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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상호텍스트] 오정희, 소음공해
  • 관리자
  • 작성일 : 2018-04-09 10:31:25
    소음공해 수업
    1. 제목에서 '공해'가 아닌 상황을 '공해'라고 규정함으로써 주변사람들의 동조를 구하는 주인공의 반어적인 태도로 작품을 규정할 수 있음

    2. 뒷이야기 상상해서 쓰기의 여러 예시를 통해서 흥미를 유발한 뒤 상상해서 쓰기를 직접하면 좋을 듯.
    May 03, 2005 11:47 PM


    오정희, <소음공해> 관련 상호텍스트 자료 모음.

    1. 기사문
    층간소음 폭력으로 이어져
    대구시 복현동의 한 아파트에서 아래 위층에 사는 50살 우 모씨와 47살 서 모씨가 말다툼을 벌이다 시비가 됐습니다. 아래층이 울릴 정도로 위층에서 떠들고, 쿵쾅거렸다는 게 이유인데요. 이들은 서로 다투다 이웃의 출입문을 발로 차고 결국 주먹다짐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경찰은 일단 이들 가족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여 폭력혐의로 형사입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9일에도 대구시 지산동의 한 아파트에서 복도로 난 창문을 통해 들려오는 옆집 부부의 대화가 시끄럽다며 이를 따지러 온 이웃 주민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는 그런 사건도 있었는데요. 이렇게 주차 문제나 아파트 이웃 간 소음으로 인한 마찰문제는 모두 우리 도시가 비대해지고 복잡해지면서 파생되는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모두 조금씩만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과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대처를 한다면 잘 처리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겨레신문 2007년 6월 13일>

    2. 오해로 인해 문제가 생긴 소설
    그의 부모는 모두 열댓에 났을 때 없었고, 남은 친척이라고는 곁집에 딴살림하는 그의 아우 부부와 자기 부부뿐이었다. 그의 아내는 촌에는 드물게 연연하고도 예쁘게 생겼었다.
    부부의 사이는 좋았지만, 아니 오히려 좋으므로 그는 아내에게 시기를 많이 하였다. 품행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의 아내는 대단히 쾌활한 성질로서 아무에게나 말 잘하고 애교를 잘 부렸다. 그의 아우는 촌사람에게는 다시없도록 늠름한 위엄이 있었고, 맨날 바닷바람을 쐬었지만 얼굴이 희었다. 이것 뿐으로도 시기가 된다 하면 되지만, 특별히 아내가 그의 아우에게 친절히 하는 데는 그는 속상하여 못 견디었다.
    팔월 보름은 추석 명절이다. 팔월 열 하룻날, 그는 명절에 쓸 장도 볼 겸 그의 아내가 늘 부러워하는 거울도 하나 사올 겸 장으로 향하였다. 거울은 마침 장에 마음에 맞는 것이 있었다. 거울을 사가 지고 장을 본 뒤에 그는 이 거울을 아내에게 주면 그 기뻐할 모양을 생각하면서 새빨간 저녁 햇빛을 받은, 넘치는 듯한 바다를 안고 자기 집으로, 늘 들르던 탁줏집에도 안 들르고 돌아왔다.
    그러나 그가 그의 집 안방에 들어설 때에는 뜻도 안하였던 광경이 그의 눈앞에 벌어져 있었다. 방 가운데는 떡상이 있고, 그의 아우는 수건이 벗어져서 목뒤로 늘어지고, 저고리 고름이 모두 풀어져 가지고 한편 모퉁이에 서 있고 아내도 머리채가 모두 뒤로 늘어지고 치마가 배꼽 아래 늘어지도록 되어 있으며, 그의 아내와 아우는 그를 보고 어찌할 줄을 모르는 듯이, 움찍도 않고 서 있었다.
    세 사람은 한참 동안 어이없이 서 있었다. 그러나 좀 있다가 마침내 그의 아우가 겨우 말했다.
    "그놈의 쥐 어디 갔니?"
    "흥! 쥐? 훌륭한 쥐 잡겠다."
    그는 말을 끝내지 않고 짐을 벗어버리고 뛰어가서 아우의 멱살을 그러쥐었다.
    "형님 정말 쥐가!"
    "쥐? 이놈! 형수와 그런 쥐 잡는 놈 어디 있니?"
    그는 아우의 따귀를 몇 번 때린 뒤에 등을 밀어서 문밖에 집어 던졌다. 그런 뒤에 이제 자기에게 이를 매를 생각하고 우들우들 떨면서 아랫목에 서 있는 아내에게 달려들었다.
    "이년! 시아우와 그런 쥐 잡는 년이 어디 있어?"
    그는 아내를 거꾸러뜨리고 함부로 내리찧었다.
    "정말 쥐가……,아이 죽갔다!"
    "이년! 너두 쥐? 죽어라."
    그의 팔다리는 함부로 아내의 몸 위에 오르내렸다.
    "아이, 아이, 정말이야요. 쥐가 한 마리 나……"
    "그냥 쥐?"
    "쥐 잡을래다가……"
    "상년! 죽얼! 물이래두 빠데 죽얼……"
    그는 실컷 때린 뒤에 아내도 아우와 같이 등을 밀어내어 쏘았다. 분풀이는 실컷 하였지만, 그래도 마음속이 자못 편치 못하였다. 그는 아랫목으로 가서 바람벽을 의지하고 실신한 사람같이 우두커니 서서, 떡상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서편으로 바다를 향한 마을이라, 다른 곳보다는 늦게 어둡지만, 그래도 술시쯤 되어서는 깜깜하니 어두웠다. 그는 불을 켜려고 바람벽에서 떠나 성냥을 찾으려고 돌아갔다. 성냥은 늘 있던 자리에 있지 않았다. 그래서 여기저기 뒤적이노라니까 어떤 낡은 옷뭉치를 들칠 때에 쥐소리가 나면서 무엇이 후덕덕 뛰어나온다. 그리하여 저편으로 기어서 도망한다.
    "아니 쥐가!"
    그는 조그만 소리로 부르짖었다. 그리고 그만 그 자리에 맥없이 털썩 주저앉았다.
    "상년, 좀 있으믄 안 들어오리……"
    그는 억지로 마음먹고 그 자리에 드러누웠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밤이 가고 밝기는커녕 해가 중천에 올라도 돌아오지를 않았다. 그는 차차 걱정이 나서 찾아보러 나섰다. 그리하여 낮쯤, 한 삼십 리 내려간 바닷가에서 겨우 아내를 찾기는 찾았지만, 그 아내는 이전과 같은 생기로 찬 산 아내가 아니요, 몸은 물에 불어서 곱이나 크게 되고, 이전에 늘 웃음을 흘리던 예쁜 입에는 거품을 잔뜩 물은 죽은 아내였다. 그는 아내를 업고 집에 오기까지에 정신이 없었다. <배따라기 - 김동인>

    3. 이웃의 무관심 속에 버려진 사람에 대한 시
     
    아버지와 단둘이 살던 아이는
    아버지의 주검을 곁에 두고
    라면을 끓여 먹으며 며칠을 지냈다고 한다.
    고아원으로 보내지는 게 싫었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아버지의 죽음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오, 죽음보다 더 무서운 외로움.
    외로움이 죽음보다 무섭다는 사실을
    아이는 너무 일찍 깨달아버렸구나.
    아버지의 몸 썩는 냄새가
    오히려 정겹고
    그 곁에 누워 오히려 행복했을
    아이의 고요한 밤이 깊어가고 있다.
     
    외로움,
    죽음보다 무서운 <희망 939 - 김영승>

    4. 오정희 작가의 다른 작품

    ‘꽃다발로 온 손님’

    서른세 번째 생일날 아침, 나는 서른세 송이의 장미가 담긴 꽃바구니를 받았다.
    이른 아침 나는 느닷없는 벨소리에 놀라면서도 그대로 자리에 누워 있었다. 벨은 두어 차례 더 울렸다. 나는 눈을 떠서부터 밥을 지어야 할 때까지의, 늑장을 부리며 누워 있을 수 있는 짧은 자유를 방해받은 데 대해 짜증을 부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새벽에 누가 왔담. 남편은 지난밤의 과음으로 곯아 떨어져 있었다.
    대문 밖에는 낯선 청년이 서 있었다.
    “아주머니세요? 꽃집에서 왔습니다.”
    그는 들고 있던 꽃바구니를 내밀었다. 갓 꺾은 듯 싱싱하게 물기가 돋은 꽃은 미처 봉오리를 열지 않은 채 선연하게 붉었다.
    “꽃을 주문할 일이 없어요. 집을 잘못 찾았군요.”
    나는 짜증기를 감추지 않으며 소리 나게 문을 닫았다.
    “분명히 이 댁인데요. 어젯밤 이 댁 아주머니께 배달하라고 하셨어요. 보세요. 약도도 있잖아요?”
    청년이 내민 약도에는 약국과 부동산중개사무실을 거쳐 편의점을 끼고 네 번째 집에 화살표가 나 있었다. 주소도 정확했다. 꽃과, 우편함에 꽂혀 있는 신문을 들고 들어오며 나는 곰곰 생각에 잠겼다. 꽃 선물은 뜻밖이었다.무슨 연유로 누가 보낸 것일까. 생일을 기억하는 건 친정어머니와 남편 정도다. 그러나 친정어머니라면 닭이나, 아니면 쇠고기 두어 근쯤 사들고 오실 게고 남편은 어젯밤 만취가 되어 들어오지 않았던가. 혹시······. 문득 짚이는 곳이 있었다. 가슴이 후들거렸으나 급히 고개를 저으며 부엌에 잇닿은 컴컴한 광 속에 꽃바구니를 넣고는 방으로 들어왔다.
    그새 잠이 깬 남편이 눈을 치떠 나를 바라보았다.
    “신문 왔어요.”
    나는 신문을 뒤적이는 그의 곁에 다시 누우며 마침 눈에 띄는 흰 머리카락을 뽑았다.
    “당신 머리도 벌써 세기 시작하네.”
    “새치지 뭘.”
    남편이 출근하고 난 뒤, 그리고 아이를 유치원에 보낸 뒤에 나는 애써 광 쪽을 피해 다니며 빨리빨리 널린 일들을 해치웠다. 그러나 생각은 어두운 광 속에 숨긴 꽃바구니 언저리에서만 맴돌었다. 일을 마치고 긴한 볼일도 없이 몇 군데 전화를 걸어 잡담을 나누고, 그런 다음에야 나는 광 속에서 꽃바구니를 꺼내왔다. 거실 탁자 위에 놓았다가 다시 안방 화장대 위로 옮겼다. 그러다가는 다시 변명이나 하듯 현관 신발장 위에 되는 대로 놓았다는 인상이 가게끔 얹었다.
    아무래도 기영의 짓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대학시절 그는 내 애인이었다. 누구나 우리가 결혼을 하든가 동반자살을 할 것이라고 여길 만큼 절박하고 요란스러운 연애였다. 그러나 그와 나는 헤어졌다. 그리고 당연히 살아 있다. 나는 결혼을 해서 아이를 기르고 있는 지금, 결혼한 대부분의 여자들이 그러하듯 그것을 젊은 나이에 누구나 겪기 마련인 한때의 사랑으로 편리하게 생각할 뿐이었다. 언젠가 우리의 떠들썩한 연애사건을 알고 있는 친구가 지나가는 말처럼, 그가 그녀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있더라고 했을 때에도 심상히 들어 넘길 만큼. 그런데 그는 아직 나를 잊지 못하고 있단 말인가. 어딘가에서 항상 나를 지켜보며, 연애시절 그러했든 생일날 아침 꽃을 보냈단 말인가. 내게 있어 유일한 ‘남자분’인 남편은 섬세함이라든가 로맨틱한 감정 따위를 어린애 장난이나 여자 같은 짓쯤으로 우습게 보는 축이었다.
    나는 서른 살이 넘으면서부터 나이에 대해 신경질적이 되었다.
    나, 예뻐요? 날 어떻게 생각하죠? 그냥 여편네예요? 아니면 여자예요? 아니면 인간이에요?
    거의 호소에 가까운 내 물음에 남편은 픽픽 웃었다. 나는 때대로 남편에 대해, 아이에 대해, 그리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일상에 갇혀 맴도는 생활 전체에 대해 생각했다. 그것은 흔히 부정적인 결론에 귀착되었고 남들은 체념과 생활에 대한 사랑으로 안정된다는 나이에 나는 무위와 권태감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비오는 날이면 덧창을 활작 열고 우울하고 무거운 음악을 듣거나 연신 창밖을 내다보며, 우산을 받고 나가면 어느 길목에선가 나를 기다리며 손짓하는 사람과 새롭게 만나질 것 같은 기대로 어린아이처럼 서성대곤 했다.
    꽃은 이미 새벽의 싱싱함을 잃기 시작했다. 아마 저녁이면 볼품없이 시들 것이다. 그러나 누가 알랴. 익명으로 보내온 꽃다발이 서른세 살의 여자에게 주는 의미를, 기쁨을 활력을.
    나는 가슴속에 간직한 비밀이, 혹은 불륜이 새어 나갈 것을 두려워하여 숨도 크게 쉬지 못하며 거울 앞에서 화장을 시작했다. 평소에는 하지 않던 눈화장도 짙게 했다. 그리고는 어제 시장을 보아왔기에 별반 외출할 일이 없었으나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만약, 아주 만약에라도 기영이(혹은 그가 아닐지도 모른다) 만나자거나 하면 물론 나는 거절할 것이다. 헤어진 연인을 평생 잊지 못해 연인의 생일날마다 꽃을 보내는 남자가 있다. 그러나 이미 남의 정숙한 아내가 되어 있는 그 여자는 죽을 때까지 꽃다발을 보내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모른다는 얘기가 어느 영화에나 소설에 있었던가를 생각하고 잠깐,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기영의 아내를 동정했다.
    나는 시장에 들러 배고파 돌아올 아이를 위해 햄버거 재료를 사고 남편을 위해 맥주와 과일을 사들고 돌아왔다. 눈에 띄는 대로 새롭고 신선한 것은 무엇이든 많이 사고 싶었다.
    남편이 돌아오는 벨소리가 나자 나는 현관 신발장 위에 놓인 꽃바구니부터 서둘어 광 속에 숨겼다. 그리고 조금은 긴장되는 기분으로 남편을 맞았다. 전에 없이 귀가가 이른 남편의 손에는 케이크가 들려 있었다.
    “당신 오늘 굉장히 예쁘군······. 그런데 꽃은 받았어? 오늘 새벽에 보내라고 그렇게 당부했는데. 당신 생일이잖아.”
    나는 목에 가시라도 걸린 듯 대답을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길었던 외출에서 쌓인 피로가 비로소 발끝에서부터 몰려 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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