시부터 5시까지 치킨을 먹으며 기다리면 그 날 바로 시상식을 합니다. 운문부 은상을 받아 옵니다. 상금도 꽤 큽니다.
9. 시는 낭송이죠. 소설은? 구연동화?가 떠오르겠지만 우리에겐 전국국어교사모임 이야기대회가 있습니다. 이번에도 치킨으로 꼬십니다. 버금상 2명입니다.
10. 11월에는 ‘선생님 자랑대회’에 내보낼 글을 씁니다. 아무 날이나 하루 잡아서 “인생에서 고마운 선생님이 있을 것이다. 은혜를 갚고 싶지? 말로만 은혜를 갚는 게 아니다. 그동안 갈고 닦은 필력을 발휘해서 선생님을 멋지게 자랑하면, 글쓴 학생도 상을 받고, 해당 선생님도 상을 받는다. 선생님들한테 교육감상, 교육장상 엄청 중요하거든? 은혜를 갚아 봐라.”라고 꼬셔서 글짓기를 시킵니다. 교육장상 정도는 쉽게 줍니다.
11. 12월에는 아차, 하고 잊었던 <함께 여는 국어 교육> 잡지(전국국어교사모임 계간지)에 잊지 않고 글을 보냅니다. 까먹지 않았으면 여름호, 가을호, 겨울호에 다 보냈을 텐데, 어쩔 수 없이 12월에 보내서 겨울호에만 3명 실립니다. 문화상품권은 덤이죠. 그리고 국내 유일의 청소년 문예지 <푸른글터> 하반기호에 또 작품을 보냅니다.
12.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나면 아이들을 데리고 컴퓨터실로 갑니다. 자기 작품을 워드로 쳐서 문집으로 엮을 준비를 합니다. 타자가 빠른 아이들은 자기 꺼 다 치고 친구들 꺼도 쳐 줍니다. 메일로 모아서 편집은 교사 몫입니다. 원래 표지 디자인도 교사몫인데 학생 작품을 한 번 시켜 봤습니다. 내년부턴 그냥 미술 샘한테 부탁하려구요.
13. 12월에 1년의 마지막 공모전이 있습니다. 바로 문장-글틴의 후속으로 청소년 문예 운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kickkick 블로그에서 주최하는 ‘웃음글 공모전’. 아이들이 쓴 글 중에 웃긴 글만 모아서 보냅니다. 2018년에는 단1명이 전국 2위했는데 2019년에는 전국3위 2명, 장려상 3명입니다.
14. 기말고사 끝나고 시화를 만들어 복도에 게시합니다.
15. 드디어 문집이 나왔습니다. 시100편, 수필100편. 2017년에는 즉흥적으로 교장 쌤을 꼬셔서 예산을 타냈지만 2018년에는 계획적으로 문집 발간비 100만원 정도를 초기에 잡아 두었습니다.(명목은 ‘학력신장교재비’, 책쓰기 동아리비, 등등 눈먼돈이 많더군요)
(1) 1시간 동안 문집을 읽고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중심으로 독후감을 쓴다.
(2) 사인 받고 싶은 작가에게 가서 사인을 받는다.(1.에서 만든 바로 그 사인!)
(3) 소감문을 타이핑해서 게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