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머리말
이 논문은 독서와 작문 교육에서 글을 평가하는 하나의 요소인 ‘일관성’이 중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다루어지고 있지 않음을 밝히고, 제대로 된 ‘일관성’의 개념에 대한 교육은 어떤 내용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살펴보려고 썼다.
이 글은 7차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서술될 것이나, 2007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여전히 일정한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국어과 교육과정에서 ‘일관성’이라는 용어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독서와 작문 교육을 위한 ‘일관성’의 개념은 어떠해야 하는지 재정립해 볼 것이다.
그리고 ‘일관성’ 개념이 중학교 교육현장에서는 제대로 교육되고 있지 않음을 드러내 보이고, 일관성 개념을 교육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 내용을 선정하여 보겠다.
2. 일관성의 개념 정립
제7차 교육과정의 학년별 교육내용에는 통일성, 응집성과 함께 일관성이 제시되어 있다.
· 7-읽-(4): 내용의 통일성을 평가하며 글을 읽는다.
· 8-듣-(4): 들은 내용의 응집성을 판단한다.
· 8-읽-(5): 읽은 글의 일관성을 평가한다.
7차 교육과정 해설서에는 통일성, 응집성의 개념이 부록의 ‘용어 해설’ 항목에 나와 있고, 일관성의 개념은 용어 해설 항목에 나와 있지 않다.
· 통일성(coherence): 텍스트에 포함되어 있는 내용들 간의 ‘의미적인’ 연결 관계를 말한다. 보통 응집성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를 통해서 의미적인 관계가 형성된다.(교육부, 1999:156)
· 응집성(cohesion): 텍스트에 포함되어 있는 요소들 간의 표면적인 연결 관계를 일컫는다.(교육부, 1999:154)
그렇다면 일관성은 무엇인가? ‘용어 해설’에는 없지만 학년별 교육내용의 해설 부분에는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1) ‘일관성’이란, 글의 주제를 서술하는 글쓴이의 방법이나 태도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관점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교육부, 1999:71)
(2) 읽은 글의 중심 내용과 뒷받침 내용 간의 관계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지 토의하도록 지도하는 데 중점이 있다.(교육부, 1999:72)
(3) 이 활동은 문장과 문장을 연결하는 표지 또는 글의 부분과 부분을 연결하는 표지를 사용하여 글을 쓰게 함으로써 일관성 있는 내용 조직의 기초를 다지게 하는 데 지도의 중점이 있다.(교육부, 1999:76)
(1)에서, 만약 글의 끝부분에서 글쓴이의 관점이 바뀐다면 글의 주제에서 벗어나는 서술이 될 것이므로 이 경우에는 ‘통일성’의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2)에서, 만약 중심 내용과 뒷받침 내용이 별로 관계가 없다면 중심 주제에서 벗어나는 종속 주제의 선정이 된 것이므로 이 경우에도 ‘통일성’의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3)에서, 글의 표면적인 연결 관계를 드러내 보이는 문장 연결 표지, 글의 부분을 연결하는 표지 등은 ‘응집성’의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혼란은 독서·작문의 원리로 설정된 ‘통일성, 일관성’이라는 용어와, 다른 학문의 장에서 ‘텍스트성’을 결정하는 요소로 설정된 ‘coherence, cohesion’의 무리한 결합에서 비롯된다. 무리한 결합이라기보다는 단순한 번역의 오류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교육과정 해설서를 다시 한 번 보자.
· 통일성(coherence): 텍스트에 포함되어 있는 내용들 간의 ‘의미적인’ 연결 관계를 말한다. 보통 응집성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를 통해서 의미적인 관계가 형성된다.(교육부, 1999:156)
· 응집성(cohesion): 텍스트에 포함되어 있는 요소들 간의 표면적인 연결 관계를 일컫는다.(교육부, 1999:154)
이 때 주목해볼 것은 통일성과 응집성이 영어의 번역어라는 점이다. 두 용어의 번역 현황은 다음과 같이 매우 혼란스럽다.
‘coherence’의 번역어로서의 ‘통일성’이 아닐 때 지금까지 ‘통일성’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었다.
· 통일성의 원리는 글의 내용을 선택하는 방식에 관한 원리이다. ··· 통일성을 갖춘 글을 쓰기 위하여 필자는 종속적인 제재를 선택함에 있어서 반드시 글 전체의 일반적인 제재와 직결되는 종속 제재를 선택해야 하며, 2차적 종속 제재를 선택함에 있어서도 반드시 1차적 종속 제재와 직결되는 제재를 선택해야 한다.(교육부, 1995:264)
그러나 이와 같은 개념 정의로는 다음과 같이 설명되는 ‘일관성’과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 ‘일관성’이란, 글의 주제를 서술하는 글쓴이의 방법이나 태도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관점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교육부, 1999:71)
또, ‘일관성’도 고등학교 교육과 중학교 교육과정이 또 다르게 설명하고 있다.
· 일관성의 원리는 글의 내용을 배열하는 방식에 관한 원리이다. 일관성을 갖춘 글을 쓰기 위하여 필자는 여러 개의 종속 주제 또는 종속 제재를 바른 순서로 배열해야 한다.(교육부, 2001:247)
이러한 혼란은 여러 학문의 장과 여러 층위에서 각각의 의미를 가지고 쓰이던 용어들이 면밀한 재검토 없이 한 자리에서 쓰이다 보니 발생하였다.
그러나 지금 쓰는 이 논문은 교육과정 상의 용어들에 대한 번역의 적절성이나, 각 용어에 대한 정의의 타당성을 깊이 따지려는 자리는 아니다. 위와 같은 혼란을 극복하는 논의는 다음으로 미루고 ‘일관성’에 집중하기 위하여 우선 다음과 같은 용어의 정리를 제안한다.
┎ coherence: 텍스트에 포함된 내용들 간의 ‘의미적인’ 연결 관계(에 해당하는 번역어).
┖ cohesion: 텍스트에 포함된 내용들 간의 ‘표면적인’ 연결 관계(에 해당하는 번역어).
┎ 통일성: 종속 주제를 선정하는 원리.
┖ 일관성: 종속 주제를 배열하는 원리.
이들은 일대일로 대응 관계 또는 포함 관계로 설명되지 않고 약간씩 의미가 겹치기는 하지만, 별도의 대립쌍들인데, coherence 를 ‘통일성’으로 번역하면서 ‘cohesion-coherence(통일성)-일관성’과 같이 이상한 대립쌍이 형성되어 버렸다. 즉, coherence와 cohesion의 개념을 버리고 통일성과 일관성만을 살리자는 것이 아니라, ‘coherence-cohesion’의 쌍과 ‘통일성-일관성’의 쌍의 사용 영역을 구분하자는 것이다.
사실 ‘통일성, 응집성, 일관성, 연결성’ 등의 용어에 대한 혼란은 6차에서부터 계속된 것이다. 그러던 것이 2007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교육 내용’에서 ‘일관성’이 빠지고 ‘coherence’ 로서의 ‘통일성’과 ‘cohesion’ 으로서의 ‘응집성’만이 남게 되었다. 2007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통일성-일관성-응집성’을 하나의 기준으로 설명할 수 없음을 알고 ‘일관성’을 버린 채, ‘통일성(coheren ce)-응집성(cohesion)’을 독서·작문의 원리로 설정하였다. ‘coherence-cohesion’를 명확히 한다는 장점이 있으나 그렇다고 ‘일관성’이라는 원리를 학생들에게 교육하지 않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이대규(2001:341)에 따르면, 독서와 작문 교육에 있어서, 일관성은 글이 바른 순서로 짜여야 한다는 원칙이다. 일관성에는 ‘방법 진술 일관성, 서론-본론 일관성, 본론-결론 일관성’이 있다. 방법 진술 일관성은 종속 제재를 배열할 때, 시간적 순서, 공간적 순서, 논리적 순서를 지켜야한다는 원리이다. 서론-본론 일관성은 서론에서 제시된 방법 진술의 순서와 본론에서 제시된 종속 주제의 전개 순서가 일치해야 한다는 원리이다. 본론-결론 일관성은 본론에서 제시된 종속 주제의 전개 순서와 결론에서 그것을 요약하는 순서가 일치해야 한다는 원리이다.
이러한 개념 정의는 교육부(2001:247)에 의해서도 지지되고 있으며, ‘통일성’과 잘 구별되지 않는 ‘글의 주제를 서술하는 글쓴이의 방법이나 태도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관점을 유지하는 것(교육부, 1999:71)’이라는 정의에 비해서도 명확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다음과 같은 일관성의 협소한 정의보다 보다 포괄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 일관성의 원리는 글의 내용을 배열하는 방식에 관한 원리이다. ··· 글의 주요 내용을 배열하는 방식에는 시간적 순서에 의한 배열, 공간적 순서에 의한 배열, 논리적 순서에 의한 배열 등의 세 가지가 있다.(박영목, 2008:91)
위의 인용은 앞서 말한 ‘방법 진술 일관성, 서론-본론 일관성, 본론-결론 일관성’ 중에서 ‘방법 진술 일관성’에 해당하므로, ‘서론-본론 일관성, 본론-결론 일관성’을 설명하고 있지 못하다.
물론, ‘종속 주제의 배열에 관한 원리’라는 일관성의 정의는 ‘내용 조직’의 원리라는 좁은 틀에서만 ‘일관성’을 바라보게 되고, 독서와 작문 과정 전체를 통해서 드러나거나 요구되는 원리로서의 ‘일관성’ 개념을 모두 포괄하지 못한다는 한계점이 있다.
그러나 범위를 제한함으로써 막연할 수도 있는 개념을 분명하게 만들어, 익히기 쉽게 한다는 장점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러한 독서·작문에서의 ‘일관성’의 개념이 현재 중학교에서 어떻게 교육되고 있는지를 살피고, ‘일관성’ 교육을 위해 필요한 교육 내용을 선정해 보겠다.
3. 일관성 교육의 문제점
제7차 교육과정에서는 글을 평가하는 세 가지 원리로 통일성, 일관성, 타당성을 제시하였다. 7학년에서 통일성, 8학년에서 일관성, 9학년에서 신뢰성과 타당성을 배우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7학년 교과서에서는 통일성이라는 용어를, 9학년 교과서에서는 신뢰성과 타당성을 다음과 같이 직접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 7학년: 한 편의 글은 하나의 주제를 향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글 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도 하나여야 한다. 이러한 성질을 글의 통일성이라고 한다.(교육부, 2001:77)
· 9학년: 타당성을 판단한다는 것은 글쓴이의 의견이 일반적 진리에 비추어 적합한가 ··· 를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교육부, 2003:68)
일관성을 ‘내용을 배열하는 원리’라고 볼 때, 일관성에 해당하는 단원은 이다. 하지만 다음에서 보듯이 일관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
· 글의 주제가 효과적으로 드러날 수 있도록 하려면, 마련한 내용을 긴밀하게 연결하여 쓰는 것이 중요하다. 내용을 긴밀하게 연결하여 글을 쓰기 위해서는 시간 순서와 공간 순서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교육부, 2002:94)
이것은 교육과정을 충실히 구현하지 못한 교과서 집필 상의 문제점일 수도 있으나, 통일성, 타당성에 비해 독서·작문의 원리로서 ‘일관성’이라는 개념이 가지는 불명확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한다.
교사는 교육과정이 아니라 교과서를 보고 학생들을 가르친다. 교과서에서 교육의 내용과 방법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으면 정해진 교육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렵다. 현재의 중학교 국어 교과서는 ‘일관성’ 교육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몇 가지를 살펴보겠다.
우선, 『생활 국어 2-1』의 4단원은 다음과 같이 편성되어 있다.
4. 내용 구성하여 쓰기
(1) 문장 연결하여 쓰기
(2) 내용 연결하여 쓰기
이 단원은 ‘주제 선정-내용 선정-내용 조직-표현하기-고쳐 쓰기’로 이어지는 작문의 과정 중, 7학년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 조직’ 단계를 다루는 단원이다. 앞서 2장의 말미에, ‘내용 조직’의 원리로서 ‘일관성’의 개념을 정리하였고, 개요를 짤 때 ‘방법 진술 일관성, 서론-본론 일관성, 본론-결론 일관성’을 고려하여야 하므로 단원 선정 자체는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소단원 (1)은 ‘응집성(cohesion)’의 개념에 더 가깝다는 점에서 분리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또, 소단원 (2)는 ‘일관성’의 일부인 ‘방법 진술 일관성’ 중에서 ‘시간적인 순서로 배열’과 ‘공간적인 순서로 배열’이라는 일부 중의 일부만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다음으로 『국어 1-2』의 5단원은 다음과 같이 편성되어 있다.
5. 글의 짜임
(1) 설화 속의 호랑이
(2) 도편수의 긍지
(3) 통신 언어, 어떻게 쓸 것인가
이 단원은 (1)~(3) 소단원 모두 글의 ‘서론-본론-결론’을 찾는《학습활동》을 하게 되어 있다. 소단원 (3)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교육부, 2001:179).
2. 서론, 본론, 결론 각 부분의 내용을 간추려 보자.
- 서론: 원만하게 의사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통신 언어의 본질을 잘 알아야 한다.
- 본론: (생략)
- 결론: 일상 언어 생활과 통신 언어 생활을 명확히 구분하여 언어 생활을 하자.
‘방법 진술 일관성’, ‘서론-본론 일관성’, ‘본론-결론 일관성’을 학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개요를 짜야한다. 따라서 7학년에 개요짜기를 배우고 8학년에서 일관성을 배우는 것은 단계적으로 적절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간략한 개요로는 세 가지 ‘일관성’을 판단 수가 없다. 소단원 (3) 의 개요는 다음과 같이 짜야한다. 이러한 적절한 개요 짜기가 ‘일관성’을 판단하는 바탕이 되는 것이다.
I. 서론
1. 배경: 통신 언어를 많이들 쓰고 있다.
2. 주제: 통신 언어의 본질을 알아야 한다.
3. 방법 진술: 통신 언어의 특징, 통신 언어의 실상, 통신 언어 사용 시의 예절에 대해 알아 보자.
II. 본론
1. 통신 언어의 특징
1.1. 상대의 표정과 동작이 담기지 않는다.
1.2. 음성이 담기지 않는다.
1.3. 신속성이 필요하다.
2. 통신 언어의 실상
2.1. 시각적인 기호로 표정을 보충하고 비속어를 남용한다.
2.2. 개인적인 발음 습관, 음운의 변동, 정서나 마음 상태를 표현한다.
2.3. 준말, 띄어쓰기, 은어를 사용한다.
3. 통신 언어 사용 시의 예절
3.1.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3.2. 지나치게 문법을 무시하면 안 된다.
3.3. 서로 간에 믿음이 있어야 한다.
III. 결론
1. 본론 요약: 통신 언어의 특징, 통신 언어의 실상, 통신 언어 사용 시의 예절에 대해 알아 보았다.
2. 주제 반복: 통신 언어의 본질은 사회적 방언이다.
3. 논평: 통신 언어와 일상 언어를 구별해서 쓰자.
이와 같이 개요를 짜고 나면 다음과 같은 일관성의 판단이 가능하게 된다.
(1) I-3. 방법 진술에서 통신 언어의 특징을 설명하고, 그러한 특징 때문에 나타나는 통신 언어의 실상을 설명하고, 그러한 실상 때문에 요구되는 통신 언어의 예절을 설명하고 있으므로 논리적으로 일관성이 있다.
(2) I-3. 방법 진술에서 통신 언어의 특징, 실상, 예절을 설명한다고 소개한 뒤에, II. 본론에서 1. 통신 언어의 특징, 2. 통신 언어의 실상, 3. 통신 언어의 예절 순서대로 설명하였으므로 ‘서론-본론 일관성’이 있다.
(3) II. 본론에서 1. 통신 언어의 특징, 2. 통신 언어의 실상, 3. 통신 언어의 예절 순서대로 설명하였고 III-2. 본론 요약에서 통신 언어의 특징, 실상, 예절 순서대로 요약하였으므로 ‘본론-결론 일관성’이 있다.
물론, 일관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글도 당연히 있다. 문제는 일관성이 없다고(또는 있다고) 판단하려면 제대로 된 개요 짜기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읽은 글의 일관성을 판단할 때에도 필요하고, 일관성 있는 글을 쓸 때에도 필요하다.
이것을, 단순히 교과서 집필자가 교육과정을 충실히 구현하지 못한 잘못이므로 교과서를 제대로 만들면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넘길 일은 아니다. 특히, 『국어 1-2』의 3-(2) 우리꽃 산책의 경우, 다음과 같이 내용을 정리하는 《학습활동》에서 ‘쑥부쟁이’의 꽃말이 본문에 없고, ‘팔손이’의 쓰임새가 본문에 설명되지 않아서 표가 완성되지 않음에도 일관성에 대한 판단을 전혀 하지 않고 넘어간다(교육부, 2001:115). ‘꽃전설’ 부분은 표에도 없다.
이것은 단지 이 단원의 학습목표가 일관성이 아니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독서·작문 교육에서 ‘일관성’이라는 개념이 그만큼 소홀히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2007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교과서 수준이 아니라 교육과정 수준에서 이미 ‘일관성’의 원리가 배제되어 있어 상황은 더 심해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종속 제재의 배열에 관한 원리’로서의 ‘일관성’의 개념은 현장에서 별로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4. 일관성 교육을 위한 내용 선정
이러한 일관성의 개념을 바탕으로 할 때 중학교 교과서에서 필요한 교육내용을 선정해 보겠다.
‘서론-본론 일관성’, ‘본론-결론 일관성’을 알기 위해서는 글의 개요를 짤 수 있어야 한다. 개요를 짜려면, 중심 주제와 종속 주제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하고, 개요의 각 부분을 구성하는 요소를 알고 있어야 한다. 개요의 구성 요소를 잘 알고 있어도 중심 주제와 종속 주제를 구별할 수 없으면 개요를 완성할 수 없고, 중심 주제와 종속 주제를 구별할 수 있더라도 개요의 구성 요소를 잘 알고 있지 않으면 올바른 개요를 짤 수 없다.
글의 개요는 보통 다음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I. 서론
1. 배경
2. 주제
3. 방법 진술
II. 본론
1. 1차 종속 주제1
1.1. 종속 주제1에 따른 2차 종속 주제
1.2. 종속 주제1에 따른 2차 종속 주제
2. 1차 종속 주제2
2.1. 종속 주제2에 따른 2차 종속 주제
2.2. 종속 주제2에 따른 2차 종속 주제
III. 결론
1. 본론 요약
2. 주제 반복
3. 논평
글의 개요는 독서 교육에서 읽은 글의 내용을 쉽게 파악하고 일관성을 평가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글의 개요는 작문 교육에서 선정한 주제를 쉽게 구조화하고 일관성있는 글을 쓰는 데 도움을 준다.
‘방법 진술 일관성’을 알기 위해서는 시간적 순서, 공간적 순서, 논리적 순서, 중요성의 순서를 알아야 한다.
시간적 순서는, 먼저 일어난 사건을 먼저 쓰고 차례로 다음 사건을 쓰거나, 이와 반대로 가장 늦은 사건을 먼저 쓰고 차례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며 쓰는 것이다. 공간적 순서는, 가장 가까운 곳을 먼저 다루고 차츰 먼 곳을 차례로 다루는 것이다. 논리적 순서는, 일반 진술을 먼저 쓰고 다음에 특수 진술을 늘어놓거나, 반대로 특수 진술을 먼저 쓰고 끝에 일반 진술을 쓰는 것이다. 중요성의 순서는, 가장 덜 중요한 것을 먼저 쓰고, 차츰 더 중요한 것을 차례로 쓰고, 맨끝에 가장 중요한 것을 쓰거나 이와 반대의 순서로 쓰는 것이다(이대규, 2001:376).
이렇게 해서 ‘일관성’을 교육하기 위한 교육 내용을 선정하면 다음과 같다.
<공통>
· 중심 주제와 종속 주제를 구별하는 방법
· 글의 개요를 작성하는 방법
· 종속 주제를 시간적 순서대로 배열하는 방법
· 종속 주제를 공간적 순서대로 배열하는 방법
· 종속 주제를 논리적 순서대로 배열하는 방법
· 종속 주제를 중요성 순서대로 배열하는 방법
<독서>
· 읽은 글의 개요를 짜기
· 개요를 보고 방법 진술이 시간적, 공간적, 논리적, 중요성의 순서를 따르는지 판단하기
· 개요를 보고 방법 진술에서 제시된 순서와 본론의 배열 순서가 일치하는지 판단하기
· 개요를 보고 본론의 배열 순서와 본론 요약의 요약 순서가 일치하는지 판단하기
<작문>
· 선정한 내용을 토대로 글의 개요를 짜기
· 개요를 짤 때 방법 진술을 시간적, 공간적, 논리적, 중요성의 순서대로 제시하기
· 개요를 짤 때 방법 진술에 제시한 순서와 일치하게 본론을 배열하기
· 개요를 짤 때 본론의 배열 순서와 일치하게 본론 요약하기
이러한 교육 내용을 실제 ‘독서’ 수업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간단히 살펴 보자. 대상 단원은 다음과 같다.
I. 서론
1. 배경: 우리 나라에는 음식점이 많다.
2. 주제: 육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3. 방법 진술: 개인의 건강을 위해서, 지구 생태계의 보존을 위해서, 굶주리는 사람을 위해서, 동물 학대를 막기 위해서 육식은 하지 않아야 한다.
II. 본론
1. 육식은 식량 자원을 낭비하는 원인이다.
2. 육식은 개인의 건강을 해치는 원인이다.
3. 육식은 동물 학대를 유발하는 원인이다.
III. 결론
1. 본론 요약: (없음)
2. 주제 반복: 육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3. 논평: 채식이 이상적이고 합리적이다.
이 글의 서론에서는 ‘육식이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를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제시하였다.
(가) 개인의 건강을 위해서
(나) 지구 생태계의 보존을 위해서
(다) 굶주리는 사람을 위해서
(라) 동물 학대를 막기 위해서
그런데 이 글의 본론에서는 다음과 같은 불일치가 나타난다.
(1) (나)에 해당하는 내용이 없다.
(2) (가), (나), (다)의 순서가 (다), (가), (라)의 순서로 바뀌었다.
따라서 이 글은 서론-본론 일관성이 부족한 글이다.
다음으로, 8-1-2 (2) 개미와 말한다 의 개요를 짜면 다음과 같다.
I. 서론
1. 배경: 1) 개미와 인간은 어떤 언어로 의사 소통을 할까?
2) 동물은 의사 소통할 때 시각, 청각, 후각, 촉각을 사용한다.
3) 인간은 시각, 청각을 주로 사용하고, 후각을 보조적으로 사용한다.
2. 주제: (없음)
3. 방법 진술: (없음)
II. 본론
1. 개미의 언어는 후각에 의존한 화학 언어이다.
2. 개미 중에는 청각에 의존하여 소리를 이용한 의사 소통을 하는 종도 많다.
3. 개미 중에는 촉각에 의존하여 몸 접촉을 이용한 의사 소통을 하는 종도 있다.
III. 결론
1. 본론 요약: 개미의 언어는 촉각을 이용한 언어, 후각을 이용한 언어, 청각을 이용한 언어 순서로 발전하여 왔다.
2. 주제 반복: (없음)
3. 논평: 개미의 의사 소통이 어떻게 발전하여 왔는가는 흥미로운 연구 과제이다.
이 글의 본론에서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내용이 전개되어 있다.
(가) 후각에 의존한 언어
(나) 청각에 의존한 언어
(다) 촉각에 의존한 언어
이 글의 결론에서는 (다) (가) (나)의 순서로 본론의 내용을 요약하였다. 따라서 이 글은 ‘본론-결론 일관성’이 부족하다.
이에 비해, 7-2-5 (1) 설화 속의 호랑이 의 개요를 짜면 다음과 같다.
I. 서론
1. 배경: 우리 민족은 호랑이를 신성시하였다.
2. 주제: 설화 속의 호랑이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3. 방법 진술: 무서운 호랑이, 익살스러운 호랑이, 정이 넘치는 호랑이, 신이한 호랑이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II. 본론
1. 무서운 호랑이
2. 어리석은 호랑이
3. 신이한 호랑이
4. 정이 넘치는 호랑이
III. 결론
1. 본론 요약: 우리 민족은 설화 속에서 무서운 호랑이를 나타내었고, 어리석은 호랑이를 나타내었고, 신이한 호랑이를 나타내었고, 정이 넘치는 호랑이를 나타내었다.
2. 주제 반복: 설화 속의 호랑이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3. 논평: 설화 속의 호랑이는 호랑이에 투영된 민중 의식이 문학적으로 형상화된 것이다.
이 글의 종속 주제 배열의 순서는 다음 표와 같다.
따라서 이 글은 ‘서론-본론 일관성’은 없으나 ‘본론-결론 일관성’은 있다.
7-2-3 (2) 우리 꽃 산책 의 개요를 짜면 다음과 같다.
I. 서론
1. 배경: 우리는 우리 꽃을 잘 모른다.
2. 주제: (없음)
3. 방법 진술: (없음)
II. 본론
1. 앵초 2. 붓꽃 3. 쑥부쟁이 4. 팔손이
1.1. 모양 2.1. 모양 3.1. 모양 4.1. 꽃말
1.2. 쓰임새 2.2. 꽃말 3.2. 쓰임새 4.2. 모양
1.3. 꽃말 2.3. 전설 3.3. 전설 4.3. 전설
2.4. 쓰임새
III. 결론
1. 본론 요약: (없음)
2. 주제 반복: (없음)
3. 논평: 우리 꽃에 관심을 가지자.
이 글의 종속 제재인 앵초, 붓꽃, 쑥부쟁이, 팔손이에 대한 설명 순서를 표로 그리면 다음과 같다.
각 종속 제재마다 모양, 쓰임새, 꽃말, 전설의 순서가 일치하지 않고, 빠진 항목도 있다. 따라서 이 글은 방법 진술의 일관성이 없다.
5. 맺음말
이상으로 독서와 작문 교육에서 글을 평가하는 하나의 요소인 ‘일관성’이 중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다루어지고 있지 않음을 밝히고, 제대로 된 ‘일관성’의 개념에 대한 교육은 어떤 내용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일관성 개념을 교육하기 위해 선정한 교육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공통>
· 중심 주제와 종속 주제를 구별하는 방법
· 글의 개요를 작성하는 방법
· 종속 주제를 시간적 순서대로 배열하는 방법
· 종속 주제를 공간적 순서대로 배열하는 방법
· 종속 주제를 논리적 순서대로 배열하는 방법
· 종속 주제를 중요성 순서대로 배열하는 방법
<독서>
· 읽은 글의 개요를 짜기
· 개요를 보고 방법 진술이 시간적, 공간적, 논리적, 중요성의 순서를 따르는지 판단하기
· 개요를 보고 방법 진술에서 제시된 순서와 본론의 배열 순서가 일치하는지 판단하기
· 개요를 보고 본론의 배열 순서와 본론 요약의 요약 순서가 일치하는지 판단하기
<작문>
· 선정한 내용을 토대로 글의 개요를 짜기
· 개요를 짤 때 방법 진술을 시간적, 공간적, 논리적, 중요성의 순서대로 제시하기
· 개요를 짤 때 방법 진술에 제시한 순서와 일치하게 본론을 배열하기
· 개요를 짤 때 본론의 배열 순서와 일치하게 본론 요약하기
물론, ‘종속 주제의 배열에 관한 원리’라는 일관성의 정의는 ‘내용 조직’의 원리라는 좁은 틀에서만 ‘일관성’을 바라보게 되고, 독서와 작문 과정 전체를 통해서 요구되거나 텍스트 전체를 지배하는 원리로서의 ‘일관성’ 개념을 모두 포괄하지 못한다는 한계점이 있다.
하지만 ‘일관성’이라는 개념이 제외된, 2007 개정 교육과정 하에서의 독서·작문 교육에 일정한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교육부(1995) 『고등학교 교육과정 해설 -국어-』 (주)대한교과서
교육부(1999) 『중학교 교육과정 해설 -국어, 도덕, 사회-』 (주)대한교과서
교육부(2001) 『고등학교 교육과정 해설 -국어-』 (주)대한교과서
교육부(2001) 『중학교 국어 1-2 』, (주)대한교과서
교육부(2002) 『중학교 국어 2-2 』, (주)대한교과서
교육부(2003) 『중학교 국어 3-2 』, (주)대한교과서
교육부(2002) 『중학교 생활국어 2-1』, (주)대한교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