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그룹 > 자료실
  • [문법][역사성] 심술
  • 관리자
  • 작성일 : 2018-06-13 03:45:00
      정지용이 윤동주의 동생에게 윤동주에 대해서 묻고 답하기를,
     
    “연전(延專)을 마치고 동지사(同志社)에 가기는 몇 살이었던고?”
    “스물 여섯 적입니다.”
    “무슨 연애(戀愛) 같은 것이나 있었나?”
    “하도 말이 없어서 모릅니다.”
    “술은?”
    “먹는 것 못 보았읍니다.”
    “담배는?”
    “집에 와서는 어른들 때문에 피우는 것 못 보았읍니다.”
    “인색하진 않었나?”
    “누가 달라면 책이나 샤쓰나 거져 줍데다.”
    “공부는?”
    “책을 보다가도 집에서나 남이 원하면 시간까지도 아끼지 않읍데다.”
    “심술(心術)은?”
    “순(順)하디 순하였습니다.”
    “몸은?”
    “중학 때 축구선수였습니다.”
    “주책(主策)은?”
    “남이 하자는 대로 하다가도 함부로 속을 주지는 않읍데다.”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정지용 서문 中
     
      라고 하였는데, '심술', '주책'이 긍/부정의 의미 없이 중립적으로 쓰였다. 의미나 용법의 변화는 참으로 신기하다. 예전 같으면 "심술이 어떻냐?"라고 물으면 "좋아요, 나빠요"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 진짜 '심술'의 의미였는데, 심술이 좋을 때는 잘 안 쓰고 심술이 나쁠 때 "심술이 나빠요."라고 오래 쓰다보니, '심술' 그 자체가 마치 나쁜 뜻을 가진 것처럼 굳어진 것이다.
      요즘 인성이라는 단어가 '심술'의 뒤를 잇고 있는 것 같다. '인성' 그 자체는 중립적인 단어이다. 아직은 "인성이 어떻냐?"라고 물으면 "좋아요, 나빠요" 이렇게 대답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인성이 나빠요"라는 말과 더 자주 붙어 다닌다. 그래서 "인성 갑", "인성 보소"이렇게 말할 때의 '인성'은, "(나쁜)인성"의 준 말이다.
      정지용이 저렇게 쓴 건 광복 직후인데, 아직 60년밖에 안 된 일이다. 그런데도 지금 사전에 '심술'을 찾아보면 부정적인 의미만 실려 있다. 언젠가 50년 내에 국어 사전에서 '인성'을 찾으면 '나쁜 성격을 뜻함.' 이렇게 나오는 걸 볼 수 있으려나?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142 [문법] [음운] 음운의 변동 관리자 2018-06-19 2
141 [문법] [어휘] 동음이의어 관리자 2018-06-17 2
140 [화법] [논증] 삼단 논법의 성립과 오류 관리자 2018-06-17 1
139 [문법] [토론] 사잇소리와 표준 발음법과 문법 교육 관리자 2018-06-17 2
138 [기타] [평가] 선다형의 함정 관리자 2018-06-15 3
137 [기타] [평가] 교과 외적 능력 평가 관리자 2018-06-15 4
-> [문법] [역사성] 심술 관리자 2018-06-13 3
135 [문법] [역사성] 소름 관리자 2018-06-13 4
134 [문학] [교과서] 교과서용으로 작품을 손질하기 관리자 2018-06-11 10
133 [문학] [용어] 비극 관리자 2018-06-07 5
132 [문학] [창작] 패러디 시 관리자 2018-06-07 8
131 [문법] 주동과 능동 관리자 2018-06-07 4
130 [문학] [고전] 국문학의 흐름 관리자 2018-06-07 6
129 [문법] [성조] 운소 성조 장음 관리자 2018-06-06 5
128 [문법] [담화] 텍스트성. 응집성. 관리자 2018-06-06 4
127 [화법] [토론] 딜레마 관리자 2018-06-06 7
126 [문법] [토막글] 사이시옷 관리자 2018-05-30 6
125 [문법] [토막글] 사동과 피동 관리자 2018-05-30 14
124 [문법] [토막글] 피동의 주어 관리자 2018-05-30 5
123 [문법] [음운] 성조 관리자 2018-05-30 8

[처음] ◁ < [1] [2] [3] [4] [5] [6] [7] [8] ▷ [끝]

작성자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