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사회를 이루고 사는 사람들이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 서로 약속한 것입니다. 즉, 이 약속은 ‘사회적 약속’입니다. 그래서 언어는 어느 한 개인이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데, 이러한 특징을 언어의 사회성이라고 합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언어도 변합니다. 조선시대에는 산을 ‘뫼 ’라고 불렀습니다. 지금은 ‘뫼 ’라는 말은 사라지고 ‘산’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러한 특징을 언어의 역사성이라고 합니다.
또, 나라마다 같은 대상을 다르게 부릅니다. ‘사과’라는 과일이 있으면 그것을 대한민국에서는 ‘사과’라고 부르고, 영국에서는 ‘애 플’이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이 세상에 존재하는 대상을 언어에 따라 다르게 부르는 것을 언어의 자의성이라고 합니다.
언어의 마지막 특성은 분절성입니다. 분절(分節)은 마디가 있다는 뜻입니다. 개구리가 ‘개굴개굴’ 우는 소리나 바람이 ‘휘이 ~일’하고 부는 소리는 마디가 없습니다. 이것을 언어의 분절성이라고 합니다.
국어 교과서 1단원 보충 심화에서 나온 피터 빅셀의 소설 『책상은 책상이다』는 언어의 사회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전통 문법에서 다루는 가장 큰 단위는 문장입니다. 이번 단원에서는 문장에서 출발하여 언어의 마디를 나누는 방법에 대해 알아 보겠습니다.
언어를 이루는 마디에는 의미의 마디와 소리의 마디가 있습니다. 언어의 출발은 음성 언어입니다. 문자 언어는 음성 언어를 기록하기 위해 나중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음성 언어를 문자로 기록하는 방법에는 의미의 마디에 따라 기록하는 방법과 소리의 마디에 따라 기록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처음 만들었을 때에는 소리의 마디에 따라 기록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소리의 마디에 따라 기록하면 기록하기는 편하고, 읽고 의미를 파악하기는 불편합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난 뒤에는 우리말을 의미의 마디에 따라 기록하도록 바꾸었습니다. 의미의 마디에 따라 기록하면 기록하기는 불편하고, 읽고 의미를 파악하기는 편합니다. 소리의 마디든, 의미의 마디든, 음성 언어를 문자 언어로 기록할 때의 법칙을 ‘맞춤법 ’이라고 부릅니다. 다음의 (1)과 같은 방식이 소리의 마디에 따라 기록하는 것이고, (2)와 같은 방식이 의미의 마디에 따라 기록하는 것입니다.
의미의 마디에는 문장, 어절, 낱말, 형태소가 있고 소리의 마디에는 음절, 음소가 있습니다. 문장은 완결된 뜻을 가진 말의 단위입니다. 어절은 띄어쓰기의 단위입니다. 낱말은 자립해서 쓰일 수 있는 가장 작은 말의 단위입니다. 형태소는 뜻을 가진 가장 작은 말의 단위입니다. 음절은 한 번에 소리낼 수 있는 가장 작은 말의 단위입니다. 음소는 뜻을 구별하게 해 주는 가장 작은 말의 단위입니다. 하나의 문장을 예로 들어 문장의 마디를 차례대로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3) 하늘이 매우 푸르다.
의미의 마디는 의미에 따라 나누기 때문에 마디 하나하나마다 의미가 있습니다. 의미에는 현실적인 의미도 있고 기능적인 의미도 있습니다. 문장>어절>낱말>형태소는 갈수록 크기가 작아집니다. 음절>음소도 갈수록 크기가 작아집니다. 하지만 형태소-음절은 크기의 비교를 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형태소는 의미의 마디이고 음절은 소리의 마디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소리의 마디는 발음에 따라 나누기 때문에 일단 문장을 발음나는 대로 바꿔 놓고 마디를 나누어야 합니다. 특히, ‘ㅇ’으로 시작하는 음절의 ‘ㅇ’은 표기하면 안 됩니다.
의미의 마디는 글자의 형태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형태’의 마디라고도 합니다. 소리의 마디는 한자로 바꾸면 ‘음 ’의 마디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의미의 마디=형태의 마디: 하늘이매우푸르다
(5) 소리의 마디= 음의 마디 : 하느리매ㅜ푸르다
(4)와 (5)를 비교해 보면, 형태의 마디가 음의 마디보다 읽고 이해하기가 쉬움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에게 받아쓰기를 시켜보면 형태의 마디보다 음의 마디가 글로 쓰기에는 더 쉬 움을 알 수 있습니다.
형태든, 음이든, 구성 요소를 ‘-소’라 하고 구성 요소의 집합을 ‘-절’이라고 합니다. 즉, 형태의 마디를 형태절이라 하고, 형태절을 이루고 있는 요소를 형태소라고 합니다. 음의 마디를 음절이라 하고, 음절을 이루고 있는 요소를 음소라고 합니다.
(6) He washed the dishes.
(6′) He wash-ed the dish-es.
(7) 그는 그릇을 씻었다.
(7′) 그-는 그릇-을 씻-었-다.
(6)은 형태절로 나누어 놓은 것입니다. (6′)은 형태소로 나누어 놓은 것입니다. 영어에서는 형태절을 ‘단어’ 또는 ‘낱 말’ 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단어(낱 말)’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또, 영어에서는 모든 단어를 띄어 씁니다. 그래서 띄어쓰기를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국어는 조금 다릅니다. (7)의 ‘씻었다’를 형태소로 나누면 ‘씻(깨끗이 하다)’, ‘었(과거형)’, ‘다(끝맺음)’처럼 세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형태소가 모여서 이루어진 형태절 ‘씻었다’를 ‘단어’ 또는 ‘낱말’ 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릇을’을 형태소로 나누면 ‘그릇’과 ‘을’로 나누어집니다. 그러면 ‘그릇’과 ‘을’이 각각 단어(낱말)일까요, ‘그릇을’이 한 단어(낱말)일까요? 국어에서는 ‘그릇’과 ‘을’을 각각 ‘단어(낱말)’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그릇을’은 단어 사이에 띄어쓰기를 하지 않는 경우가 됩니다. ‘씻었다’는 한 단어니까 띄어 쓰는 경우가 됩니다. 즉, 국어는 단어마다 띄어쓰기를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띄어쓰기를 어려워하는 것입니다.
영어에서 형태소가 모여서 이루어진 형태절은 ‘단어’뿐입니다. 그래서 배우기도 쉽고 띄어쓰기도 쉽습니다. 국어에서 형태소가 모여서 이루어진 형태절은 ‘단어’인데, 어떤 단어는 붙여서 씁니다. 그것을 ‘어절’이라고 부릅니다. ‘그릇을’은 어절이고 ‘그릇’과 ‘을’은 단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을’이 왜 단어인지 혼란스러워 합니다. 그래서 배우기도 어렵고 띄어쓰기도 어렵습니다.
다음 예문을 분석해 보면서 국어의 마디를 연습해 봅시다.
(8) 저 옷은 값이 비싸다
문장, 어절, 낱말, 형태소, 음절은 1학년 생활국어 시간에 다 배웠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음소’에 대해 공부해 보겠습니다. ‘음소’와 ‘운소’를 합쳐서 ‘음운’이라고 합니다. ‘운소’는 잘 다루지 않으므로 ‘음운’이라고 말하면 보통‘ 음소’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식으로 본래 정해진 원칙에서 벗어난 방법으로 이름을 바꾸기 시작하니까 배우는 학생들은 어렵고 헷갈리는 것입니다. 다음 표는 같은 말을 다르게 표현해 놓은 것입니다. 어느 쪽이 이해하기가 쉬운지 생각해 보세요.