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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교과서] 교과서용으로 작품을 손질하기
  • 관리자
  • 작성일 : 2018-06-11 05:41:50
    소설가나 시인은 단어 하나, 쉼표 하나를 넣고 빼기 위해서 몇날몇일을 고민하는데,
    교육용이라는 이름으로 그걸 마구 손질하는 것은 작품을 하나의 완성된 예술품으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이다. 시를 맞춤법에 맞게 바로잡아서 운율을 흐트리거나, 옛말을 현대어로 번역하여 고유의 느낌을 망치는 경우도 많고, 소설에서도 소위 "비교육적"인 장면들을 싹둑싹둑 잘라낸다.

    박완서, <옥상의 민들레꽃>
    "감옥소요, 감옥소."
    "세상에 끔찍해라. 감옥소라니."
    "아파트 값이 똥값이 되고 말 거예요."
    "나라면 거저 줘도 안 살 거예요."
    이렇게 해서 베란다에 쇠창살을 달자는 의견은 흐지부지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뚱뚱한 여자는 기가 꺾이지 않고 새로운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젊은 양반이 좋은 얘기해 줘서 고마워요. 그 생각을 못한 건 큰 실수였어요. 그럼 이렇게 하는 게 어떻겠어요. 베란다 쪽으로 난 유리창에 새로운 자물쇠를 달면요. 우리 쇠붙이 회사에서 요새 발명해서 특허를 낸 자물쇤데 한번 잠갔다 열려면 열쇠 가지고도 반나절은 넘게 걸리고 그 동안에는 시끄러운 소리가 계속된다니 노인네나 아이들이 몰래 열고 나갈 가망은 절대 없잖아요."
    "그렇지만 엄마들이 집을 비우는 시간이 어디 반나절만 되나요""
    구석에 앉은 젊은 엄마가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시끄러운 소리를 나게 한 거 아닙니까?? 시끄러운 소리가 반나절이나 나면 이웃끼리 서로 연락을 해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가 있으니까."
    "참 그렇겠군요."
    젊은 엄마가 고개를 움츠렸습니다.
    "그렇지만 여러분."
    여태껏 잠자코 있던 노교수님이 반백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일어섰습니다.
    " 창을 열기가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우리 궁전 아파트의 특징은 여름엔 창문을 꼭꼭 닫고 살다가 겨울엔 활짝 열어 놓고 사는 건데 겨울에 창이 닫혀 있어 보세요?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어요? 이건 우리 아파트의 품위에 관계되는 중대한 문젭니다. 물론 아파트 값과도 상관이 있는 문제입니다만....."
    노교수님이 품위 있게 슬쩍 말끝을 흐렸습니다. 그러나 아파트 값을 들먹였다는 걸로 노교수님의 말씀은 담빡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뚱뚱한 여자는 두 가지 쇠붙이를 다 팔아먹을 수 없게 되자 풀이 죽어 제자리에 앉아 버렸습니다.
    노교수님이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사람들의 눈길이 노교수님의 우물거리는 입가로 모였습니다.
    " 제 생각으로는 할머니가 두 분씩이나 왜 갑자기 살고 싶지 않아졌나, 그걸 먼저 우리는 알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그 분들이 목숨을 끊고 싶어서 끊었지, 베란다가 있기 때문에 끊은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목숨을 꼭 끊고 싶으면 베란다 아니라도 끊을 데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 교과서 판에서는 뚱뚱한 여자의 돈 욕심이 약화됨.


    하근찬, <흰 종이수염>
    1
    아버지가 돌아오던 날 동길이는 학교에서 공부를 하지 못하고 쫓겨났다. 다른 다섯 명의 아이와 함께였다.
    아이들은 모두 풀이 죽어 있었다. 어떤 아이는 시퍼런 코가 입으로 흘러드는 것도 아랑곳없이 눈만 대고 깜작거렸고, 입술이 파랗게 질린 아이도 있었다. 여생도 둘은 찔끔찔끔 눈물을 짜내고 있었다. 축처진 조그마한 어깨들이 볼수록 측 은했다.
    그러나 동길이만은 그렇지가 않았다. 그는 두 주먹을 발끈 쥐고 있었다. 양쪽 볼에는 발칵 불만을 빼물고 있었고, 수박 씨만한 두 눈은 차갑게 반짝거렸다.
    '울엄마 일하는데 어떻게 학교에 오는공. 울아부지 안제 돈 많이 벌어 갖고 돌아오면 다 줄낀데 자꾸 지랄같이.....'
    동길이는 담임선생의 처사가 도무지 못마땅하여 속으로 또 한번 눈을 흘겼다.
    쫓겨 나온 교실이 마음에 있다거나 선생님의 교탁 안으로 들어간 책보가 걱정이 된다거나 해서가 아니었다. 그런 알량 한 몇 권의 헌책 나부랭이, 혹은 사친회비를 못 내고 덤으로 앉아서 얻어 배우는 치사스러운 공부 같은 것, 차라리 시원 했다. 집으로 돌아가서 돈을 가져오라는 호령 따위도 이미 면역이 된 지 오래여서 시들했다. 그러나 돈을 못 가지고 오 겠거든 아버지나 어머니를 데려오라는 데는 딱 질색이었다. 전에 없던 일이었다.
    "사람이면 염치가 좀 있어야지, 한두 달도 아니고. 이놈아! 너는 사, 오, 륙, 칠 넉 달 치나 밀렸잖아. 이학년 올라와서 어 디 한 번이나 낸 일 있나? 지금 당장 가서 가져 오든지 그러찮음 아버질 데려와!"
    냅다 고함을 지르는 바람에 간이 덜렁했으나 동길이는 또렷한 목소리로,
    "아부지 집에 없심더." 했다.
    "어디 가고 없노?"
    "노무자 나갔심더."
    "............"
    징용에 나갔다는 말을 듣자 선생은 잠시 말이 없다가,
    "그럼, 어머니라도 데려와." 했다.
    목소리가 꽤 누그러졌으나, 매정스럽기는 매양 한가지였다.
    "안 데려옴 넌 여름방학 없다. 알겠나?"
    "............"
    동길이는 대꾸를 하지 않았다. 입을 꼭 다물고 양쪽 볼에 발칵 힘을 주었다. 그리하여 다른 다섯 아이와 함께 책보는 말 하자면 차압을 당하고 교실을 쫓겨났던 것이다.
    아이들은 땅바닥을 내려다보며 힘없이 운동장을 걸어나갔다. 여생도 둘은 유난히 단발머리를 떨어뜨리고 걸었다. 목덜 미가 따갑도록 햇볕이 쏟아져 내렸다. 맨 앞장을 서서 가던 동길은 발 끝에 돌멩이 하나가 부딪치자 그만 그것을 사정 없이 겉어차 버렸다. 마치 무슨 분풀이라도 하는 듯이...... 발가락 끝에 불이 화끈했으나 그는 어금니를 꽉 지르물고 아 무렇지도 않은 체했다.
    킥! 하고 한 아이가 웃음을 터뜨리자 다른 아이들도 따라서 낄낄 웃었다. 어쩐지 모두 속이 시원했던 것이다.
    그러나 누가 먼저 뒤를 돌아보았는지 모른다. 웃음은 일제히 뚝 그치고 말았다. 그들을 쫓아낸 얼굴이 창문 밖으로 이 쪽을 내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여섯 개의 가느다란 모가지가 도로 움츠러들지 않을 수 없었다. 교문을 나서자 아이들은 움츠렸던 목을 쑥 뽑아들고 다시 교실 쪽을 돌아보았다. 이제 선생님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장단을 맞추어 구구를 외는 소리만이 우렁우렁 창 밖으로 울려 나왔다.
    사아이는 팔, 사아삼 십이, 사아사 십육......
    동길이는 별안간 무슨 생각이 났는지 오른쪽 주먹을 왼쪽 손아귀로 가져가더니 그만 힘껏 안으로 밀어 내며,
    "요놈 먹어라!"
    하는 것이었다. 감자를 한 개 내질러 준 것이다. 그리고 후닥닥 몸을 날렸다. 뺑소니를 치면서도 냅다,
    "사오 이십, 사륙은 이십사, 사칠은 이십팔....."
    하고 고함을 질러 댔다. 다른 아이들도 와아 환호설을 올리며 덩달아 사방으로 흩어져 갔다. 군용 트럭이 한 대 뿌연 먼지를 날리며 달려오고 있었다.
    2
    "오오이는 십, 오오삼 십오, 오오사 이십....."


    - 교사의 악랄함이 약화됨. 이건 그나마 앞부분 생략이라고 적어둬서 좀 낫다. 하지만 홍길동전 같은 장편과 달리 <1> 부분이 지나치게 길어서 싣지 못할 정도의 분량은 아닌데도 굳이 생략하였다. 이유는 다 알 것이다.

    오정희, <소음공해>
     그리고는 소음 공해와 공동 생활의 수칙에 대해 주의를 줄 것을, 선의의 피해자들을 대변해서 강력하게 요구하곤 했었다.
    직접 대놓고 말한 것은 아래층 여자의 경우
    뿐이었다. 부부 싸움을 그만 두게 하라고 경비실에 부탁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 남편이 오퍼상을 한다는 것 , 돈과 여자 문제로 부부 싸움이 잦다는 것은 부엌 옆 다용도실의 홈통을 통해 들려 온 소리 때문에 알게 된 일이었다 . 홈통은 마이크처럼 성능이 좋았다. 부엌에서 일을 할라 치면 남자를 향해 퍼붓는 여자의 앙칼진 소리들을 싫어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엘리베이터에 단둘이 타게 되었을 때 나는 여자에게 , 부엌이나 다용도실에선 남이 알면 거북할 얘기는 안 하는 게 좋다고 조용히 말했다. 
     여자가 자꾸 남편의 자존심 을 건드리고 약점을 잡아 몰아 대면 남자는 더욱 밖으로 돌기 마련이라고, 알 고도 모르는 채 속아 주기도 하는 게 좋을 때도 있는 법이라는 충고를 덧붙인 것은 나이 많은 인생 선배로서의 친절이었다 . 여자는 차갑게 굳은 얼굴로 명심하겠노라고 말했지만 다음부터는 인사는커녕 마주치면 괴물을 보듯 아예 고개를 버리곤 
    했다.




    - 교과서 판에서는 이 주인공 여자의 참견쟁이 성격이 약화됨. 오지랖이 넓고 교양 있는 척은 혼자 다 하지만 알고 보면 위층 여자 입장에서는 이 주인공의 인터폰이 더 소음공해였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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